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 Info/Trip

베트남 여행기

가이드북보다 부드럽고, 여행 에세이보다는 간결한 '묻고 답하는 여행기'. 남의 여행에서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를 기본으로, 여행 가기 전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베트남 여행기를 몇 편에 걸쳐 작성합니다. 

 



Q1. 베트남에서 한 끼만 먹어야 한다면? 

쌀국수, 그것도 Pho10 쌀국수! 베트남 여행자들이 맛있다고 극찬(?)한 수많은 음식들이 내겐 잘 맞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쌀국수는 한 입 맛본 순간부터 황홀해졌다. 가격도 착하다. 3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모두 찾는 맛집이어서 합석은 기본. 모르는 사람과 마주 보며 먹는 쌀국수인데도 홀딱 빠져 국물까지 들이켜게 되더라. 처음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고기의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익힌 고기 반+안 익힌 고기 반'이 가장 맛있었다. 이날 두 번이나 가서 먹었다.



Q2. 오늘은 어디어디 갔어?

국립 미술관, 문묘에 갔다가 수상 인형극을 보러 갔다. 베트남 국립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들어가기 전 꼭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자. 미술관 앞 뜰에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난다. 꽃인지 나무인지 그 향이 너무 좋아 한동안 미술관 입구를 서성였다.


여행에서 미술관, 박물관 다니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곳만큼은 추천하고 싶다. 아주 오래된 미술 작품부터 현대 작가들의 그림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작품 자체가 매력적이다. 과거 작품들을 현대의 캐릭터나 디자인으로 써도 손색 없을 정도로 개성있다.

 문묘 안에 모셔진 공자상.


반면  미술관 근처에 있는 문묘는 별로였다.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자 공자를 모신 곳이라 베트남 학생들이 많이 찾더라. 아주 어린 학생들부터 대학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는데, 외국인인 나로서는 호수, 사당, 끝 정도의 느낌.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수상 인형극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처음엔 어린 아이들이나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극의 효과가 어른이 봐도 흥미롭더라. 인형이 낚시를 하고 모내기를 하는데, 전혀 유치하지 않다. 개구리 인형이 물 위를 뛰는 장면도 너무 자연스러워 놀라울 지경. 뒤로 갈수록 약간 졸리긴 했지만(^^;) 한 번 볼 만하다. (공연 전 나눠주는 안내 전단지 번역은 엉망이었다.)



Q3. 문묘가 그렇게 별로였어? 

후기들을 보니 정원이 아름답다 등의 호평도 있던데 나는 별로였다. 국립 미술관과 문묘의 입장료가 똑같이 3만 동인데, 나라면 미술관에 두 번 가겠다.



Q4. 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건 힘들지 않았어?

전혀. 구글 어플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하면 한국에서처럼 타야 할 정류장 위치와 요금이 뜬다. 네이버 지도 어플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쉽게 쓸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너무 싸다. 웬만한 버스는 7000동(한화 350원)이면 탈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고 싸고, 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날 쓴 일기를 보니 구글 어플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을 지경'이라고 써놨더라. ㅎㅎ



Q5. 기념품도 샀다며. 사올 만한 것들 좀 알려줘봐.

차와 커피를 추천한다. 차의 경우 아티초크차와 연꽃차를 많이 사더라. 홍차도 너무 싸다. 아마드 얼그레이 100g짜리가 고작 28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베트남 전통차와 홍차 등을 다양하게 사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커피의 경우 여행자 거리에 있는 커피 골목에서도 많이 팔고, 마트나 커피 전문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Q6. G7 커피 믹스vs. 하일랜드 커피 믹스, 뭘 사야돼?

마트에서 많이들 사는 게 아시다시피 G7이다. 블랙이거나 믹스이거나. 좀 색다른 게 사고 싶어서 나는 일명 '베트남 스타벅스'라 불리는 하일랜드 커피 믹스를 사왔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G7. 하일랜드가 좀 구수한 맛이라면 G7은 진한 맛이다.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갈리겠지만, 나라면 G7을 사겠다.


하지만 진짜 추천하고 싶은 건 '쓰어다 커피 믹스'이다. 마트에서 진열해놓고 파는데, 나도 처음에 쇼핑하러 갔을 땐 사지 않다가 두 번째 갔을 때 호기심에 하나 샀다. 그런데 너무 맛있었다. 달랑 10개짜리 한 상자 사온 걸 후회했다. 쓰어다 커피 믹스는 추천 또 추천한다. (쓰어다가 그리울 때 한 잔씩 타서 먹으면 정말 좋다.)


하일랜드에서는 믹스를 사지 말고 차라리 원두를 사라. 물론 꼭 하일랜드가 아니어도 된다. 또 다른 유명 커피 전문점인 쭝웬커피도 있고 커피 골목에서도 많이 판다. 어디든 원두와 핀 드립퍼를 같이 사오자. 핀 드립퍼의 경우 하노이 마트에 가면 1000원대 제품도 많다. 이 두 가지만 사오면 한동안 한국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Q7. 이날 드디어 '에그 커피'를 마시러 갔다며?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카페 지앙에 갔다. 커피가 유명한 베트남인데, 하루에 한 잔씩만 마시다 보니 콩 카페, 하일랜드 들러서 오느라 좀 걸렸다.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면 몸이 안 좋지는 내가 정말 안타까웠다. ㅠㅠ) 처음 맛본 맛이었는데, 굉장히 크림이 풍부한 커피였다.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보다 크림이 훨씬 쫀쫀했다. 달걀의 비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카페 지앙의 경우 여행자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마실 수 있어 운치가 있다. 작은 테이블과 낮은 의자에 쭈구리고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기분이 꽤 괜찮다.

 카페 지앙 내부. 낮은 의자와 테이블이 정겹다.



Q8. 핫 vs. 아이스, 뭐가 더 괜찮아?

둘 다 맛있는데, 뜨거운 에그 커피가 더 본연의 맛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는 달걀의 비릿한 향이 조금 느껴졌다. (그래도 거북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둘 다 맛있으니 덥지 않다면 뜨거운 걸로, 너무 더운 날엔 아이스로.



Q9. 하노이에서 저녁에 뭐 할 만한 거 없을까?

호안끼엠 호수 산책을 추천한다. 하노이 시내를 오가면서 질리도록(?) 보는 호수이지만, 저녁에 걷는 맛이 있다. 저녁 시간대 나가면 호수 주변에 조성된 공원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들도 많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섞여 걷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여행을 왔지만 여행을 온 것 같지 않은 기분.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하노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 느낌이 생각날 것이다.



Q10. 오늘은 기념품 사느라 좀 썼겠네. 얼마 썼어?


오늘의 가계부!


- 아침으로 Pho10 쌀국수 5만 5000동(한화 2750원)

- 국립 미술관 입장료 3만 동(1500원)

- 문묘 입장료 3만 동(1500원)

- 23번 버스비 7000동(350원)

- 카페 지앙 에그 커피 2만 동(1000동)

- 수상 인형극 입장료 10만 동(5000원)

- 반미와 콜라 3만 9000동(1950원)

- [기념품] 인티멕스 마트 28만 9000동(1만 4500원)

- 하일랜드 카페 쓰어다 2만 9000동(1450원)

- [기념품] 하일랜드 커피 믹스들 30만 1000동(1만 5050원)

- Thang Long 호텔 싱글룸 17달러(약 1만 9000원)

- 문묘에서 엽서 5장 2만 5000동(1250원)

- 저녁으로 Pho10 쌀국수 5만 5000동(한화 2750원)


∴ 총 98만 동 + 17달러 = 약 6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