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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세계경제의 통합과 불평등이 증가한 이유

세계경제의 통합이 보다 긴밀해지면서 세계화가 다시 불평등의 원인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초에도 세계화가 소득불평등의 주 원인이라는 시각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세계시장 통합으로 신흥국의 값싼 상품이 선진국으로 유입되면서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 및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화로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이 늘어나 고소득층 노동자들이 이익을 누렸고 이 과정에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견해는 한가지 중대한 결점을 갖고 있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선진국 교역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GDP의 1.2%에 지나지 않을 만큼 미미하였기 때문이다. 선진국 임금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의 원인으로 세계화보다는 기술진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그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능숙히 다루고 활용할 줄 아는 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은 늘어난 반면, 그렇지 못한 저숙련 노동자들의 소득은 정체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


기술진보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소득불평등이 함께 증가하는 현실을 잘 설명해주는 변수였다.


그러나 세계화 2.0, 즉 무역이 늘어나고 생산요소 이동이 자유화되는 등 세계경제 통합이 보다 긴밀해지면서 세계화가 다시 불평등의 원인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상품 뿐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자,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최적의 입지를 찾아서 생산하기 위한 아웃소싱과 FDI, 중간재 무역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이 경쟁력을 상실한 저부가가치 산업들은 해외로 다수 이전되었고 대체 가능성이 높은 생산요소들을 중심으로 요소가격 균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이는 저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던 저숙련·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사정을 악화시킴으로써 소득불평등을 확대시켰다.


실제로 Feenstra와 Hanson(1996)1에 따르면 아웃소싱이 미국 임금불평등에 15~33%의 영향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선진국 내로 신흥국 출신의 이민자가 다수 유입되었고,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임금 및 일자리가 줄어듦에 따라 소득불평등은 더욱 확대되었다.


중국의 WTO 가입과 BRICs의 부상으로 전세계 교역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자, 신흥국과의 상품 교역이 소득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주장 역시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Hanson(2008)2에 의하면 2008년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선진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보다 8배나 늘어난 9.6%를 기록했다.


자연히 신흥국의 저가 상품 유입으로 일자리와 임금수준을 위협받는 선진국 노동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Economist(2016.7.30)誌는 1990년과 2007년 사이, 중국 상품에 의한 수입 경쟁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44%를 설명한다는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세계화로 인해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덴마크의 섬유산업은 신흥국과의 경쟁이 격화된 업종이며, 이에 따라 고용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업종에 따라 수입쿼터를 보유한 기업이 있다. 이들은 수입품과의 경쟁을 어느정도 피해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수입 경쟁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덴마크 섬유산업 내 기계노동자(machine operator)의 고용률을 보면, 수입경쟁에 노출된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보다 고용이 유지될 확률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과의 수입경쟁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고용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소득불평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화와 기술진보 외에 인구 고령화 역시 소득불평등을 늘리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층이 보유한 자산이 예전보다 증가한 반면, 청년실업으로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청년층은 자산을 모으기도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청년층과 노년층의 자산소득에서 불평등이 증가하였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 부자 감세 등 다양한 정책적 요인들 역시 소득불평등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출처 : LG Business Insight 2016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