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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화폐의 미래] ①비트코인, 신용본위 시스템에 저항하다

[화폐의 미래] ①비트코인, 신용본위 시스템에 저항하다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된 가상화폐는 그 기대만큼이나 경계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 다른 한쪽에서는 그 구조상 화폐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현재는 이 결과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 시스템과는 너무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되고 특히 비트코인은 현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 금융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들이 가상화폐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화폐의 본질은 무엇인지, 화폐에 대한 ‘약속’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 약속을 바꿀 수는 없는지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로서 충분하지 않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현 시대를 흔히 초연결시대라 말한다. 모든 사회가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가운데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대표적으로 다른 나라의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늘 따르는 환전의 불편함 등 말이다. 이는 현 결제시스템이 초연결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강한 초연결사회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이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이에 걸맞은 화폐와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상화폐는 금융의 패러다임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다만,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자금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의 기원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을 피해 13세기 중엽 영국으로 건너간 금 세공업자들이다. 튼튼한 금고를 가진 금 세공업자에게 귀금속을 맡기면 보관증을 받을 수 있었고 이 보관증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금 세공업자는 귀금속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역할을 하고 보관증만 제시하면 언제든 귀금속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현재의 ‘신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당시 금 세공업자들은 보관돼 있는 귀금속 가운데 사람들이 실제로 찾아가는 분량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그 비율은 10%가 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10%, 즉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 비율’이 현대 각국 민간은행의 지급준비금의 적립비율(지금준비율)이 됐다. 쉽게 말해, 전체 예금이 1억원이라면 1000만원은 은행이 반드시 보유(지급준비금)해야 하며 나머지 9000만원은 대출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각국마다 지급준비율은 다르기 때문에 대출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총량 또한 다르다.

한편, 금 세공업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귀금속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없는 귀금속의 가치를 발행하는 일종의 ‘사기’나 다름없었다. 이를 통해 금 세공업자는 ‘대가’를 받기 시작했고 그 대가는 ‘이자’의 개념으로 태어났다. 한편, 귀금속을 맡긴 사람들은 금 세공업자가 자신들의 귀금속을 이용해 이자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귀금속을 맡긴 사람들은 금 세공업자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금 세공업자가 받은 이자의 일부를 요구한다. 현재로 보면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은행은 이러한 자금으로 대출을 해서 받은 이자를 고객에게 일부 지급하는 형태와 같다. 그렇게 신용과 이자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대 은행은 귀금속이라는 실물의 개념이 아닌 화폐 자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금 세공업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 은행들은 화폐로 대출을 하고 대출된 화폐가 은행에 예치될 경우, 이를 다시 대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금본위제도가 아닌 신용본위 제도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예금 중 9000만원을 대출하고 대출자가 9000만원을 다시 예치하면 은행은 추가적으로 8100만원을 대출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은 무한 반복된다. 분명 화폐 총량은 1억원이지만 시중에 도는 자금은 이를 훨씬 초과한다. 이는 은행이 ‘내 돈을 잘 보관하고 반드시 돌려줄 것이란 믿음’, 즉 신용본위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화폐는 국가가 신용을 보증한다는 측면에서 신용본위 시스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본위의 지급준비 시스템은 ‘교과서 이론’으로 볼 때, 장기적 관점에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동반한다. 화폐를 직접 보유한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최소 인플레이션 발생률만큼 이자를 받거나 혹은 투자를 통해 인플레이션율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이 투자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은행에 예금을 하게 되는 유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는 현대 금융이 신용본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각국의 통화당국은 화폐를 새로 찍어내 은행 등의 금융기관을 구제했다. 위기의 장본인이었던 금융기관들의 고통을 국민들에게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부담으로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2008년 10월 31일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라는 익명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는 향후 ‘논문’으로 불리게 될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Bitcoin: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라는 제목의 문서를 인터넷상에 올렸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누구인지,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일본인인지, 개인 혹은 집단인지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논문이 ‘비트코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는 점이다.

이 논문의 핵심은 ‘신용에 기반하지 않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신용이 특정 기관에 쏠리지 않고 분산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사실상 각국의 발권기구와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금융시스템에 정면으로 도전한 셈이다.

신용기반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논문은 인터넷에서의 상거래는 금융기관을 제3자 신용기관으로 하는 전자지불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있어 불필요한 중재 및 분쟁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화폐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론상으로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스템에 반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14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