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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뜨기의 물리학적 원리에 대한 고찰

수평뜨기의 물리학적 원리에 대한 고찰

 


예전부터 수평뜨기의 물리학적 원리가 궁금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았었는데, 오늘 문득 비중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어떤 물체가 물에 뜨느냐 가라앉느냐를 결정하는 부분은 바로 ‘비중’이라는 물리학적 원리입니다. 먼저 이 비중에 대해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살짝 살펴볼게요.


(이 글은 순전히 물리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추측해서 쓰는 내용이지만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가지 변수 중에서 어떤 중요한 변수를 빠뜨리고 논리를 전개하여 오류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인 변수를 빠뜨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증이 된 내용이 아니니 그 점을 기억해주시고, 혹시나 제가 빠뜨려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어떤 중요한 변수를 빠뜨리거나 오류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수평뜨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저도 잘 모르니까요.ㅎㅎ 기술은 머리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몸이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라 애초에 글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물리적 원리를 이해하면 수평뜨기를 배울 때 자신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나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겠죠. 자기가 도달해야 할 목표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으니까요.


제가 처음 수평뜨기 연습을 할 때 다리는 계속 가라앉고, 무언가 연습을 하고 싶기는 한데 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캄캄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저 가슴으로 물을 누르라는 얘기만 들었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가슴으로 누른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글입니다.)

 


1. 비중이란

 


비중이란 한마디로 ‘물과 비교한 상대적 무게’를 말합니다. 따라서 물의 비중은 100%, 즉 1입니다. 1보다 비중이 낮은 물체는 한마디로 물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물체이기 때문에 물에 뜰 것이고, 1보다 비중이 큰 물체는 물에 가라앉을 것입니다. 흔히 무거운 물체는 물에 가라앉고 가벼우면 뜬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죠. 십원짜리 동전은 물에 가라앉지만 동전보다 어마무지하게 무거운 항공모함은 물에 뜹니다. 이는 항공모함이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비중이 물보다 낮기 때문이죠. 항공모함의 쇠 껍데기 안쪽은 물보다 비중이 훨씬 낮은 공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항공모함 전체의 비중은 물보다 낮습니다. 이는 우리 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니 기억해 두시면 좋겠네요.

 


2. 어디가 얼마나 뜨는가

 


물체의 비중이 0이라면 물에 던져 두었을 때 얼마나 뜰까요? ㅎㅎ 그런 물체는 존재할 수 없겠죠. 비중이 0이라는 것은 무게 자체가 없는 물체라는 말인데, 무게가 존재하지 않는 물체는 없죠. 심지어 공기도 무게가 존재합니다. 다만 비중이 엄청 낮기 때문에 물보다 위에 떠 있는 것이죠. 물과 기름을 섞어 놓으면 층이 지면서 기름이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기름이 물에 비해 비중이 낮거든요. 공기도 물에 비해 비중이 낮기 때문에 기름처럼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비중이 1인 물체는 물속 어디에 두어도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바닥에 두면 바닥, 수면 가까이 두면 수면 가까이 있겠죠. 물과 비중이 같기 때문에 가라앉는 힘도, 떠오르는 힘도 작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비중이 1보다 큰 물체는 바닥에 가라앉을 테고, 비중이 1보다 작은 물체는 물 위에 뜰 텐데, 일단 여기서는 ‘얼마나 뜰 것인지, 혹은 얼마나 잠길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중만큼 잠깁니다. 비중이 0.5인 물체는 딱 절반(50%)이 잠깁니다. 비중이 0.9인 물체는 90%가 잠깁니다(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게의 90%가 잠깁니다). 비중이 0.1인 물체는 10%가 잠깁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있죠? 겉보기에는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얼음의 비중은 0.917 정도라고 하네요.


따라서 약 91.7%는 물속에 잠겨있고, 물 밖으로 나온 양은 전체 빙산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배를 운항할 때 물밖에 나온 빙산만 보고 얕잡아 보았다가는 타이타닉 꼴이 나는 거죠. 사람 몸의 비중은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몸의 구성 성분 중에서 비중이 1보다 작은 조직은 지방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1보다 큽니다. 즉 대부분 가라앉는 조직이라는 점이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폐가 있습니다. 폐에 공기가 채워지면 무거운 항공모함이 물에 뜨듯 우리 몸의 비중도 1보다 낮아져 뜰 수 있죠. 그리고 장내가스량(우아한 표현이네요. 한마디로.. 방구.. --;)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뱃속의 배설물(--;)도 비중이 높은 편이라 밥을 먹었느냐, 화장실을 다녀왔느냐.. 이런 부분 모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지방이 많은 것도 수평뜨기에 유리하겠죠(여성이 수평 뜨기가 잘 되는 이유.. 그리고 내가 그나마 수평뜨기가 되는 이유.. ㅠ.ㅠ). 종합적으로 보면 폐에 공기가 차 있으면 몸 전체의 비중이 0.95, 없을 때는 1.05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폐가 쪼그라들 정도로 숨을 완전히 내쉬면 물에 가라앉을 수 있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물에 뜹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어디가 뜨느냐?’라는 것이죠.

 


3. 수평뜨기의 고민 - ‘어떻게 다리를 띄울 것인가?’

 


자유형이나 배영에서는 수평뜨기가 대단히 중요하고, TI 수영에서도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하죠. 사실 수영을 가르치는 곳에서는 모두 다 중요시하는 부분일 겁니다. 수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몸이 길이 방향으로 수면과 나란해야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중을 따지면 우리 몸이 물에 뜨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문제는 우리 몸이 부위 별로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비중이 높은 쪽은 가라앉으려 하고, 비중이 낮은 부분이 떠오르려 한다는 점입니다’(이 점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자 그 해답입니다).


따라서 폐가 들어있는 몸통 부위가 뜨고 다리는 가라앉게 됩니다. 우리 팔이 다리만큼 길고 굵었다면 아마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슈퍼맨 자세에서 부력의 중심인 몸통 앞뒤로 균형을 이룰 테니까요. 하지만 다리가 팔에 비해 압도적으로 굵고 길기 때문에 다리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평뜨기란 결국 이런 성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다시 앞에서 설명했던 비중의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 몸의 비중을 0.95라고 하면 우리 몸의 95%는 물에 잠기고, 나머지 5%는 물 밖으로 올라와 있게 됩니다. 그럼 이 5%는 어느 부위가 될까요? 네, 맞습니다. 폐가 들어있는 몸통 부위입니다. 풍선에다가 돌을 매달아서 물에 던졌는데 전체적인 부력은 1보다 작아서 물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고 쳐보죠. 그럼 그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은 풍선일까요? 돌일까요?


당연히 풍선 부분입니다. 돌보다 가볍기 때문이죠.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서도 폐가 들어 있는 몸통 부분이 풍선처럼 물 밖으로 노출되고, 비중이 높은 다리 부위는 바닥으로 가라앉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몸통 부위를 물속에 완전히 담글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몸통 부위가 완전히 물에 잠긴다 해도 우리 몸 전체의 비중은 그대로 0.95이기 때문에 5%에 해당하는 어느 부위는 물 밖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결국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몸통을 물에 완전히 담그면 우리 몸무게의 5%에 해당하는 만큼 다리가 물 밖으로 떠오른다는 것이죠. 몸통 부위를 2% 담그면 하체가 2% 올라오고, 머리, 팔, 몸통 부위를 물속에 완전히 담글 수 있는 사람은 체중의 5%에 해당하는 만큼 하체가 물 밖으로 떠오른다는 말이죠. 따라서 몸통을 얼마만큼 물속에 잘 담그느냐가 수평뜨기 실력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속이 빈 플라스틱 공을 물에 던지니 둥둥 떠다닙니다. 그 공을 억지로 물속으로 집어넣으려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부력이 생깁니다. 떠오르려는 힘이 생기죠. 이 공이 바로 우리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위입니다. 슈퍼맨 자세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있으면 이 몸통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제일 가벼운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몸통을 물속으로 완전히 담그면 어떻게 될까요? 네, 공과 마찬가지로 부력이 생깁니다. 이렇게 몸통을 잠긴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결국 거기서 발생한 부력이 다리를 띄워줍니다. 정리하자면 “비중이 물보다 낮은 부위(몸통)를 물속에 잠기게 하면 그 부력을 이용해 비중이 높은 부위(다리)를 위로 띄울 수 있다.”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TI 교본이나 동영상을 보면 ‘가슴으로 물을 누른다’, ‘언덕을 내려가듯이(downhill) 나간다’ 등의 표현이 나오는데. 모두 이런 원리를 설명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슴을 눌러서 몸통이 내려가면 다리가 뜨기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리고, 결국 이것이 마치 언덕 아래로 내달리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Total Immersion’은 ‘완전히 잠긴다’란 뜻인데.. 이 용어의 유래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나 몸통을 완전히 잠기게 해야 한다는 원리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TI 코치들의 자유형 동영상을 보면 몸 전체가 거의 잠겨 있고, 리커버리하는 팔만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원리가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4. 결론 - 수평뜨기의 핵심

 


결국 수평뜨기 기술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몸통을 잠기게 하여 다리를 띄우는 기술’

 


이 한마디로 요약은 되지만 이것을 어떻게 실전에 옮기느냐는 문제에는 너무나 변수가 많겠네요. 개개인마다 몸을 구성하는 조직의 밀도가 다르고, 지방의 분포, 뼈의 밀도, 근육의 양, 폐의 용량, 폐의 위치 등등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무런 연습 없이도 그냥 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기술로 극복하기는 불가능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발차기로 그런 부분을 극복해야 하겠고요. 수영을 굉장히 잘하는 데도 수평뜨기가 안 되는 분들도 있는데 아마 그런 해부학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지의 수평뜨기 동영상을 보면 등, 엉덩이, 종아리까지 수면에 찰랑찰랑 올라올 정도로 완벽한 수평뜨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노력만으로 가능한 부분은 아닐 겁니다. 그 사람의 해부학적 형태가 수평뜨기에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거기에 노력이 합쳐진 것이고요.


자유형 수영대회에서 흑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접영이나 평영에서는 봤던 것 같네요. 이는 흑인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기도 한데, 흑인은 상체가 짧고 다리가 깁니다. 그럼 부력의 중심은 위쪽으로 치우쳐져 있는데, 체중의 중심은 길어진 다리를 따라 아래로 치우쳐 있습니다. 부력 중심과 체중 중심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흑인의 사회적경제적 차별 때문에 수영을 접하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만, 제가 볼 때는 신체적 구조 차이로 보는 관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펠프스가 서 있는 전신사진을 한번 보죠.

 

 

키는 크지만 몸통이 긴 요롱에 숏다리입니다. 때문에 부력의 중심과 체중의 중심이 모두 몸통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그만큼 수평뜨기에 유리한 체형인 것이죠. 이런 해부학적 차이 때문에 수평뜨기는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잘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평뜨기 기술을 계속해서 연습함으로써 위에 말씀드렸듯이 몸통의 부력을 이용해 ‘최대로’ 다리를 띄워 주어야 합니다. 수영을 하는 동안에는 쉬지 않고 연마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어떻게 하면 몸통을 잠기게 하여 다리를 띄울 것인가 라는 부분은 결국 몸이 알아내야 할 숙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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