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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오바마처럼 승리하라(2) – 손재권 기자의 점선잇기

이 글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2012년 그리고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것이다. 한국 정치와 2012년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스토리는 별로 없다. “남의 나라 정치 얘기는 뭐하러 보나” 라고 한다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국 정치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소셜서비스가, 소셜 서비스를 활용하는 한국 정치가, 한국의 미디어가 “구리다”고 생각하면 한번 끝까지 읽어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처럼 승리하라(1)에 이어서


-마이너, 두번의 결정적 승리를 거뭐지다

-소셜의 위력을 제대로 이해한 정치인

-2012년, Beyond SNS Data Analytics



How Winning Story begins


한국에서는 ‘여권’ 후보가 선거에 유리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선거에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상대당 후보 오히려 1년전부터 경선을 거치면서 세몰이를 하는데다가 현재 대통령을 공격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도 한다. 도전자는 처음부터 ‘선거운동’을 하지만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국정을 운영하다가 선거운동 개시 시점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유세도 도전자보다 늦게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은 도전자에게 후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TV토론에서도 대통령은 수세적 입장이고 상대당 후보는 도전자이기 때문에 공격적이다. 결정적인 것은 ‘실업률’이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8%를 넘으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힘들다는 ‘불문율’이 있다(오바마는 4년 내내 실업률 8%에서 왔다갔다 했다). 여기에 투표 전날까지 지지자를 결정하은 부동층은 현직 대통령보다 도전자를 지지한다는 ‘인컴번트룰(Incumbent Rule)’이란 것도 있다.


해외에서 오바마의 인기와 달리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의 재선은 시작부터 어려웠다. 그는 워싱턴 정계에 재선을 위해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워싱턴 계파보다 더 믿을맨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쌓아놓은 유권자 데이터와 열혈 지지층 집단인 ‘소셜 친구들’이었다.


2012년 오바마 캠프가 4년전에 비해 달라진 것은 4년전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풀뿌리 지지층 넓히는데 주력했다면 이번엔 유권자 ‘데이터’에 기반해 정교한 타깃 선거를 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데이터를 믿었다. 그는 개인의 모든 정보는 측정될 수 있으며 이렇게 측정된 정보는 예측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유권자’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어떤’ 유권자가 ‘어떤 형태와 내용’의 메시지에 관심을 가지고 설득 될 것인지 예측하고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오바마의 ‘데이터에 기반한 타깃 선거’는 대선 후인 2012년 11월 17일 타임지가 보도한 사례가 가장 잘 보여준다)



선거자금 모금 운동의 비밀


오바마는 2012년 대선에서 총 11억달러(1조1700억원)를 모았고 기부자는 450만명이었다. 이는 당초 목표(10억달러)를 초과한 금액이다.


선거 운동 초중반에는 미국내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뿌리깊은 ‘반오(반오바마) 감정’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 : 정치행동위원회)들이 거액을 공화당 및 롬니 후보에 쾌척, 자금 모금에 앞서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중반부터 모금이 앞서가 결과적으로는 오바마와 롬니가 비슷하게 선거 운동 자금을 모았다. 오바마가 롬니와 비슷하게 모아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4년전에는 선거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SNS를 통해 200달러 미만의 ‘풀뿌리 모금’을 주로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SNS 외에도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선거 자금을 모았다.


오바마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10억달러는 필요하다고 보고 자금 모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자들을 찾아가 “규제를 해소해줄테니 돈을 내시오”라고 구걸한 것이 아니라 2011년 6월 선거운동 자금 모금을 위한 팀을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었다.


선거운동 초기(2011년~2012년 5월)까지는 블루스테이트디지털(http://www.bluestatedigital.com/)을 활용했고 이후엔 간단한 방법으로 모금을 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https://contribute.barackobama.com)을 개발했다.


자체 테스트 결과 처리 속도가 60%는 빨랐고 플랫폼 내에서 기부 관련 대화도 14%가 늘어났다. (아래 사진 왼쪽은 플랫폼을 단일화, 최적화하기 전이고 오른쪽은 최적화한 이후 만들어진 사이트다. 훨씬 간결하고 빠르게 모금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자체 플랫폼은 약 240개의 ‘A/B테스트’로 구성했다. A/B테스트란 응답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이트를 보게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래 결심했어”식 인생 웹사이트란 것이다. 이용자가 A를 선택하면 A의 인생 스토리가 나오고 B를 선택하면 B의 인생 스토리가 나오는 방법이다.


오바마 캠프는 구글이 사용하는 ‘A/B 테스트’를 선거 자금 모금에 활용했다.


그들은 240개의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다. 유권자가 오바마의 이메일 수신자 그룹에 가입하면 그 순간 데이터팀은 해당 유권자를 ‘설득가능점수’로 환산, 각각 다른 푸시 메일을 보낸다.


실제로 데이터팀은 이메일 수신자 그룹의 이메일에 클릭 한번으로 소액이 선거 자금을 낼 수 있는 ‘빠른 기부’ 버튼을 넣었다.


기부 액수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요청한다. 설득가능점수가 낮아 소극적 지지자로 분류되면 ’2달러 기부’ 버튼이 달린다. 유권자가 만약 ’2달러 기부’를 클릭해서 실제로 기부가 이뤄지면 그 다음 이메일에는 ’5달러 기부’ 버튼이 제시된다.


적극적 지지자로 분류 돼 ’100달러 기부’이 달리고 이를 실제로 낸 사람에게는 다음 이메일에는 250달러 요청 이메일이 발송된다. 오바마 캠프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이메일로도 6억9000만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았다.



오바마의 이메일 모금 활동을 조명한 비즈니스위크 기사.


이뿐만 아니다. ‘큰 돈’을 모으는데도 데이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바마 캠프는 2012년 5월 캘리포니아 헐리우드에서 선거 자금 모금 행사를 진행했다. 선거에 쓰일 TV 광고 등을 하려면 선거 자금 모금 행사는 중요했다. 최대한 많은 자금을 끌어 모아야 했다(2012년 미 대선 선거 자금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미 선거 자금 2조2000억원대).


그들은 ‘이번 헐리우드 정치헌금 디너파티’에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가장 놓은 그룹은 누구인가?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분석, 40대 여성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배우인 ‘조지 클루니’로 점찍고 이 파티를 스튜디오시티에 있는 조지 클루니 자택에서 했다.


이날 파티 입장권은 4만달러였고 약 150명이 참석했다. 대성황이었고 모금 액수는 총 1500만달러였다. 참석자들은 입장권의 두배이상인 약 10만달러 정도를 오바마 낸 셈이다.


오바마 캠프는 2012년 6월엔 동부의 뉴욕에서 정치 헌금 디너 행사를 하기로 했다. 이때는 롬니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시기여서 부자들이 롬니에게 선거 자금을 몰아줘 오바마로서는 선거 자금 경쟁에서 밀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역시 40대 여성이 타깃. 그러나 뉴욕은 LA와 달랐다. 이번엔 섹스 앤더 시티의 주인공이지자 ‘부와 자유의 상징성’을 지닌 사라 제시카 파커를 섭외, 그녀의 집에서 개최한 것.


배우 매릴 스트립과 가수 애리사 프랭클린,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콜스 등이 4만달러씩 내고 참석했다. 사회는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오바마 대통령과 미셀 여사도 함께 참여했고 대성황리에 끝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돈많은 뉴욕의 40대 여성들은 ‘워너비’들이 줄을 이어 수만불대 정치 헌금에 사인하는 모습을 보고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LA와 뉴욕의 정치모금 행사에 일반인 3명을 넣었는데 일반인 추첨을 위한 티켓이 3달러였다. 3달러를 내면 일반인 추첨에 당첨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당첨되기 위해 구름과 같이 몰려들었는데 이 3달러도 데이터분석을 통해 정한 액수였다. 데이터팀은 그래도 “3달러의 마술”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사례는 알려진 것에 불과하다. 오바마 캠프는 풀뿌리 모금에도 데이터를 활용했다. 유권자가 오바마 홈페이지에 이메일 리스트를 남겨 놓을때 우편번호를 반드시 입력하게 했다.


이는 단순하게 유권자가 어디 사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유권자와 가장 유사한 지지자들이 참가하는 모임을 주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를들어 오바마 지지자 중 육아를 고민하는 부모의 모임, 인터넷 정책에 관심 많은 개발자 모임, 인도계 모임 등인데 이 모임을 통해서 지지세를 확산하고 후보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며 선거 자금도 모았다.


이런 방식으로 모은 자금이 10억달러다. 물론 제프리 카젠버그나 어윈 제이콥스와 같이 ‘큰 손’들이 기부한 금액도 포함 돼 있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모금 행사, 문자 메시지를 통한 기부(Text to Donate), SNS 자발적 모금 등이 합쳐서 이런 경이적인 숫자를 만들어 냈다. 오바마 캠프 내부에서도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들은 기존 모금 방식보다 4배 이상 높은 효과를 거뒀다.



경합주 싹쓸이 비결은?


미국은 일반 국민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그 투표에서 이기는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선거인단 투표(Electoral College)’라는 독특한 선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득표수가 많아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대선은 전체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각 주별로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미국에서 2000년대 이후 대통령 선거는 갈수록 ‘경합주 싸움’이 되고 있다. 주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은 공화당에서는 최근들어 거의 이기는 것을 포기한 주다. 최근 20년간 공화당이 이겨본적이 없다. 반대로 텍사스, 노스다코타, 오클라오마, 캔자스 등 미 중부 벨트는 민주당에서 한동안 이겨본적이 없어서 공을 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써보고 유세를 가봐야 이길 수 없다.


때문에 이미 기울어진 주가 아니어서 ‘선거운동’으로 판세를 바꿀 수 있는 경합주(Swing State)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 있다.


미국은 갈수록 ‘경합주’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예전엔 50개주 중에서 최소 12~13개 주가 경합주로 분류됐으나 2012년 대선에서는 오하이오, 아이오와, 위스콘신, 플로리다, 네바다, 콜로라도, 뉴햄프셔, 위스콘신, 버지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등 9개주로 줄었다.


그만큼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얘기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민빠(민주당 빠)” “나는 꼴공(골수 공화당)”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추세(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보는게 미국 정치학자들의 공통적 견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 공화 양당은 선거에 ‘경합주’에 당력을 집중한다. 선거 자금을 집중하고 유세도 경합주를 중심으로 돈다.


그래서 오바마는 2012년 선거 기간 중 선거 자금 모금 행사 외에 한번도 캘리포니아에서 메이저 대중 유세를 한적이 없다. 반면 롬니는 텍사스주나 유타주 등에서 대규모 대중 집회를 하지 않았다.


승리가 예정된 곳에 유세를 하거나 선거 자금을 집중하는 것은 돈낭비 , 시간 낭비다. 대신 오하이오, 이아오와, 플로리다, 위스콘신 등 경합주 중 빅 4에는 각 후보들이 몇번이고 찾아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를, 롬니는 오바마를 헐뜯는 수준으로 비난하는 네거티브 광고를 경합주에 몰았다. 이들 주에서는 온갖 네거티브 광고로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이렇게 양당 후보가 돈과 시간을 초경합 9개주에 집중했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비슷하거나 초박빙이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8:1. 오바마 대통령의 압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합주 9개 주 중 8개주에서 1~3% 차이로 근소하게 모두 이겼다. 즉, 이들 주에서도 ‘스윙보터’의 표를 오바마 대통령이 가져간 것이다. 어떻게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는가?


전문가들은 1~3% 차이로 승리한 경합주에도 오바마식 ‘데이터 선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초박빙에서는 ‘정교함’이 승패를 가른다.


오바마 데이터 분석팀은 경합주 유권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6만6000번에 걸쳐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용한 모의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 마지막주에는 페이스북에서 오바마에게 ‘좋아요’를 누른 지지자들을 분석했다. 경합주에 친구를 둔 사람에게 “A때문에, B라는 이유로, C라는 면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해달라고 좀 설득해 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 중 20%가 요청을 수락하고 실제 경합주에 투표권을 가진 친구들을 설득했다.


60만명 이상의 오바마 서포터들이 500만명에 달하는 박빙주 친구들에게 타깃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초경합주였던 오하이오에 사는 한 여성은 선거 당일 아침 4명의 다른 오바마 지지자들이 방문해서 오늘 꼭 투표하라는 독려를 받았다고 한다.


오바마 캠프는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대규모 광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초경합주인 아이오와의 20~30대가 많이 보는 잡지나 TV프로그램, 플로리다의 40세 이하 여성들이 많이 보는 TV드라마 등 ‘타깃’을 명확하게 해서 그에 맞는 메지시를 담은 광고를 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초경합주 오하이오에서는 유권자 2만9000명의 정보를 모야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 오하이오의 오바마 캠프 한 자원봉사자는 “나는 누가 투표할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데이터 선거 전략’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박빙주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은 아니다. 승리로 이끈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히스패닉 유권자 및 아시안 등 소수 민족들의 몰표나 오바마 개인에 대한 호감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정교한 데이터에 기반한 소셜 선거가 없었다면 오바마의 승리도 없었다는 것이 미국내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9개 경합주에서 오바마 캠프의 예측과 실제 선거 결과간 차이는 0.5%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들은 데이터를 믿었고 로드맵에 따라 움직였고 승리를 거머줬다.



숨은 영웅 데이터팀, 어떻게 일냈나?


그가 재선을 위해 가장먼저 한 일은 그가 쌓아 놓았던 ‘유권자 데이터’를 재가동시키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대규모 데이터팀을 꾸리고 자신의 ‘필승 공식’을 재가동했다.


오바마의 필승공식은 ‘정확한 유권자 데이터에 기반한 마이크로 타깃 선거’다.오바마는 “선거에서 다뤄지는 모든 것은 측정된다”라는 것을 모토로 데이터팀을 2008년 선거에 비해 5배로 키웠다.


‘지역 가르기’와 매스 미디어 중심의 선거 운동 관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있는 단위로 나눠 다르는 21세기형 새로운 선거 운동 방식을 만들어 선거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유권자들은 ‘계급투표’를 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으로 투표하며 ‘나를 더 배려(케어)해줄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유권자들이 “나를 배려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가려운 곳을 긁기 위해서는 ‘어디가 가려운지’ ‘어떻게 가려운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의 모든 정보를 확보했다. 구매 가능한 모든 상업용 데이터(신용카드 구매 정보, 위치정보 등)는 구매하고 실무자가 직접 발로뛰며 수집한 정보를 모두 취합했다. 데이터팀이 한 일을 보면 이 곳이 선거캠프인지 실리콘벨리 스타트업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그들은 세가지 원칙이 있었다. (데이터를) 사용하기 전에 인사이트를 넣어라(Put Insight to use),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매우 똑똑한 것으로 바꿔라(Traded many databases for a single, mega-smart one),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 실험하라(Tested to find the gems)라는 것이다.


-데이터팀에게 ‘좋아요’는 소스코드

오바마 캠프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팬을 확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유권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빨대’ 역할을 했다.

유권자가 페이스북의 오바마 캠프 페이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캠프는 유권자의 페이스북 정보에 접근해서 정보를 빼간다.

오바마 페이지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이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언론에 우호적인지, 어느 분야에 종사하며 어디를 주로 여행을 다녔는지, 가족은 누구인지, 결혼은 했는지 등의 수십가지 정보가 오바마 캠프에 전달된다.

데이터팀은 이 정보를 취합, 집계한다. ‘좋아요’를 누른 유권자뿐만 아니라 이 유권자의 친구 관계에 있는 사람의 정보도 수집, 입체적으로 유권자를 파악했다. 이 정보는 오바마 캠프가 타깃 마케팅을 하는데 활용됐다.


-이용자 추적 기술

데이터팀은 실리콘벨리에서 최근 유행하는 마케팅 기법인 ‘이용자 추적(User Tracking)’ 기술을 선거에도 적용했다.

유권자가 오바마 캠프의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수십개의 추적장치(Tracker)가 가동 돼 마우스가 옮겨다니는 기록을 모두 저장했다. 어떤 정치적 메시지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비롯, 인터넷에서 옮겨다진 경로를 최대한 수집해서 유권자의 성향을 파악했다. 이를 ‘리타게팅(Retargeting)’이라 불렀다.


-이메일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의 이메일을 수집, ‘설득가능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점수에 따라 이메일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는 “오바마를 지지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지속 기간이 3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의 성향에 맞춰 개를 좋아하는 유권자는 오바마가 키우는 개의 근황을 보여주고 환경 문제가 관심이 많은 유권자는 오바마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메일을 보냈다.

이런 방식으로 약 20만통의 이메일 중 8000개의 다른 메시지와 1만5000가지의 개인별 변형 이메일을 보냈다.



오바마 캠프는 이렇게 자신의 지지층과 ‘스윙보터’ 약 1억명의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들의 행동을 분석해 점수를 매겨서 가장 최적화된 타킷팅을 찾아냈다.

‘선거 승리’ 외에는 어떤 가정도 있어서 안된다는 목표로 만든 매우 정교하고 매뉴얼(manual)화된 로드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로드맵과 ‘데이터’외에는 어떤 것도 믿지 않았다. 선거 캠프 내에 모든 의사 결정은 데이터에 근거해야 했다. (그들은 이용자 추적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위반 이슈에 대해 “불법으로 추적한 것이 아니고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구입했으며 유권자 정보는 민주당전국위원회에 등록된 것을 이용했다”고 답변하고 있다)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분석팀은 시카고 캠프의 가장 외진 곳에 창문도 없는 방에서 비밀 리에 작업했다. 오바마는 젊은 데이터 분석팀을 누구보다 신뢰했고 이 팀이 만든 보고서는 백악관의 오바마와 보좌관들에게 직보됐다.

재선이 확정된 날 오바마는 당선 연설에서 “정치 역사상 최고의 선거팀이었다”고 치하하며 공로를 인정하기도 했으며 2012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오바마) 선정 커버스토리에서 데이터팀이 공개적으로 나와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이들은 숨은 영웅(Unsung Hero)이었다.



오바마처럼 승리하라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았다. 앞으로 남은 4년동안 어떤 업적을 남길지, 어떤 미국 대통령으로 기억될까.


오바마 1기 4년은 높은 인기에 비해 한 것은 별로 없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남은 4년은 좀 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오바마는 두 번의 초대형 선거를 모두 새로운 방식을 통해 당선됨으로써 미국 선거 운동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선거 공식과 불문율이 유권자 데이터와 소셜 네트워크를 앞세운 그의 선거 방식에 무릎을 꿇었다.


만약 다른 민주당 후보도 오바마의 방식을 이어서 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왜냐면 이 같은 방식은 온전히 오바마의 아이디어였고 많은 참모들이 오바마를 위해 뛰고 자발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이후 다른 후보들은 오바마의 선거 캠프와 자료를 가지고 있더라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선거를 해야 한다.


유권자 데이터와 SNS 선거가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후보’를 잘 세우고 후보가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바마가 준 교훈은 또 있다. 그는 오바마는 소셜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한 후보였지만 참모들과 지지자들에게 항상 “유권자를 직접 만나서 설득해달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디지털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선거 유세는 ‘대면 접촉’이라는 것이다.


TV와 신문, 라디오 등을 통한 매스미디어와 대형 유세를 통한 선거 운동이 보편화되면서 대면 접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오바마는 거꾸로 대면 접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소셜네트워크와 이메일을 통해 자금을 모금하고 이들에게 “박빙주에 사는 친구에게도 지지해달라고 말하고 직접 방문을 두드려달라”고 호소, 선거 당일 아침 무려 4명이나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찾아가게끔 만들었다.


이 것이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며 디지털은 이 같은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기술은 수단이며 본질이 될 수 없지만 기술의 진화를 외면하거나 깊게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는 정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스포츠, 예술,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논리다. 디지털 시대,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가 되고 있는 이 시대, 승리하고 싶으면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듯 디지털과 인문학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 승리가 있다. (시리즈 끝)


<Series of Social Election article>

1편 : 2012 경험의 충돌, 유권자는 계급투표를 하지 않는다

2편 : 투표는 전염된다

3편 : 모멘텀 전쟁

4편 : 타임라인 폴리틱스

5편 : 타임라인 폴리틱스 : 현실왜곡장

6편 : SNS에는 승패가 없다.

7편 : 오바마처럼 승리하라(1)


<Further Reading>

기사에 밑줄쳐진 부분을 클릭하면 기사에 참고한 원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외 참고 기사

-우리가 알고 있는 오바마의 빅데이터 전략의 모든 것(프로퍼블리카)

-오바마의 데이터 어드밴티지(폴리티코)

-백악관의 기술구루, 디지털 로드맵 공개(폴리티코)



출처 : 손재권 기사의 점선잇기

http://jackay21c.blogspot.kr/2013/01/2_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