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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TOC

생산 중심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고객 지향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라

내가 경험했던 회사에서 경영 회의 도중에 현 상황에서 생산자 관점과 고객 관점 중 어떤 방향을 택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 논의되었던 적이 있다.


사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이고 전문가에 의해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이미 결론이 다 나 있는 것이어서 쉽게 하나의 방향으로 의견이 통일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각각의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리고는 현재 우리의 활동은 생산자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 두 관점 중 어떤 관점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맺으며 30분만에 토의가 종결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생산자 관점과 고객 관점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비교의 대상도 아니다.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관점은 고객 관점이 유일하다기업 경영에 있어서 고객 관점 외에는 다른 관점이 있을 수가 없다기업은 고객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모든 기업 활동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프로세스를 고객의 만족을 위해 조직 시스템의 가치 창출 활동이 효율적으로 정렬된 흐름이라 정의한 것을 상기한다면 고객 관점에서 벗어난 순간 프로세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게 된다.

 

때문에 고객 관점이 적절한지생산자 관점과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는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 관점은 여전히 존재하며 많은 기업들이 옳다고 믿어서이건 습관이 되어서이건 간에 이 관점에 입각하여 활동하고 있다게다가 그저 존재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생산 중심적 패러다임이라고 불리며 고객 지향적 패러다임과 대립되는 패러다임 중 하나인 듯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 경영에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라는 것은 생산 중심적 패러다임에서 고객 지향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반대 방향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면 도대체 왜 생산자 관점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까지 간주되며 폐기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경제 발전의 초기 단계이거나 새로운 산업 부흥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수요는 많지만 경쟁이 아직 본격화 되지 않아 필연적으로 공급부족이 일어나게 된다소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판매자 주도 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되며 고객들은 일단 물건을 구매하여 소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생산성과 가동율을 높여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업 활동이 된다. “생산=판매의 등식이 성립하는 상황이므로 제조 공장이 매출과 이익 창출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영업은 그 물건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고객들에게 배급하는(distribution)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고객들이 많게 되면 좋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보다는 일단 더 많이 만들어 더 많은 고객에게 공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이러한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제품 생산 외에는 다른 고객 가치를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생산 중심제품 중심적 사고가 자리잡게 된다이 때문에 생산자 관점은 제품 중심 관점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은 하나의 기업이 이러한 상황을 오래 향유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은 많은 수익이 기대되므로 당연히 새로운 경쟁자들이 참여하게 된다모든 경쟁자들이 최대한 많이 생산하여 최대한 많이 팔려 하게 되고 점차로 수요와 공급이 비슷하게 맞아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도 아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단순히 배급 활동만 하던 영업부서가 이제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이 고객 저 고객 찾아 다니며 물건을 팔아낸다생산 즉시 팔려나가는 행복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원활한 판매와 수익 창출이 이루어져 재고 회전도 비교적 원활하다단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다 보니 가격이 많이 낮아지게 되어 예전처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아직 상당한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은 여전히 경쟁 참여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경쟁자의 참여가 계속되고 경쟁이 격화될수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상태가 전개된다이제는 고객이 거래의 주도권을 쥐는 구매자 주도 시장(Buyer’s Market)”이 형성된다.


이제는 공급은 더 이상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다물건을 공급할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고객은 기업에게 물건 말고 무엇을 더 줄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한다추가적인 고객 가치 창출에 실패하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공급 부족 시절의 관점과 사고를 가지고 고객의 요구를 무시하는 기업들은 어느 한 순간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응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여태까지 해 왔던 사고와 행동습관과 제도운영방식 등을 통째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와 함께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패러다임 시프트라는 거창한 용어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큰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관점이 기업 경영의 유일한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시장의 상황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이러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판매자 주도의 공급 부족 상황을 보자그 단계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물건의 충분한 구매이다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이나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물건을 충분히 구매하는 것이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만족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최대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고의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급 확대를 통해 고객만족을 달성한다는 의미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어 공급과잉 상태가 되면 고객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품질이 점점 중요해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디자인 등 소유의 자부심을 높이는 쪽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변화한다.

 

고객의 가치에 관심 없이 생산에만 주력하던 그야말로 생산자 관점을 가진 기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상황일지 모르지만 고객 관점에 입각하여 공급 확대를 고객 만족 활동의 일부로 생각해 온 기업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공급 확대든 서비스든 품질이든 간에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경영 활동에서 유일한 패러다임은 고객 관점이다.


판매자 주도 시장에서조차 생산을 확대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고객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또한 생산량 증대와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다른 고객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판매자 주도 시장에서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고객의 가치를 무시하고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시장이 변화하게 되면 위기를 맞게 된다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고객 관점에서 벗어난 생산자 관점이 형성되어 잘못된 패러다임으로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생산자 관점 또한 고객 관점의 일부로 해석되어야 한다공급 확대가 최고의 고객 만족인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이 생산자 관점이며 이를 고객의 가치를 무시하고 기업의 이해관계를 위해 생산 확대에 주력한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출처 : 착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