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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호킹의 마지막 경고 “이번 세기, 유전자조작 초인류 등장”

호킹의 마지막 경고 “이번 세기, 유전자조작 초인류 등장”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유고집을 통해 “유전자 조작 초인류의 등장으로 나머지 인류가 도태”될 위험을 경고했다.

해당 내용은 호킹이 말년에 작업하던 에세이 내용의 일부다. 이 유고는 <큰 물음에 대한 짧은 대답>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16일(영국 현지시각) 출간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일부가 영국 신문 <선데이 타임스>에 14일 공개됐다. 인공지능의 위협 등 과학기술 발전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종종 발언해 왔던 이 물리학자는 이 유고집에서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 우주에 다른 지능적인 생명체가 있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등의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남겼다.

새 글에선 인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중요한 위험으로 꼽아 눈길을 끈다. 호킹은 이 글에서 “사람들은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의 지능이나 공격성과 같은 본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방법을 발견하리라고 확신한다”며 “인간에 대한 유전공학을 금지하는 법은 아마도 통과되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기억력, 병에 대한 저항력, 수명 등의 특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일단 이런 초인간(superhumans)이 등장하면, 개선되지 못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다른 인간들과의 사이에 큰 정치적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며 “아마도 (개선되지 못한) 이들은 멸종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될 것이다. 반면, 자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존재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자신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6년 전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술이 개발되면서 원하는 대로 특정 유전자 부분을 잘라내거나 새로 붙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이 기술은 영국 등에서 다른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유전적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다.

호킹은 또 인공지능이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란 질문에 “인공지능이 스스로 자신을 개선하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 우리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지능의 폭발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다가올 미래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인류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음도 개미를 비유로 들어 다시 경고했다. “진짜 위험은 인공지능이 나쁜 뜻을 품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능력이다. 초 인공지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극도로 뛰어날 것이다. 그 목표가 우리의 목표와 다를 경우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은 특별히 개미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친환경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댐을 건설해) 개미집을 수몰시켜 버릴 수 있다. 초 인공지능에게 인류가 그런 개미 같은 존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밖에 거대한 우주에서 우리가 아직 다른 지능을 갖춘 외계인을 만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들이 우리의 지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또 ‘신은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과학의 법칙을 ‘신’이라고 부를 순 있겠지만, 우리가 만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는 인간화된 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한편, 유전공학 초인류 등장의 위협에 대한 호킹의 경고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호킹 동료였던 천문학자 마틴 리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엘리트”의 정자만 제공하는 정자 은행이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은 사실을 예로 들면서 좋은 유전자를 위해 부모들이 자녀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모험을 감행할 것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65823.html#csidx105cf8c86a11a378c12d8f4e5bfe6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