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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세계경제포럼 對 세계사회포럼

 세계경제포럼 對 세계사회포럼

 

 

강대국들의 사교클럽 VS 그를 비판하는 제3세계국

 

 

미국의 금융 위기로 출발한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상반된 입장에서 마련되고 있다. 하나는 1971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출발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고, 또 하나는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출발한 세계사회포럼(WSF: World Social Forum)이다.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1월경에 개최되는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세계사회포럼도 개최돼 서로 대항마 같은 성격을 가진다.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은 민간재단이 주최하지만 전 세계 정·재·관계 거물급 인사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국제회의로 기능한다.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 G8 등이 대표적인 참가 단체다.

 

올해는 예전보다 참가 규모가 커졌지만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불참하고, 경제 위기를 반영해 검소하게 치러지면서 가장 초라한 회의가 됐다. 세계경제포럼이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반대하며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돼 세계사회포럼을 만들었다. 사회·환경 운동 관련 비정부기구, 반세계화 단체들과 좌파 국가들 정상들이 모여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한다. 올해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몰락을 선언하고 새로운 경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 2009년 세계경제포럼의 주요 내용과 한계

올해 회의 주제는 '위기 후의 세계 재편'이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데 이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논의가 지배적이었다. 위기의 끝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걱정스럽게 논의했다.

 

세계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는 몇 년 간 지속된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 브릭스(Brics)로 대변되는 신흥 경제국들의 성장이 세계 경제 위기를 완화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때 자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제도)'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켜서 세계무역기구의 공정 경쟁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면 위기의 핵심으로 정부 재정 악화, 중국 경제 성장률 저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등을 들었다.

 

올해의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회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이로 인해 현행 세계화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선진국과 기업 중심의 해법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경제포럼은 부자 나라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회의를 하는 기구라고 비난 받으면서 NATO(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업들의 대규모 후원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사교클럽이라고 얘기된다.

 

 

 

■ 2009년 세계사회포럼의 주요 내용과 한계

올해 회의 주제는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였다.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세부 모임을 가졌다. 탐욕과 이기주의에 바탕한 신자유주의는 실패했기 때문에 좀 더 공평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것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진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선진국의 잘못으로 시작된 금융 위기로 애꿎게도 가난한 나라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좌파 국가들이 남미에 집중돼 있어서 남미 단일 통화를 창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 주요 의제로는 에너지 위기, 지구온난화, 식량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등으로 경제 문제보다는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이번 회의는 행사지로 아마존 지역 도시인 벨렝이 선택됐는데 이는 아마존 지역이 여러 나라가 연결돼 있는 복합적 공간이면서도 선진국과 다국적기업의 개발 횡포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투기 자본주의가 초래한 세계 경제 위기 대안을 아마존 지역민들의 가치, 문화, 삶의 태도에서 찾기 위한 상징적 의미도 있다.

 

세계사회포럼은 공정무역이나 소액신용대출 등 새로운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지만 이들 대안들도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포럼은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는 의지로 출발했기 때문에 회의 시간 대부분을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선진국의 정책을 비난하는 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양한 단체들이 모였기 때문에 세계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합의안을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기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세계경제포럼에 비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져서 세계적 연대를 이루어 내거나 효율적인 회의 공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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