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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C[크롭바디]에서의 35mm 표준렌즈의 허구성

DSLR이 135포맷이 아닌 APS-C 일명 1.5배 크롭 프레임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SLR유저들은 혼란에 빠졌다. 렌즈와 바디는 135 포맷인데 결과물은 면적대비 1/2 밖에 되지 않는 크롭 프레임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기준으로 하는 가장 간편한 적응법은 렌즈의 초점거리를 1.5배하여 환산 화각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었다. 한 프레임 안에서 같은 면적의 영역을 잡기 위해서는 렌즈의 초점거리에 1.5배를 하는 것이다. 이로써 프레임에 대한 혼란은 쉽게 정리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원근감은 피사체와 렌즈간의 거리로 결정된다. 망원을 이용하면 피사체와 배경이 압축되어 보이고 광각을 이용하면 피사체와 배경이 분리되어 보이는 것이다.
   히치콕이 스릴러 영화에 즐겨 사용한 줌-트랙 기법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인물로부터 카메라는 멀어지면서 동시에 줌인을 하거나 반대로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동시에 줌 아웃을 함으로써 인물의 크기는 유지하되 배경의 크기가 달라지는 기법이다.

   여기서 잠재되어있던 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된다. 초점거리를 조정함으로써 프레임의 크기는 맞추었는데 사진이 미묘하게 틀어져 보이는 것이다.

   물론 원인은 원근감이다. 같은 거리에서 같은 프레임을 잡는데 렌즈 초점거리는 바뀌었으니 원근감이 달라진 이유다.

 

   필름카메라에서 DSLR로 넘어오면서 흔히 사용하던 공간감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표준렌즈라 불리는 50mm렌즈의 유저들이 많이 강조하던 말로 정작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스스로도 그 정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바로 원근감과 심도의 복합적인 느낌이었던 것이다.
   왜 특별히 50mm렌즈를 언급했냐하면 50mm 렌즈가 주는 원근감이 육안으로 보는 원근감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고 이미지 서클 대각 길이와 초점거리가 같아서 그런 것이다.
   이 초점 거리에서는 가장 광학적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렌즈 설계기술이 떨어지던 카메라 초창기 시절에도 가장 저렴하게 밝고 해상력 높은 렌즈를 만들 수 있었기에 표준 렌즈로 채택이 되었던 것이다.
   물론 필름의 판형이 달라지면 표준렌즈의 초점거리도 달라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심지어 카메라, 렌즈 메이커가 앞장서서 왜곡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50mm 렌즈가 인간의 시야와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야라 하면 화각을 떠올리게 될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두 눈은 정면에 위치해 시야는 수평방향으로 거의 180°를 커버한다. 정면에 있는 동체의 움직임은 모두 잡아낼 수 있다. 물론 사물의 형체를 또렷이 인식하는 화각은 그보다 훨씬 좁지만 어림잡아 90~100°까지는 충분히 인식한다. 지금 팔을 앞으로 들어 그 각도를 만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35포맷의 풀프레임에서 50mm 렌즈의 화각은 수평 40°, 대각 46°에 불과하다(캐논 50.2렌즈 기준). 인간의 시야에 비해 어림도 없이 좁은 시야를 제공한다.

 

   말로는 50mm가 표준렌즈라고는 하지만 성능 면에서 50mm가 표준이 되어야 할 이유는 단 한가지다.
   원근감.
   50mm렌즈가 표준렌즈가 된 것은 광학적 특성에서가 아니라 사실은 뛰어난 광학적 성능을 기본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표준렌즈라는 말에는 경제논리가 제일 밑바닥에 깔려있다. 어쨌든 좋다. 표준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정해지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50mm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그 프레임을 표준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135판의 풀프레임에서 50mm의 프레임이 표준이 되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50mm의 프레임은 답답해서 만능으로 사용되기에 부적합한 프레임이다.
   7~80년대에 붙박이 렌즈를 달고 나온 많은 RF 카메라들이 단가가 올라가거나 밝기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35mm렌즈를 채용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렌즈를 교환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도 무난한 프레임을 잡아줄 수 있는 렌즈를 찾았고 그것이 30~40mm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로 귀결된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도 실내의 지근거리에서 인물의 상반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 적절히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정도의 화각은 35mm렌즈가 더 좋다.

 

 

 

   이제 APS-C 바디로 넘어가자.
   렌즈와 바디의 설계는 135포맷으로 만들어진 카메라에 하프판의 이미지 서클을 채용했다면 과연 표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135 풀프레임에서도 표준이라 부르기 민망한 50mm 렌즈의 화각이 기준이 되는것은 아니라고 본다. 50mm렌즈가 표준이 되었기 때문에 그 프레임은 무임승차로 표준 프레임처럼 여겨진 것이지 그 프레임은 표준 프레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은 50mm 렌즈와 프레임이 같다는 이유로 35mm렌즈를 APS-C 바디의 표준렌즈로 추앙하고 있다.
   만약 필름시절부터 50mm렌즈의 135 풀프레임에 익숙한 슈터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약간은 수긍할 수 있겠다. 같은 거리에서 동일한 화각을 만들어내는 익숙한 느낌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 사진사 역시 결국 '공간감'을 되뇌면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늘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하프판인 DSLR부터 사진을 시작하는 유저가 35mm를 APS-C의 표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35mm는 50mm렌즈에 비해 구성도 복잡하고 밝은 렌즈를 만들기도 어렵다. 당연히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135풀프레임에서 50mm렌즈가 만들어낸 세상과는 다르다. 이유는 바로 공간감이다. 이렇게 된 이상 35mm 렌즈를 써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75~80mm의 망원처럼 되어버려지만 여전히 저렴하고 육안과 유사한 원근감을 제공하는 50mm렌즈가 오히려 더 표준이라 불려야하지 않은가? 프레임은 더 좁아졌지만 어차피 프레임 때문에 표준렌즈가 된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런 35mm 렌즈의 이상열풍이 분데는 렌즈 제작사의 상술도 한 몫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풀프레임용 35mm렌즈라면 풀프레임 바디에서 만능 화각으로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제조사는 원가절감이라는 허울 아래 APS-C 크롭 프레임 35mm를 만들어내고 있다. 광각도 망원도 아닌 어정쩡한 렌즈를 말이다.

 

   유저들도 단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깐 그런가보다 하고 고민없이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에게 정말로 유용한 렌즈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표준 렌즈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