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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수사학 [rhetoric, 修辭學]

rhetoric은 수사학(修辭學)으로 "웅변의, 웅변가"를 뜻한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B.C. 5세기에서 4세기 초까지 아테네에 살았던 소피스트(Sophist)들이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는 등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정립한 학문으로, 한동안 문법(grammar), 논리(logic)와 함께 3대 학문에 속 했다.1)

수사학이 가르치는 설득의 힘은 민주 아테네에서 지위 상승을 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정치적 필수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소피스트에 대한 평판도 처음에는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수사학은 나쁜 목적에 사용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칼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플라톤(Platon, B.C. 427?~B.C. 347?)은 소피스트의 수사학을 배척했다.

플라톤은 수사학이 이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의존하고 감정을 동요시키는 데만 주력함으로써 대중에게 아부하는 선동가를 양성한다며 수사학을 학문이 아니라 비도덕적 실용주의에 빠진 속임수로 간주했다. 플라톤은 감정의 동요를 통해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대중의 순진함과 무지를 이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로운 일로 보았다. 일반 대중은 그렇지 않았지만 엄숙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피스트들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한 유해한 논쟁과 철없는 호언장담"을 질책했다.

수사학의 위상은 르네상스(14~16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의 주지주의(主知主義)에서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의 주의주의(主意主義)로 전향한 것은 논리학 중심의 학풍이 수사학 중심의 학풍으로 전향 하는 걸 의미했다. 스콜라 철학자들이 이성을 강조한 데 반하여 휴머니스트들은 의지를 중시 했다. 전자의 목표가 진리의 논증에 있다면 후자의 목표는 인간을 도덕적 생활로 이끄는 데 있었다. 12세기의 스콜라 철학자인 피에르 아벨라르(Pierre Abélard, 1079~1142)는 "무슨 지식이든 나쁜 것은 없다. 설혹 악에 대한 지식이라도 그것은 선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천을 중시한 휴머니스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를 움직이고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효과적 설득이었다. 그래서 휴머니스트들은 수사학을 존중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수사학은 지식의 구조 속에서 적절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논리학과 비슷한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봄으로써 17세기 영국 수사학 연구 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보기에 논리학은 지성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수사학은 상상의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했다. 베이컨은 수사학의 임무는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이성을 상상에 적용하는데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의 대중민주주의는 설득을 통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사실상 수사학의 복권을 가져왔다. 다만 심각한 학문 장르로서 그 위상은 달라졌지만 말이다. 사회운동에서도 수사학은 절대적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2)

하지만 오늘날 rhetoric이라는 단어는 별로 좋은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Truth has no need of rhetoric(진실에 수사(修辭)는 필요하지 않는다)"이라는 식이다. "Truth needs not the ornament of many words(진실에 많은 단어의 장식이 필요하지 않는다)"라고도 한다. "The language of truth is simple(진실의 언어는 단순하다)"이라는 속담도 있다.

미국 리더십 전문가 워런 베니스(Warren G. Bennis, 1925~)는 "Don't settle for rhetorical change(말로만 외치는 변화에 안주하지 마라)"라고 외친다.3) 리더들이 끝까지 챙기질 못하고 모든 걸 말로만 때우는 경향이 있다는 걸 지적하기 위해 한 말 인데, 이 때에도 rhetoric이나 rhetorical이라는 단어가 동원되는 것이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의문문을 'rhetorical question(수사 의문문)'이라고 하는 것도 rhetorical에 대한 좋은 대접은 아니리라. 예컨대, 'Oh, am I happy?!', 'Who cares?', 'Why are you so stupid?', 'Why me, God?' 등과 같은 의문문은 그냥 'I am very happy', 'Nobody cares', 'I think you are stupid', 'I don't understand why it should be me'라고 말해도 될 것을 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의문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일 뿐이다. 다음과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Are you pulling my leg(놀리는 거야)?' 또는 'Are you kidding me(지금 농담하는 거야)?', 'What's the matter with you(도대체 왜 이래)?', 'Don't you know any better(이것 밖에 못해)?, 'Have you no shame(좀 창피한 줄 알아)?', 'What the hell(젠장 뭐야)?', 'Are you crazy(미쳤어)?', 'How should I know(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Isn't that nice(멋있지않아)?'4)

미국의 건설 자체가 광고의 역사였다고 단언하는 역사가 대니얼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 1914~2004)은 광고야말로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수사학(rhetoric of democracy)'이라고 말한다. 그는 플라톤과 그 밖의 철학자들이 경고한 민주주의의 한 가지 위험은 '수사학'이 '인식론(epistemology)' 을 대체하거나 압도하는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즉, 설득의 문제가 지식의 문제를 압도하게끔 허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사회는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믿느냐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rhetoric (교양영어사전2, 2013.12.3, 인물과사상사)






[출처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76813&cid=41810&categoryId=4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