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에서 한국 근로자들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의 선진 기업에 비해 68% 밖에 안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GDP를 노동인구 전체로 나눈 수치라 하는데 여기에는 사무직 근로자와 생산직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한국 기업의 제조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어 선진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아주 많이 뒤쳐진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선진 기업과의 생산성 격차의 상당 부분은 사무직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이 낮은데 기인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 중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에서조차 신경영이 선포된 1993년에 삼성의 사무생산성이 그 당시 선진기업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 밖에는 안 된다는 자체 조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 삼성의 사무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어떤 면에서는 선진기업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월한 수준에 도달한 부문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웬만한 국내 기업들의 현재 사무 생산성 수준이 1993년도 당시의 삼성보다 현격하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미국 선진 기업과의 사무 생산성 격차는 4~5배 혹은 10배까지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에 한국의 근로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평균적으로 볼 때 한국의 근로자보다 더 잘 교육받고 훈련 받은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생산성은 선진 기업의 몇 분의 일 밖에 안 된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선진 기업들의 근로자들의 능력은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생산성이 높은 것일까?
몇 퍼센트 또는 몇 십 퍼센트 정도 격차가 난다면 그래도 납득이 가겠지만 몇 배의 차이라면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렇게까지 많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선진 기업의 구성원들이 훨씬 더 똑똑하거나 대단한 방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쓸 데 없는 일을 너무나 많이 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나 성과 창출에 직결되지 않는 무의미한 일을 모두 없애 버린다면 수 배 혹은 수 십 배의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에서 비롯된 생산성의 격차는 몇 퍼센트 이상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공평하게 24시간이고 잠도 자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며 쉬기도 해야 하는데 남보다 훨씬 열심히 한들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겠는가?
개인의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생산성의 격차는 그보다는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일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몇 십 퍼센트까지 생산성이 차이가 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지혜롭게 일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성이 높다. 여행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자전거로 열심히 가는 것보다 자동차로 여유롭게 가는 것이 더 나은 이치와 같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과 역량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남보다 몇 배의 생산성을 낼 수는 없다. 이는 조직의 역량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역량과 노력을 상호작용시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화하고 조직화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 창출 시스템 경쟁력의 차이 때문에 선진 기업과 보통기업 간의 생산성은 몇 배 혹은 몇 십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 조직에 속한 구성원의 생산성도 그만큼의 차이가 나 버린다.
이는 여행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부산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반대 방향인 신의주 방향으로 스포츠카를 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이치와 같다. 방향이 잘못되면 오히려 너무 빨리 가면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 다시 말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아주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의 성과에 집중하고 그러한 성과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쓸 데 없는 일을 제거해 나가야 하며, 개인 목표 달성 중심의 부분최적화를 지양하고 조직 전체의 역량과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체최적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우선 순위가 지켜져야 한다.
우선 조직 전체가 올바른 방향성을 공유하고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혁신(Innovation)의 영역이다.
다음에는 개인들이 이러한 방향과 시스템 속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성장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방향과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개인이 역량이 충분하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하는 것만 남는다. 이러한 것들은 개선(Improvement)의 영역이다.
혁신은 생산성을 몇 배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개선은 몇 퍼센트 혹은 몇 십 퍼센트 향상시킬 수 있을 뿐이다.
[출처 : 착한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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