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橫)의 방향으로 사고하고 일하라

누구나 학창시절에 지리 공부를 했을 것이고 우리나라 지도는 물론 세계 지도에도 상당히 익숙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음의 간단한 문제들을 풀어보자.

 

1.       다음의 두 도시 중 어느 도시가 더 동쪽에 있는가?

-         신의주 vs. 서울

-         원산 vs. 포항

-         서울 vs. 마닐라

-         파리 vs. 로마

 

2.       다음의 두 도시 중 어느 도시가 더 북쪽에 있는가?

-         서울 vs. 강릉

-         광주 vs. 경주

-         평양 vs. 보스턴

-         서울 vs. 로마

 

의외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그런데 두 개의 문제 중 어느 것이 더 풀기 쉬운가? 아마도 위도를 생각하면서 풀어야 하는 2번 문제보다 경도를 생각하면서 풀어야 하는 1번 문제가 좀 더 쉬웠으리라 생각된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공부했던 국사와 세계사의 지식들을 생각해 보자. 동일 국가, 동일 지역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의 전후 관계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반면 동시대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는지, 그 사건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었는지는 좀처럼 기억하기 어렵다.

 

이처럼 사람들은 종적(縱的) 방향으로 정보와 지식을 구조화하는데 매우 익숙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의 지식과 정보를 계통별로, 카테고리별로 정리하여 줄을 세우는 데 익숙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습관은 종적 방향에 매우 익숙하고 횡적(橫的) 방향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서툴다.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이러한 습관은 더욱 극대화된다.

조직은 많은 종적 구조를 갖고 있다. 보고하고 결재를 받으며 지시와 방침을 전달 받는 행동들은 모두 종적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선천적으로 종적 방향에 강한 인간의 습성과 상호 작용하여 자신이 속한 부서의 업무와 결재라인만을 바라보며 일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상하로만 고개를 움직이면서 옆을 쳐다보지 않게 되며 조직간의 장벽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종적 방향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사가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최대 관심사는 상사의 머릿속을 읽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생명줄은 상사가 아니라 고객과 시장이 쥐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들에게 자신들을 쳐다볼 것을 요구한다. 고객의 방향은 고객에게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이며 조직 내 부서와 부서,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면서 전개된다.

다시 말하면 고객은 우리들에게 위아래 방향으로 쳐다보는 대신에 옆으로 고개를 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의 방향은 횡적 방향이며 이 방향으로 설계된 업무의 흐름이 바로 프로세스가 되는 것이다. 횡적 방향에 강한 조직이 고객지향적이면서 프로세스에 강한 조직이 된다.

 

학창시절 공부를 매우 잘 했던 친구들을 기억해 보자. 그들은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공부하는 방법이 뭔가 달랐다는 이야기이다.

내 기억으로는 그들은 남들보다 정보와 지식 획득 능력이 탁월한 친구들이었다. 독서의 속도가 빠른 경우도 있고 훌륭한 참고서를 선별하는 능력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는 지식의 단순 암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상작용에 의해 기억을 쉽게 되살릴 수 있도록 스토리 라인이나 이미지 등을 이용해 지식을 종적으로 구조화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종적으로 구조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횡적으로 연결하여 구조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공부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러 가지 지식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분야의 지식만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효율은 종적 방향에 익숙한 우리들의 습관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직의 종적 방향으로 한 계층이 더해질 때마다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효율은 30% 이상이 감소한다고 한다.

공부든 업무든 고객만족이든 횡적 방향이 궁극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이다. 횡적 방향으로 조직 내의 정보와 지식, 행동이 연결되고 결합될 때 조직의 역량이 극대화되며 놀라운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

 

 

[출처 : 착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