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그칠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누진제 이슈도 여전히 뜨겁다. 지난 11일 일시적 요금완화 정책이 발표됐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전면적으로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우리나라 전기 요금제가 종량제인 동시에 누진제가 적용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50kWh를 사용할 경우 요금은 13275원인데 반해 300kWh를 사용하면 39050원이다. 사용량은 두 배가 늘었는데 요금은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요금 증가폭은 더 커진다.
당초 누진제의 목적은 무분별한 전력 사용을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돼 에어컨 등 냉방기 가동이 많아지며 요금폭탄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만이 커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누진제가 폐지될 경우 무분별하게 전력 사용이 증가된다며 저소득층을 보호 및 전력수요 급증을 막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누진제가 필요하며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산업부는 지난 11일 일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할인 폭이 적은데다 임시방편이라며 전면적인 개편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18일 당정이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누진제 유지를 고수한 산업부의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입장을 정리해봤다.
#1. 1974년 누진제를 도입할 때 목적이 에너지 절약, 계층 간 형평성 추구였다. 누진제 변경으로 낮은 단계의 요금이 올라가면 저소득층이 반발할 수 있다. 누진제 완화는 부자감세로 이어진다.
산업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13년 감사원은 누진제 1단계 사용자의 6.0%만 저소득층이며, 대부분은 일반 1인 가구라며 누진제 개편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누진제 유지가 부자감세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다. 한전의 종별 전력 판매 명세에 따르면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과 일반용은 55.3%, 21.8%다. 특히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기업에 대한 원가손실액이 5조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돼 '누진제는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원가손실액은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적정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수를 뜻한다.
#2. 누진제 개편으로 요금이 인하되면 가정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산업부는 누진제가 완화·폐지될 경우 전기사용량의 증가로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가정용 전기의 비중은 전체의 13.6%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의 인당 전력 소비량은 1278킬로와트(kW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다. 이는 OECD 평균(2335kWh)의 절반쯤 되며 미국(4374kWh)의 29%, 일본(2235kWh)의 57%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가정용 전기 사용의 피크 시간은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낮이 아니라 밤 시간이다. 당연히 전력 공급에 주는 영향도 산업용이나 일반용(상업용)보다 작다. 따라서 교차보조를 통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 완화를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용 전력 수요는 소득 수준보다 각 가정의 장애인이나 환자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성원의 유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3. 지난 10년간 전기요금은 76% 인상했지만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11% 올랐다. 배전시설 등이 추가로 필요해 원가 자체가 가정용이 더 비싸지만 대부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고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
한전이 발표한 전기요금 원가를 보면 주택용 전기는 일반용 전기에 비해 15% 비싸고 산업용보다 30% 비싸다. 또한 한전이 2013년 발간한 ‘한국과 OECD 주요 국가 간 전기요금 수준 비교분석 차이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일반용 전기요금은 OECD 34개 회원국 중 27번째로 높다. 즉 저렴하기로 상위 20%안에 속한다. 대부분 국가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비와 연동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왔지만 한국의 경우 유가 등 연료비에 연동하지 않아 낮은 수준의 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진제 완화 후 전력 수요 감소
한편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산업부의 우려와 달리 11일 누진제 임시 완화 결정 이후 13일부터 15일 까지 이어진 연휴기간 동안 전력 수요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최대 전력 수요는 7442.9만㎾로 전날보다는 1075.4만㎾나 적다. 공급예비력은 910.4만㎾, 공급예비율은 12.2%였다. 14일엔 최대 전력 수요가 6799.3만㎾로 전날보다 643.6만㎾나 줄었다. 공급예비력은 1318.1만㎾, 공급예비율도 안정권(15%)을 훌쩍 넘긴 19.4%였다.
광복절이었던 15일 최대 전력 수요도 7300만㎾로 전날보다 늘었지만 일주일 전보다는 1천만㎾이상 줄어들었으며 공급예비력 1174.8kw, 공급예비율 또한 16.3%로 안정권을 넘어섰다.
<일자별 전력수급 현황>
▲ 출처=전력거래소
공급예비력은 발전설비의 총 설비용량 중에서 예측이 가능한 출력 감소분을 제외한 공급능력용량과 전력수요와의 차이를 말한다. 즉 당일의 수요예측 오차, 발전기의 고장, 계통주파수의 조정 등의 변동에 대비해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보유하는 전력이다.
공급예비율은 공급예비력을 최대수요로 나누어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전력계통이 얼마나 여유를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척도로 활용된다.
수치를 살펴볼 때 전력 수요 증가를 막기 위해 누진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산업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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