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못 당한다고 주장하는 도발적인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미국 미시건 주립대 심리학과 자크 햄브릭 교수팀의 논문인데요.
연습이 얼마나 실력을 향상시키는지 분야별로 조사해봤더니 체육은 18%로 나왔습니다.
박지성, 류현진의 실력 100% 중에 연습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뿐이고, 82%는 타고난 몸과 운동신경에서 왔다는 설명입니다.
학업 분야에서는 연습의 효과가 체육보다 현저히 낮아서 연습, 즉 공부의 기여도는 4%에 불과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밤잠 설치며 공부한들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4%뿐이고 나머지 96%는 타고난 머리에서 나온다는 것인데 머리 나쁘면 아무리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SBS뉴스 머리 나쁘면 공부해도 소용없다?…논문 놓고 시끌
뉴스에 나오는 논문은 맥나마라, 햄브릭, 오스왈드가 2014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음악, 게임, 스포츠, 교육, 전문직에서 의도적 훈련과 퍼포먼스: 메타분석이다. 결론 먼저 말하면 SBS뉴스의 보도는 완전 엉터리다.
이 논문의 핵심 키워드는 ‘의도적 훈련’이다. 어떤 분야에서 단순히 경력만 오래되거나 많이 해봤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훈련을 많이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말콤 글래드웰에 의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뉴스에 소개된 논문의 저자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도적 훈련이 중요하기야 중요한데, 그래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여러 연구들의 결과들을 모아 다시 분석해서(이것이 메타 분석이다), 개인들의 실력 차이가 전부 훈련량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훈련양의 차이로 설명되는 실력의 차이는 게임의 경우 26%, 음악 21%, 스포츠 18%, 교육 4%, 전문직은 1%로 나타났다.
SBS 뉴스는 여기에 나머지는 전부 ‘재능’이라고 마음대로 덧붙이고 있는데 그럴리도 없고 논문에도 그런 말은 없다. 참고로 다른 기존 연구에서 학교 성적의 차이에서 지능의 차이로 설명되는 비율은 25%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게임에서 26% 정도가 훈련량의 차이라고 하면 그게 절대로 적은 비율이 아니다.
교육, 즉 학교 공부에서 훈련량이 설명하는 비율이 왜 이렇게 작을까? 논문의 저자들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몇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사실 이것은 헛수고 효과(labor-in-vain effect)라고 해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아마 저자들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머리가 나쁘면 공부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능이 학교 성적에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주고 한 집단에는 “빨리 공부 하라”고 지시를 하고, 다른 집단에는 “확실하게 공부를 하라”고 지시한다. 공부 시간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으면 두번째 집단은 첫번째 집단보다 많게는 7배나 더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한다. 그런데 성적은 어느 쪽이나 비슷하다. 공부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보통 공부를 하다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면 그 내용은 그만 공부하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그 기분이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잘 모르는데도 충분히 공부를 안하게 된다.
쉬운 부분을 대충 공부하고 넘어가서 남는 시간을 학생들은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는데 쏟아 붓는다. 그런데 어려운 부분은 공부의 효율이 낮기 때문에 시간만 많이 들지 별로 성과가 없다.
이렇게 해서 쉬운 내용은 대충 공부해서 잘 모르고, 어려운 내용은 어려워서 잘 모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시험을 보면 쉬운 부분은 “아, 이거 아는 거였는데 뭐더라?”라면서 틀리고, 어려운 부분은 “역시 이건 모르겠네”라면서 틀린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오래 해봐야 성적은 안나온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면 아는 기분이 들었을 때 정말로 아는 건지 확인을 해봐야한다. 아는 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설명을 못 하거나, 직접 하지 못하면 그건 아는 게 아니다. 뭔가를 제대로 배우려면 다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더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지겨워서 토 나올 정도가 되면 그때야 실제로 대충 아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학교 공부와 달리 게임, 음악, 스포츠 등에서는 대충 연습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이런 분야는 어쨌든 실제로 해보면서 연습 하기 때문에 내가 이걸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기가 쉽다. 학 교 공부라면 잘 모르는 내용도 시험에서 틀릴 때까지는 대충 안다고 믿고 넘어갈 수 있고, 시험에서 틀려도 “아, 그거 아는 건데 실수야,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 논문에 나온 것처럼 게임, 음악, 스포츠 같은 분야에서는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한 것이 실력에 많이 반영되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못하는지 확인해가면서 연습하는 것을 의도적 훈련이라고 한다. 게임, 음악, 스포츠는 의도적 훈련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쉬운 활동이고 공부는 그렇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이 논문은 의도적 훈련이 실력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출처 : http://169254.tumblr.com/post/9263328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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