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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fo/Trip

[사색의 공간]길상사, 신계 역사공원, 봉황각, 양화진 선교사 묘지공원

침묵은 나와의 대화 시간, ‘길상사 침묵의 집’ | 서울시 성북구


거문고 소리와 술잔을 기울이느라 시끌벅적하던 ‘요정’이 ‘절’이 되었다면 믿으시겠어요? 성북구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길상사’는 본래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서울 3대 고급 요정으로 손꼽히던 ‘대원각’이었지만, 요정의 주인이었던 고 김영한(1916 ~ 1999, 법명 길상화)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큰 감명을 받아 부지를 시주하면서 사찰로 바뀐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느 절과는 다른 모습이 특징인데요. 일주문을 지키는 사천왕도 없고 화려한 색깔의 단청을 입힌 대웅전도 따로 없습니다. 그냥 숲 속에 들어앉아 있는 오래되고 정갈한 한옥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경내를 천천히 거닐며 김영한의 나눔 정신과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셔도 좋은 곳입니다.


길상사를 한 바퀴 돌았다면, 극락전 뒤편 ‘침묵의 집’에 들어가 보셔도 좋습니다. 침묵의 집은 참선과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불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침묵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나와 함께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을 바로 여기 ‘침묵의 집’에서 가져보세요.


■ 길상사 침묵의 집
○ 위치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 5길 68(성북동 321-3)
○ 이용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단,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법회로 인해 이용 불가)
○ 문의: 02-3672-5945~6, www.kilsangsa.or.kr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곳, ‘신계 역사공원’ | 서울시 용산구


“옹기처럼 깨어지고 부서지고 낮아지는 사랑의 순교를 일상의 삶터에서 실천하는 가난하고 겸손한 순례자가 될 수 있도록 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십시오.”
– 이해인 수녀의 시 ‘당고개 성지에서’ 中



여느 공원처럼 광장을 중심으로 쉼터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작고 소박하게 자리 잡은 이곳은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인 순교 성지인 ‘당고개 성지’가 있는 ‘신계역사공원’입니다.


당고개 성지는 기해박해로 인해 1840년 남녀 10명이 순교를 한 곳입니다. 현대식 아파트로 둘러싸여 작아보이지만 순교지로서 숭고한 위엄과 함께 성스러움이 거룩하게 넘실거립니다. 이 곳에는 순교정신을 기리는 이해인 수녀의 시비(詩碑)가 세워져있어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1충에서 성당과 전시관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열면 넓은 잔디마당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담벼락에는 이곳에서 순교한 10인의 모자이크 초상화가 새겨져 있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그 앞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한복 차림의 어머니는 자애롭고 그윽하게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이곳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묵상해보셔도 좋습니다. “일상의 삶터에서 가난하고 겸손한 순례자가 되게 해달라고” 말이죠.


■ 신계 역사공원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139-25(신계동 55)
○ 이용시간: 연중 상시개방, 당고개 성지는 동절기 오전9시~ 오후 5시/ 하절기 오전 9시~ 오후 5시 30분
○ 문의: 02-2199-7603, 용산구 공원녹지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도교 정신 배우는 ‘봉황각’ | 서울시 강북구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도교의 교리를 배우던 수련장, ‘봉황각’을 아시나요. 봉황각은 1912년 천도교 3대 교주인 의암 손병희 선생이 건립한 수련장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1912년부터 14년 사이에 전국의 고위교직자들이 모여 장기 수련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들 중 15명이 3·1운동 민족 대표 33인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항일운동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죠. 지금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집인 봉황각은 북한산의 산세에 둘러싸여 숭엄한 민족혼을 한껏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순국선열들의 발자취를 묵상하며, 북한산의 기운을 느끼며 수련하기 좋은 봉황각.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의 향기마저 숭고한 곳입니다.


■ 봉황각
○ 위치 :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137길 107-12(우이동 254)
○ 이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까지 개방
○ 문의: 02-732-3956, 재단법인 천도교유지재단




눈 파란 그들은 왜 한국에 왔을까 ‘양화진’ 선교사 묘원 | 서울시 마포구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합정역 근처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 엄숙한 영적 장소가 숨어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공원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외국인 선교사 및 가족들이 묻혀 있는 곳입니다.

묘비 주변에는 꽃과 나무들이 심겨져 있고,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길을 따라 묘비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짧은 묘비명을 읽다보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에도 좋습니다. 어느 외국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매우 이국적인 모습을 하고 기다리는 양화진 선교사 묘지공원에서 잠잠히 생과 사에 대해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양화진 선교사 묘지공원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호진길 61(합정동 142-8)
○ 이용시간: 하절기(5~9월) 오전 9시 ~ 오후 6시, 동절기(10월~4월)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 문의: 02-395-0100,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교회


서울시는 ‘서울 사색의 공간 87곳’을 선정하고 지난해부터
홈페이지에 테마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