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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장르로 보는 게임시장-4] AOS: 롤에 의한, 롤을 위한?

사실 처음에는 번외편에 가까웠다. 본 게임을 즐기다가 식상해지면 손을 대는 보너스 게임 느낌이 강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워크래프트3’ 유즈맵 게임에서 초창기 AOS(적진 점령 게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즈맵이란 유저가 전장의 요소와 게임 규칙을 정해 플레이하는 모드를 뜻한다. 그러니 AOS는 블리자드 개발진이 아닌 유저로부터 태동한 셈이다.

특히 워크래프트3 유즈맵 ‘디펜스 오브 디 에인션트’(도타, DOTA)는 AOS의 원형으로 불린다. 미국 한 대학생이 만든 유즈맵이다. 플레이어들이 두 팀으로 나눠 캐릭터 하나씩을 골라 상대와 겨뤄 적진을 점령하는 방식은 여러 유사 게임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MOBA나 ARTS라고 부르기도 한다. RTS와 RPG(역할수행 게임)가 결합된 독특한 신생 장르가 탄생했다.




‘표준 AOS’의 탄생

유저로부터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면 AOS를 독립적인 게임으로 완성시킨 게임사는 라이엇게임즈다. 그 유명한 ‘리그오브레전드’(롤, LoL)를 통해서다. 2009년 출시된 이 게임은 여전히 세계 최고 게임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롤로만 16억달러(약 1조9163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슈퍼데이터 리서치). 다른 인기 게임과 비교해 봐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밸브의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가 2억2100만달러,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8억1400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롤은 한국 게임 시장 역시 장악했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PC방 인기 게임 순위에서 200주 넘는 기간 동안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한때 점유율이 50%까지 치솟았으니 ‘롤 천하’라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지금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라는 강력한 맞수가 등장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롤은 일종의 ‘표준 AOS’로 자리 잡았다. 다른 장르 현황과는 달리 AOS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가하는 탓이다.
           


‘롤 잡아라’ AOS 추격자들

롤은 AOS ‘원톱’이나 다름없다. 롤을 능가하는 AOS는 나올 수 없는 걸까. 다른 장르처럼 라인업이 탄탄하지는 않지만 이미 국내외 게임 시장에 여러 AOS가 출시된 바 있다. ‘로코’, ‘아발론 온라인’, ‘에이지 오브 스톰’, ‘인피니티 크라이시스’ 등. 참고로 언급된 게임들의 공통점 있다.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점이다. 롤 아류작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

롤 말고 유명 AOS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역시 나름의 유저층을 보유한 게임이다. 블리자드 세계관에 등장하는 영웅이 한데 모인 올스타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2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도타의 후속인 도타 올스타즈를 밸브가 하나의 독립된 게임으로 개발한 도타2도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두 게임 모두 롤의 아성을 꺾을 만큼은 아니다.

토종 AOS도 없지는 않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사이퍼즈’가 대표작이다. 이 게임은 ‘던전앤파이터’와 함께 네오플 대표 흥행작으로 꼽힌다. AOS 장르답게 공성전·섬멸전·진격전 등의 콘텐츠를 갖췄다. 롤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게임으로, 오랜 기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트릭스 PC방 인기 게임 순위는 15위권 내외를 오가는 정도다.

토종 AOS 기대작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 ‘MXM’(마스터×마스터)도 출격 대기 중이다.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정식 출시 전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담금질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출시일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XM에는 엔씨소프트 인기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새로운 오리지널 캐릭터도 물론 다수 등장한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 2015에서 대형 부스를 차려 MXM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MXM은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게임이다. 이들은 리니지를 중심으로 IP(지적재산권) 확장을 모색 중이다. 기존 IP로 다양한 부가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신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MXM은 엔씨가 보유한 IP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이들의 IP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AOS, 기회 엿보인다

모바일 AOS도 없지는 않다. 국내 앱마켓에 들어가면 쿤룬코리아의 ‘난투 with NAVER’, 슈퍼이블메가코프의 ‘베인글로리’, 인터세이브의 ‘영웅의시대’, 앱크로스의 ‘리그오브마스터즈’, 가이아모바일의 ‘에이스오브아레나즈’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인글로리는 모바일 AOS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게임으로 꼽힌다. 모바일 AOS 중 여러 측면에서 롤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 OGN은 베인글로리 세계 대회인 ‘베인글로리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리그’를 개최하기도 했다. 모바일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슈퍼이블메가코프는 트위치와 공동 주관하는 세계 대회 ‘베인글로리 월드 챔피언십’을 오는 12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최한다.

모바일 AOS의 급부상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일단 게임사의 신규 먹거리가 될 수 있겠다. 주류 모바일 장르인 캐주얼과 RPG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것과 달리 AOS는 공백으로 남아있다. 아직까지는 모바일 AOS는 무르익지 않았다. 기존 모바일 AOS들이 롤을 뛰어넘기보다는 아류작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다. 제대로 된 모바일 AOS를 만들 경우 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롤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바일 AOS가 롤 이상으로 흥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를 위해선 롤의 그늘에 갇히지 않고 독자적인 장르 정체성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모바일 플랫폼 최적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하나는 FPS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 불거진 조작 방식 문제를 AOS 역시 안고 있다는 점이다. 장르 자체가 모바일에 정착 단계까지 다다르진 못한 만큼 국내 게임사로는 기회를 노려봄직 하겠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8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