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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TOC

원가절감을 프로세스 혁신의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오류 (2)

제조원가 또는 상품원가 절감에만 집중하는 것은 영업전략과 자산관리고객관리 등의 다른 부분에도 여러 가지의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 영업전략이 유통망 확장과 활동량 증대에 집중된다.

 

원자재를 싸게 사오다 보니 품질은 최고 수준이 될 수가 없다단위당 고정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많이 만들었으니 재고는 쌓여 있다이익률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제조원가에 따라 판매가격도 정해져 버렸다이미 가치와 가격 간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영업전략은 이미 저질러진 것을 최대한 많이 팔아 현금화하는 것 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영업이 생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쌓여있는 재고를 팔아내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는 없다하나는 Coverage를 늘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다다시 말해 더 넓은 지역을 더 열심히 뛰겠다.”는 것이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넓은 지역을 Cover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지역에 판매망을 구축해야 한다문제는 직매장 같은 자사의 판매망을 늘려가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며 그 지역을 Cover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잘 팔릴지 확신할 수 없고 선투자가 될 수 밖에 없어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대리점을 선호한다대리점은 빠른 속도로 넓은 지역을Cover할 수 있고 자사의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유통망을 통해서 쌓여 있는 재고를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대리점은 이미 자사의 유통망이 아니다대리점은 더 이상 수익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되는 순간 통제 범위에서 벗어나 버린다대리점이 제대로 통제되는 경우는 다른 대안에 비해 대리점에게 유리한 경우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을 끌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와 제품을 제공하거나 많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하지만 강력한 브랜드와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으므로 굳이 나중에 두고두고 골치를 썩일 대리점 유통을 택할 이유가 없다그리고 대리점에 높은 이익률을 제공하는 방법은 당연히 자사의 수익을 감소시키며 궁극적으로 경쟁력 저하의 요인이 된다.

 

여러 지역을 어느 정도 Cover했다면 각 유통망과 영업사원들의 활동량을 최대한 늘리게 된다영업사원들이 많이 뛸수록 많이 팔린다는 논리이다이 논리는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판매가격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아무리 활동량을 늘려도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제품의 판매가 늘지는 않는 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판매 촉진 수당을 도입하기도 한다많이 판매할수록 수당을 더 받는 것인데 이를 통해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인위적인 숫자왜곡을 하는 등 부정이 저질러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마치 수당을 받고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 영업처럼 전형적인 Push 형태의 영업이 수행될 수 밖에 없다영업사원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정보를 피드백 받아 경영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여전히 생산공장은 낮은 품질의 제품을 최대한의 속도로 생산하고 있으니 판매하는 속도를 조금만 늦추어도 즉시 재고가 증가해 버리므로 하루하루가 판매를 위한 전쟁의 연속이다.

 

2) 악성 부실이 증가하고 은폐된다.

 

품질이 낮아지고 최대한도로 생산을 하여 많은 재고가 쌓이게 되면 당연히 재고의 연령(Age)이 증가하여 재고 보유가 장기화되고 많은 부실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 재고들은 출고검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정상재고로 장부에 기록된다설사 부실이 발생한 것을 알아도 누구도 그것을 보고하거나 부실로 처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인위적으로 품질기준을 낮추어 문제 있는 제품을 정상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담당 실무자들만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으므로 진실이 은폐된다그 실무자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전배될 때 그 내용은 당연히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먼 훗날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 책임져야 할 사람은 조직 내에 존재하지 않거나 공동의 책임이 된다모든 사람들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많이 팔아내는 것이 영업부서의 미덕이 된 상황에서는 재고 보관 중에 발생한 하자 여부에 관계없이 정상 출고가 이루어진다그리고 판매에 대한 수당이 영업사원에게 지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밀어내기로 인한 가상 매출이다대리점에게 밀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떠 안기도 한다물론 손해가 있지만 판매 수당을 받으면 벌충이 되며 떠 안은 재고는 나중에 편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문제는 이것이 한 번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그래서 항상 밀어내기 가상매출로 인한 부실은 일정한 규모가 계속 유지된다누구도 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설사 알아도 중단하지 못한다중단하는 순간 거의 한 달치에 해당하는 매출액이 희생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뒷감당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관계 관리가 어려워진다.

 

기업의 영업활동에 있어 충성도 높은 고정고객은 매우 중요하다기업은 그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매출의 변동성을 낮추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하지만 고정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할인추가 서비스 제공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누적된 과잉재고를 최대한 효과적으로빠른 속도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수익을 더 얻기 위해서는 더 좋은 가격으로 구매하겠다는 고객을 잡는 것이다.


문제는 만약 거래가 전혀 없던 새로운 고객이 고정고객보다 더 나은 구매가격을 제시했을 때 고정고객의 물량을 축소하고 새로운 고객으로 판매선을 전환시키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더 좋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에 이득이 발생한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고객과의 신뢰는 깨어지고 만다.


점차 고정고객이 줄어들고 그들로부터의 고정주문량이 줄어들게 되면 판매 예측이 어려워지고 당연히 생산계획도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영업사원들은 마치 철새처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고객을 찾아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그 결과 고객이 요구하는 물건은 재고가 부족하고 재고로 쌓여 있는 물건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신뢰성이 낮은 고객으로부터 대규모 클레임이나 부도를 맞는 경우도 비일비재 해진다.


결국 실적 부진이 이어지게 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질문 받게 되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시황이 나빴으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천편일률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

 

구매 가격의 절감과 생산량 증대를 통한 단위당 제조원가의 절감제조원가에 매출이익률을 더하여 결정되는 판매 가격판매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대리점 중심의 유통망 확대영업사원의 활동량 증가를 위한 관리와 수당 제도의 운영 등은 기업이 문제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전개되는 활동이다.


그 결과는 악성 부실 자산의 증가와 고객의 이탈궁극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이렇게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프로세스 혁신은 시장과 고객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부터 출발한다.

 

 

[출처 : 착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