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킹 도입 필요성 논의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KT가 4월26일 주최한 ‘스마트 워크 심포지엄’ 행사에서 마르쿠스 알베르스 사회과학자는 기업들이 스마트워킹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고 무선 환경이 구축되면서 자연스레 18세기 산업혁명 때 근무 환경에서는 벗어나야 된다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워킹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없이 필요한 사람과 정보, 자원을 연결해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방식을 말한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많은 기업 경영자를 매료시켰다. 좀 더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지않을가 하는 생각에서다.
국내 기업도 같은 이유로 스마트워킹 도입을 고려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스마트워크 근무자는 총 28만여명이다. 이들은 업무 효율화와 조직유연성 증대, 관리개선, 직원만족도 증가를 기대하고 스마트워킹을 도입했다. 2011년 발간된 정보화통계집을 살펴보면 3만7천여 사업체는 위와 같은 이유를 기대하며, 스마트워킹을 도입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효율성 증대는 생각외로 쉽지 않다. 책상을 줄이고, 사무 환경을 바꾸고, 직원들에게 최신 모바일 기기를 지급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스마트워킹이 이뤄지는 게 아닌 탓이다. 알베르스 사회과학자도 스마트워킹을 도입했던 유럽의 초창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모두에게 이상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스마트워킹으로 환경을 바꾸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생겼습니다. 전통적 근무환경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근무시간이 늘어났고, 작업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 구분없이 주말 내내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상황을 누가 반기겠습니까.”
이런 식의 근무를 경영자들은 반겼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직원들은 아니었다. 집과 회사가 구분 되지 않는 환경은 애사심을 저하시켰고, 근로 의욕도 감소시켰다. 스마트워킹을 올바르게 정착시키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물리적인 환경변화 못지 않게 스마트워킹을 지원할 수 있는 회사 전략과 정책 수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유럽 내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워킹 환경이 실질적으로 생산성을 높여주는지, 어떻게 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고민했지요.”
유럽 내 기업들은 스마트워킹을 ‘어떻게’ 도입해야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마트워킹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모두 정책, 도구, 홍보를 적절히 사용했습니다. IBM 독일 지사와 독일 텔레콤, 폭스바겐, 유명 증권사인 크레딧 스위스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스마트워킹으로 근무 환경을 바꾸면서 지켜야 할 업무 규칙을 제정했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사내 메일 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하게 서버를 차단해 쉴 시간과 근무 시간을 나눴다. e메일로는 어떻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양식도 함께 소개했다. 동료들과는 어떻게 협업 도구를 사용해서 회의해야하는지도 자세히 안내했다. 독일 텔레콤은 안내 책자를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배포했을 정도다.
이렇게 기준이 세워지다보니 스마트워킹을 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이 올라갔다. 일을 해야 할때와 하지 않을 때가 명확하게 구분된 덕이다. 크레딧 스위스는 직원들에게 스마트워킹을 도입하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마트워킹이 근무 효율성을 매우 높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응답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데 집중했다. 괜히 모바일로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지 않은 것이다. 업무마다 만나서 직접 대화하고 회의하는 업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업무도 있다는 것을 알렸다. 화상회의를 통해서 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면대면으로 회의하는 게 효율적일 경우에는 회의공간을 예약해서 하면 좋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 덕에 직원들은 괜히 모바일로 모든 업무를 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업무만 모바일 기기로 했다.
스마트워킹이 가져다 줄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한 교육도 진행됐다. 스위스 크레딧은 사내 동영상을 제작해 스마트 환경이 되면 사내 사무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근무 환경이 변화하는지를 보여줬다. 스마트 환경이 가져다 줄 변화를 미리 접한 직원들은 보다 쉽고 빠르게 스마트워킹에 적응했다.
“스마트 워킹은 직원들보고 ‘너 어딨어’를 묻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원활하게 근무할 수 있게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는 환경입니다. 기업 편의에 맞춰서 무조건적으로 스마트워킹을 도입하는 것은 전사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워킹을 비용절감으로 접근하는 데 그보다는 일하는 공간을 더욱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접근한다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0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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