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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장르로 보는 게임시장-5] 캐주얼: 국민게임 신화 끝?

‘국민게임’이라는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게임은 아무래도 ‘애니팡’일 것이다. “애니팡은 논-게이머(Non-Gamer)를 게이머로 만들었어요.” 김영을 선데이토즈 COO(최고운영책임자) 이사의 말이다. 과장이 아니다. 2012년 우리는 이 게임만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회사원들은 회의시간에 이 게임을 몰래 하곤 했다. 그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쉽게 조작할 수 있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었다. 애니팡에 ‘국민게임’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따라붙었던 이유다.

애니팡 신화 뒤엔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이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유저와 게임을, 유저와 유저를 이어줬다. 친구들과 성적을 겨루며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 ‘하트’와 같은 게임 아이템을 손쉽게 주고받기도 하며 너도나도 카카오 게임에 빠져들었다. ‘소셜 게임’의 룰(Rule)이 만들어지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애니팡 외에도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답답하게 어떻게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느냐고 하던 게이머들도 모바일 게임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시절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최고 전성기였다.




모바일 대세 장르, 클래스는 영원하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닌 요즘이다. 원조 국민게임 애니팡은 어떻게 됐을까. 애니팡은 시리즈물로 발전했다. 애니팡2·애니팡 사천성·상하이 애니팡·애니팡 맞고·애니팡 포커까지. 나오는 게임마다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거뒀다. 애니팡은 이제 스테디셀러 시리즈로 불린다. 분명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선데이토즈의 운영 노하우는 더욱 단단해졌다.
           


선데이토즈는 지난 9월 27일 또 하나의 애니팡을 선보였다. 애니팡3가 애니팡2 이후 2년 9개월 만에 정식 출시됐다. 애니팡3는 ‘새로운 애니팡’을 꾀한 게임이다. 일단 기존 퍼즐 장르에 어드벤처 요소를 가미했다. 세계 명작 동화를 스테이지별 배경과 스토리에 녹였으며 시리즈 최초로 캐릭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게임 플레이 방식도 깊이감을 더했다.

“이번 신작은 애니팡에 대한 기대와 퍼즐 게임의 변화, 함께 즐기는 공감대를 담아낸 국민게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서비스와 업데이트로 애니팡3만의 재미를 선사하겠습니다.” 애니팡3의 개발을 맡고 있는 이현우 PD의 말이다. 애니팡3는 출발이 좋다. 사전 예약 신청자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최단 기간 100만명 모집과 최다 인원 모집 기록을 경신했다. 다시 한 번 국민게임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렇다면 AOS 장르를 ‘리그오브레전드’(롤, LoL)가 지배하는 것처럼 캐주얼은 애니팡 시리즈가 장악한 걸까. 결코 그렇진 않다. 무수히 많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이 유저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넥스트플로어의 캐주얼 슈팅게임 ‘드래곤플라이트’는 국민 게임으로 기억되는 또 하나의 게임이다. 애니팡과 같이 2012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동시 접속자 85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수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국민 게임’에서 ‘국민 장수 게임’으로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마블’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흥행한 캐주얼 보드게임이다. 2013년 6월 출시된 이후 중국·태국·일본·인도네시아 등 서비스 국가를 확장했으며 누적 다운로드는 2억건이 넘을 정도다. ‘2013 대한민국 게임대상’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 투표율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두의마블에 디즈니 캐릭터 IP를 입혀 ‘디즈니 매지컬다이스’라는 신작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해외 게임사로 눈을 돌리면 로비오엔터테인먼트가 이 분야에서 돋보인다. ‘앵그리버드’를 만들어낸 회사다. 기록이 어마어마하다. ‘앵그리버드’ 시리즈는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나라 앱마켓에서 1위를 달성했다. 앵그리버드 IP 기반 게임은 여전히 액티브 유저가 월 1억5000만명 수준이다. 북남미·유럽·아시아 골고루 유저 분포를 보인다. 누적 다운로드는 30억건 이상인 걸로 알려졌다.
           


‘카피캣에 주의하라’… IP가 답일까

캐주얼 장르는 즐기기 쉬운 만큼 고도의 개발력을 요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기술 장벽이 낮다는 얘기다. 때문에 RPG만큼이나 유사 게임이 양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게임은 장르의 법칙을 따른 것인지, 노골적인 카피캣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존 유명 캐주얼 게임 브랜드의 흥행 파워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이 나온 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기존 유저는 이 게임 저 게임으로 분산됐다.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났으며, 장르의 잠재력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있는 법이다. IP(지적재산권)라는 키워드로 비춰보면 가능성이 엿보인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프렌즈팝’이 IP와 캐주얼 게임이 만나 성공한 대표 사례다.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해 개발한 퍼즐게임이다. 지난 3월 ‘국민게임’의 최소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60.8% 성장한 실적을 기록했다. 프렌즈팝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넥스트플로어는 ‘프렌즈팝’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프렌즈 IP 기반 ‘프렌즈런’을 출시했다. 이는 귀여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바일 달리기 게임이다. 프렌즈런에는 네오, 어피치, 프로도, 튜브,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모두 등장한다. 또 넵튠이 지난 9월 출시한 ‘프렌즈사천성’도 IP와 캐주얼을 결합해 흥행을 노리는 사례다.

조이시티의 모바일 보드게임 신작 ‘앵그리버드 다이스’도 출격 대기 중이다. 조이시티 간판 게임 ‘주사위의 신’에 로비오엔터테인먼트의 ‘앵그리버드’ IP를 입힌 게임이다. 국내 개발사가 앵그리버드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든 첫 사례다. ‘주사위의 신’은 국내는 물론 홍콩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은 흥행작이다. 특히 홍콩에서는 ‘국민 게임’으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다. 서구권 게임시장에도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앵그리버드 IP를 입힌 ‘주사위의 신’은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유명 캐주얼 게임 개발사가 IP 활용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모습과 그 역할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다. 다시 애니팡이다. 선데이토즈는 이미 애니팡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애니팡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도 했다. 올해 10월에는 애니팡 웹툰을 선보인다. 선데이토즈는 향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통해 애니팡 IP 다각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국민게임 신화가 거친 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8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