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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장르로 보는 게임시장-6] 장르 융합: 게임의 미래 엿보다

어떤 게임이 요즘 대세일까. 먼저 ‘리그오브레전드’가 떠오를 것이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2009년 출시한 게임이다. ‘롤의 경제’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롤은 지난해 16억달러(약 1조9163억원)의 수익을 창출해냈다. 국내 1등 게임사인 넥슨의 연간 매출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참고로 넥슨은 지난해 1902억6300만엔(1조80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십종의 게임 라인업과 부가 사업을 통해 번 돈이다.

롤은 어떤 장르의 게임인가. 애매하다. RTS의 한 게임 모드로부터 파생된 유형에 뿌리를 둔 탓이다. 유저는 캐릭터 하나를 선택해 성장시키고 아이템을 갖춰 적과 싸운다. 여기까지만 보면 RPG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캐릭터 선택과 성장은 이번 판에서만 유효하다. 다음 판에서는 내가 키워낸 캐릭터가 초기화된다. 그러니 같은 캐릭터를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RPG가 하나의 가상 세계에서 캐릭터를 택해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롤에서는 일단 단판 승부가 중요하다. 승부가 중요하며 성장은 과정을 따른다. 실력을 길러 더 좋은 전적을 기록하는 것이 플레이어에 주어진 핵심 미션이다. 분명 RPG와는 다르다. 모태였던 RTS의 요소도 남아 있다. RPG와 RTS가 융합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 장르를 AOS라고 부른다.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다. ‘표준 AOS’ 롤을 따라 여러 게임사가 AOS를 만들어내고 있다. 롤 유저층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AOS는 다른 장르보단 역사가 짧지만 시장 파급력만 놓고 보면 최상위권인 셈이다.

또 다른 대세 게임은 없는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는 어떨까. 출시된 지 반 년이 채 안 된 신작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롤의 아성을 단숨에 무너트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오버워치 역시 롤처럼 장르 구분이 애매한 게임이다. 블리자드는 ‘하이퍼 FPS’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꺼내들었다.

게임 진행은 간단하다. 유저는 특징이 뚜렷한 캐릭터를 골라 편을 갈라 상대 팀과 전투를 벌인다. 1인칭 슈팅 방식이지만 캐릭터별 고유의 궁극기 스킬을 사용해 전세를 역전시키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가 중시된다. RPG와 같은 성장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레벨보다는 실력이 중시된다. AOS의 FPS 버전 느낌을 풍긴다. 롤처럼 융합 장르적 특성을 보이는 셈이다.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GTA(그랜드 테프트 오토) 시리즈는 또 어떤가. 도시 전체가 무대인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극강의 자유도를 보장한다. 유저는 도시에서 사랑을 나누고 범죄를 저지르며 여행을 즐긴다. GTA는 특정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 슈팅·어드벤처·시뮬레이션·레이싱 등을 융합한 장르 백화점인 까닭이다.

장르 융합이다. 기존 장르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흥행까지 이룬 사례들이다. “요즘 인기 있는 게임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융합 장르가 많아요. 때문에 신작 기획 단계에서도 이 점을 고려하는 게임사들이 많더라고요.” 게임사 관계자의 말이다. 더 많은 융합 장르 게임이 탄생할 조짐이다.

장르 융합은 ‘새로운 그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 있다. 새로움이라는 창작의 본질에 다가서는 방법론인 셈이다. 예술의 역사는 전통 문법을 파괴하고, 합체시키고, 비틀어낸 결과물의 총합 아니던가. 게임의 역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혁신은 데이터가 없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국내 게임 시장은 장르 획일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장르라는 우물에 갇혀 기존 문법을 답습한 결과다. 피로도를 느낀 유저들은 ‘외산 게임’으로 향하게 된다. 장르의 틀에 갇힌다는 것은 유저에게 이해 가능한 재미만을 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르 융합은 획일화 문제를 뛰어넘는 유용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장르의 융합, 경계 침범, 해체와 파괴로부터 새로운 게임이 탄생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언한다. 장르별 장점만 끌어모아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낸다면 분산된 유저들을 동시에 공략해볼 수도 있다. 물론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지만. 위험을 감수해 혁신을 추구할 것인가, 기존 성공 모델을 답습해 눈앞의 경쟁에서 승리하려고만 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