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과 관련하여 한 때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최근 들어 조금 뜸해지기는 했지만 패러다임 자체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은 너무나 중요하고 본질적인 주제이다 보니 이미 상당 수의 기업들이 패러다임과 관련한 이슈는 졸업을 한 상태여서 이제는 굳이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hun)이 그의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에서 1962년에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쿤은 패러다임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 이론, 관습, 사고, 관념, 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라고 정의하였다고 한다.
때문에 어떠한 조직이나 집단, 공동체 등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패러다임은 그 구성원들의 사고의 틀을 결정짓게 되며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유사한 패턴의 행동양식을 취하게 된다.
반대로 어떤 조직, 집단, 공동체 등의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유사한 사고와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을 때 전체의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한다.
패러다임은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특히 일단 형성된 패러다임 하에서 어느 정도 지속적인 성과가 날 경우에는 구성원들은 그 패러다임을 자신들의 “성공공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성공공식을 적용하여 성과를 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행동의 패턴이 유사하면 그 결과도 어느 정도 유사한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동일한 패러다임을 성공 공식으로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조직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행동 양식을 가지게 되며 특정한 상황에서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당연히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산출물의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문제는 패러다임은 절대 진리가 될 수 없으며 영원불멸의 성공공식도 아니라는 것이다.패러다임은 현재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공식인 것이다.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이 바뀌면 기존의 패러다임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 버리고 더 이상 성공공식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오랜 기간 존속된 패러다임은 습관이 되어버린다는데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성과를 내게 되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며, 반복된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생각은 바꾸는 것은 한 순간의 결심에 의해 가능하다.행동을 바꾸는 것은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은 경영환경의 변화,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 새로운 기술의 개발 등 단기간에 변화가 일어나는 반면에 개인과 조직의 습관의 변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의 조직이 더 이상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한 경영자는 다양한 혁신의 노력을 시도하게 되는데 조직 구성원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인과 조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론과 기법들이 도입되게 되면 더 이상 성공공식이 아니며 경쟁력을 상실한 패러다임을 더 혁신적인 방법론과 기법을 통해 강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혁신 프로젝트들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패러다임은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이다. 때문에 하나의 패러다임은 조직이 움직여 가는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 이는 앞서 여러 차례 설명한 효과성(Effectiveness)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잘못된 패러다임은 조직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효과성을 감소시키게 되며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든다.
프로세스는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는다. 프로세스는 일의 흐름이므로 조직 구성원들이 유사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면 일하는 방법도 유사하게 되고 그러한 일이 흐름으로 구성되면 당연히 프로세스는 패러다임과 일맥상통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자 하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 세상에 나와 있는 프로세스 혁신의 기법과 도구들은 잘못된 패러다임을 지원해 주지 않는다. 때문에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새로 구축되는 프로세스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패러다임과 모든 면에서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세스 혁신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타협을 하게 된다면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는 기존 패러다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누차 강조하는 바이지만 잘못된 방향과 목적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최대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최악인 경우는 없다. 경영자가 아무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밀어붙이더라도 일단 오래 지속된 패러다임으로부터 형성된 조직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프로세스 혁신의 노력은 궁극적으로는 실패하게 된다. 프로세스 혁신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변화하지 않은 조직 내부의 기존 패러다임과 충돌하여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패러다임과 조화하는 쪽으로 프로세스 혁신이 변질되어 추진되고 완료되었다면 시장과 고객이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착한훈장]
'Academy II > T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세스의 제약을 찾아 해결하라 - 페이스 메이커와 제약이론(TOC) (0) | 2013.05.20 |
---|---|
프로세스 전체의 밸런스를 구축하고 유지하라 (0) | 2013.05.20 |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성공 공식을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복제하라 (0) | 2013.05.20 |
생산 중심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고객 지향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라 (0) | 2013.05.15 |
생산성 향상의 원리 (0) | 2013.05.15 |
목표분할을 협업이나 역할분담으로 착각하지 말라 (0) | 2013.05.15 |
협업(Collaboration)과 협력(Cooperation)의 개념과 차이를 이해하라 (0) | 2013.05.15 |
부분 최적화를 지양하고 전체 최적화를 지향하라 (0) | 201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