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제4차 산업혁명의 완벽한 이해(Mastering)’를 주제로 삼았다. 스마트 지능 기계가 창궐하는 새로운 시대를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던 ‘제1차 산업혁명’, 전기에너지로 조립생산라인을 가동시켜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제2차 산업혁명’, 컴퓨터 로직에 의해 설비의 작동 순서가 정해지고 자동생산이 가능했던 ‘제3차 산업혁명’을 벗어나 이제 인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 단지 1~2년 사이에도 급격한 시스템적 변혁이 이루어지는 대변혁시대이다.
엄청난 문명의 변화가 목전에 있다.
나노기술, 두뇌 연구, 3D 프린팅, 모바일 네트워크, 초고속컴퓨팅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을 탄생시키고 있다. 혁신기술들이 산불처럼 온 지구에 번져 누구나 빠르고 값싸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발명해내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모든 산업계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와해되면서 전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모바일, 나노 신소재, 3D 적층 제조법, 유전자 편집 등 예전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응용기술들이 주변에 이미 실현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밀어닥칠 ‘제4차 산업혁명’ 사회는 ‘거의 모든 사물이 지능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는 사물지능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세계의 문제점들이 사물 지능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연동되는 지능형 CPS(Cyber-Physical System)를 구축한다. 하드웨어가 지능을 가지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석하며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자동 편집한다. 사물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한 지능자동화가 실현된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와 이미지를 처리하고 복잡한 의사 결정까지도 할 수 있다. 사물지능사회는 인류가 지금까지 극복하려던 난제들을 해결하며 개인과 사회 나아가서 산업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미래기술은 인류 복지에 이바지해야
WEF는 최고경영자, 정치가, 최고기술자들이 함께 모여 다가올 세계적 경제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의장은 “미래가 엄청난 약속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위험의 시간이 될지 지금처럼 알 수 없는 순간은 없었다”는 말로 ‘제4차 산업혁명’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한 모임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참석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유래 없는 불평등 사회를 빚게 될지 모른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미래기술은 단순히 멋지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인류의 편의성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인류 복지에 이바지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지능화된 자동기계가 일자리를 빼앗고 중산층을 파멸시키는 시나리오다. 만약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끈 핵심 기술들이 대다수의 일자리를 빼앗고 빈민으로 몰락시키게 된다면 테러조직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파괴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일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장면이 서서히 현실화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는 요지의 주장을 담은 책 <제2차 기계시대>를 저술한 MIT의 에릭 블린욜손(Erik Brinjolfsson) 교수는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 중 적어도 고용의 위험에 대한 경고는 과대 포장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체로 최고기술자들은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안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낙관론은 이전의 사례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룩한 부와 재산이 부자들로부터 가난한 자들에게 단계적으로 이전되며 설령 일자리를 잃어도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결과만 본다면 기술변화의 혜택은 소수의 엘리트층에 집중되었고 불평등을 키우는 추세를 보인다. 숙련도가 낮은 일자리들은 지속적으로 자동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점차 중산층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WEF 의장은 1990년대 디트로이트와 2014년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대비한 자료를 내밀어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설명했다. 1990년대 디트로이트를 대표하였던 3대 기업의 총매출액이 2500억달러였고 종업원은 120만명이었는 데 반해, 2014년에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3대 기업의 총매출액은 2470억달러로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종업원 수는 11% 수준인 13만7000명에 불과했다. 전통 산업에서는 매출 규모를 늘리려면 시설투자와 종업원을 늘려야 했지만, 오늘날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은 실물투자가 적고 관리 인력도 매출 증가와 상관성이 매우 낮다. 생산은 전문 제작사에 하청을 주고 재고도 하청업체의 창고에 쌓아두면 된다. 경제학 용어로 한계생산비용이 ‘0’에 수렴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일자리 고갈 문제를 낙관만 할 수는…
이를 뒷받침하듯이 WEF가 배포한 ‘미래고용 보고서’에선 ‘제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사라질 일자리(710만개)가 새로 탄생할 일자리(210만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스마트 로봇에 의해 이룩한 경제적 성과가 공평하게 배분하는 사회 정의가 실현되려면, 누구나 덜 일하고도 삶의 질을 높일 만큼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더 많은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의 재분배 과정에서 불평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두려운 점은 인공지능이 복잡한 시스템 영역에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자율판단을 하게 되는 점이다. 물론 상당 기간 동안은 사람의 직관적인 판단 능력을 기계가 대신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리고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인간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인공지능의 자율판단 영역이나 범주를 제한해야만 한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일자리 고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뾰족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혜택을 본 계층은 아무래도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고 기술력이 높은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새로운 문명에 적응하여 일자리를 보존하고 삶의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도 모바일 기기만 가지면 모든 비즈니스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모바일 비즈니스가 발달해 있다. 이런 기술혁신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소비자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 상품의 공급자 측도 모바일 기술을 잘 활용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고 궁극적으로는 매출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교통비와 통신비가 떨어지고 물류비와 공급망 유지비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관리비용은 줄고 상품시장은 급속히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변화는 보편적인 비숙련노동력의 효용성이나 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려 전체 이득 중에 자본이 차지하는 이득이 노동이 차지하는 이익에 비해 월등히 커지는 불평등 사회를 만들어 간다. 또한 신기술에 숙련된 노동자와 전통 기술에 안주했던 노동자의 보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게 된다고 본다. 어차피 이익이 공평하게 돌아가기 힘들다고 본다면 새로운 산업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고숙련 노동자가 더 많은 이득을 갖게 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보수도 적고 일자리 기회도 줄어든다고 본다. 결국 새로운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이득의 대부분은 지적 자산과 물리적 자산을 공급한 혁신가, 자본가, 투자가, 그리고 고숙련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반면에 새로운 문명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는 입에 풀칠할 정도의 소득만 챙겨가게 된다. 수익에 공헌한 기여도에 따라서 수익을 나누는 것은 변치 않는 세상의 이치이다.
신문명에 대비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국가나 몰락의 길뿐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WEF에 참가한 정치가나 최고경영자들이 얻고자 하는 지식이나 정보는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이를 자국의 핵심역량으로 힘을 과시해온 독일, 독일보다 앞서 ‘스마트 제조기술’을 일궈온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는 로봇자동화에서 찾겠다는 일본의 ‘로봇 신전략’, 그리고 미래의 선진기술국이 되겠다는 꿈을 담아 표현한 중국의 ‘제조 2525’는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국가적 몸부림이다. 미래를 관통할 첨단기술들을 선점하고 미래를 먼저 개척해 나가는 나라와 기업이 값진 열매를 독차지하게 되지만, 핵심 기술을 갖지 못하고 기술의 변방에 머물게 되면 허드렛일이나 하청을 받으면서 목숨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을 남보다 앞서 가꾸기 위해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미래사회에선 승자 독식의 시대이다. 과거 실적이 아무리 훌륭했던 기업이라도 초반에 기회를 놓치면 글로벌 플레이어에게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2016년 연구개발전략과 방향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할 만한 과감한 도전과제들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제조업의 활로가 막혔다고 적자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 주력 산업의 주인공들은 지금 새로운 산업혁명기를 맞이하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정밀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비즈니스를 스스로 와해시킬 만한 새로운 개념과 혁신적인 방법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만약 그런 노력마저 없다면 우리 기업들은 결코 미래 산업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고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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