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유례없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다른 회원국의 이익을 빼앗아 배를 불린다는 비난을 퍼붓는다. 독일의 낮은 임금 탓에
시장 경쟁력을 잃어가는 프랑스에서는 “독일인은 물러가라”는 시위가 벌어진다. 미국과 중국 역시 독일을 비난하는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독일은 ‘혼자만 잘나간’ 데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최저임금 없는 독일 도축장 임금 시간당 5유로… 프랑스 최저임금 9.4유로의 절반 수준
프랑스는 전통적인 육류 생산 강국이다. 자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자부심도 무척 강하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돼지고기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의 한 도축공장이 문을 닫았다. 해고된 노동자 900명은 자신들을 독일 저임금 노동 정책의
희생자로 여긴다.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독일은 값싼 동유럽 노동자를 고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독일발 임금 덤핑에 프랑스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게오르크 블루메 Georg Blume <차이트> 기자
청바지에 가죽 점퍼를 걸친 폴 네델리크(56)가 “독일 사람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도축장 노동자인 그는 목에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둘렀다. 그는 지금 동료들과 힘을 합쳐 랑폴 도축장 정문을 봉쇄하고 있다. 랑폴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서쪽 맨끝에
있다. 돼지 도축장인 이곳은 얼마전 문을 닫았다. 돼지고기 가공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이 마을에서 일하던 직원
889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도축장 정문 앞에서 있는 이들은 그렇게 잘린 사람들이다.
네델리크의 일은 돼지 넓적다리를 잘게 써는 것이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도축장에 있는 고기가 밖으로 이송되는 걸 막아보려는
참이다. 보상금 협상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보겠다는 의도에서다. 회사는 직원들의 근속연수에 따라 한해 200유로의
보상금을 최대 25년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네델리크가 이렇게 해서 받게 될 돈은 5천유로다. 그는 무려 37년을
일했다. 그가 분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가 왜 사장이 아닌 “독일 사람 물러가라”고 외치는 것일까?
경상흑자 GDP의 6% 넘어 EU 제재 직면… “
회원국 시장 뺏고 유로화 강세 유발” 비판
독일이 유로존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독일의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회원국들이 시장을 잃었고,
유로화 강세를 유발해 아시아나 미국 등 다른 지역의 수출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정확히 밝혀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해법은 독일이 수입을 늘리는 것이지만 독일 정부는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마르크 시어리츠 Mark Schieritz <차이트> 경제부·금융시장 전문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 나아갈 길에 대해 자신만의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를 둘러싼 세계는 두 축이다. 한편엔
독일이 있고, 다른 쪽엔 거센 개혁 압력을 받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있다. 현재진행형인 유로 위기는 그가 다음 임기에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메르켈 총리는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국가들에 고강도의 개혁을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이런 구상은 2013년 11월에 틀어지고 말았다. 독일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EU 규정을 위반해 너무 많은 수출을 한 탓 이다. (2012년 체결된 EU 신재정협약은 지역 내 경제 균형을 위해 특정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도 4%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의 무역흑자는 2007년부터 GDP의 6%를 넘고 있으며 2013년에는 그 수치가 7%에 이른다. EU는
권장하는 무역적자 규모를 초과하는 국가에 GDP의 0.1%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상한선을 넘는
무역흑자에 따른 제재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일 이후 구조조정 덕분에 경쟁력 강화… “무역흑자 대부분 유럽 이외 지역서 나온다”
독일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섭섭함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독일의 번영은 독일 통일 뒤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유로를 사용하는 까닭에 인위적인 화폐가치 조정도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우베 얀 호이저 Uwe Jean Heuser <차이트> 경제부 부장
독일의 현재 상황은 최고 카레이서 세바스티안 베텔이 처한 딜레마와 같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연일 승전보를 올리는 베텔은 그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야유를 받고 있다. 연일 수출 기록을 경신하는 수출 강국 독일도 같은 이유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는 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독일이 유럽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수입보다 수출을 훨씬 많이 함에 따라 흑자 폭이
EU 규정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독일의 규정 위반이 얼마나 심각한지 저울질하고 있다. EU의 담당집행위원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태도다. 반면
미국은 독일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정부는 독일과 독일의 무역흑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원래 해외에
자국 제품을 저렴하게 팔고 자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화폐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꼼수를 부리는 무역
상대국들에나 하던 행위다.
[출처 :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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