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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ICT 기업, 사상초유의 특허권 공포에 직면하다

구글과 오라클은 최근까지 세기의 저작권 소송을 벌였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라클의 승리였다. 이는 글로벌 ICT 기업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1998년 소위 '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과 2010년 'Bilski’, 2014년 'Alice vs CLS 은행 사건’을 거치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벌어진 2014년 'Alice vs CLS 은행 사건’에 따라 광범위하고 변화무쌍한 시스템 및 알고리즘은 고유의 특허권리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과 오라클의 전쟁이 시작됐다. 구글은 스마트 시대가 열리자 2008년 안드로이드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글은 선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한 달빅을 소스로 활용했다. 문제는 달빅의 정체성이다. 선은 자바를 오픈소스로 풀었지만 모바일은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며 모바일 자바를 임의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방법으로 논란을 피해가려고 했다. 모든 사단의 시작이다.


이후 오라클이 선을 인수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가 아닌 모바일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했기 때문에 특허를 위반했다며 2010년 구글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황당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선의 부사장직을 역임하며 자바를 키워낸 장본인으로 불리며, 자바의 아버지인 선의 창업자 제임스 고슬링도 구글이 영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했고, 원천기술이 오픈소스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 권리가 선을 인수한 오라클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초반승기는 달빅에 자바 API의 이름, 문서, 헤더라인을 복사해 넣었는지 여부가 갈랐다. 승자는 구글이었다. 하지만 2014년 5월 오라클은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승자는 오라클로 바뀌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부랴부랴 법정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현재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과 흘러가는 이야기가 비슷하다.


여기에서 구글이 다시 항소를 준비했지만 미국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법무부가 5월 26일(현지시각)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에서 ‘API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는 의견을 연방최고재판소(the Supreme Court)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API의 범위와 그 알고리즘을 정보처리 상호 운용의 가능성(interoperability)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구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특허 사냥꾼을 잡겠다는 대의를 저버리고, 당장 자국의 ICT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CT 업계 원천기술은 미국이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의 흐름과 비슷하며, 또 비판받는 이유다.


결국 최종승자는 오라클로 수렴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글은 자사의 주력인 안드로이드 제품이 팔릴 때마다 막대한 로열티를 조단위로 오라클에 지불해야 한다. 결국 삼성-애플의 소송전에서 구글은 물론 다른 ICT 기업들이 모두 삼성의 편에 선 이유는 삼성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특허, 더 나아가 저작권에 대한 현재의 분위기를 일변하고자는 의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자바를 활용해 달빅을 거쳐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삼성과 애플의 소송을 보면 잃어버린 이익 산정기준을 전체수익으로 잡는다. 심지어 배상금 비율도 높다. 구글 입장에서는 끔찍한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ICT 기업, 사상초유의 공포에 직면하다

원래 특허권은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당근을 주는 대신, 해당 기술이 세상의 빛을 보도록 유인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며 닷컴버블의 영향이 세계를 강타했을 무렵 지독한 특허 사냥꾼이 등장해 시장을 교란시키며 특허권 자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글과 오라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세상은 일부의 특허를 침해해도 전체수익을 기준으로 엄청난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일부의 기능을 사용해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된다. 심지어 그 기준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특허권 인정 기준이 구글과 오라클 분쟁을 거치며 지나치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정부와 사법부를 탓해야 할까? 하지만 그러고만 있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당장 글로벌 ICT 기업들은 넓어진 특허의 기준을 세밀하게 살피는 한편, 소소한 침해에도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이 두가지가 겹쳐지는 순간 끔찍한 결과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은 축소되고 얼어붙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특허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최소한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서 그 내밀한 배경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파급력은 이제야 말 기술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흥하기 시작한 국내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