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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화폐의 미래] ③가상화폐, 세상의 변화를 말하다

[화폐의 미래] ③가상화폐, 세상의 변화를 말하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기존의 관행이나 습관을 갑자기 바꾸기 어렵고 변화를 위해서는 또 다른 훈련과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미래는 없다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코드형태로 존재해 실물 가치는 전혀 없는 명목화폐로 채굴 방식을 통해 시스템 내에서 생성되는 형태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통화 공급량 자체를 무한정으로 늘릴 수 없다. 4년마다 새로운 통화공급량이 줄고 최종적으로 2140년까지 2100만개의 비트코인이 생성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대공황 이후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도록 통화량 공급을 늘려가는 기존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운용되는 것이다. 또 현 화폐 및 통화 체계의 특징 중 하나는 불태환성(Inconvertibility)으로 이를 통해 국가는 재정정책과 환율정책의 자율성을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 두 가지 정책을 무력하게 만드는 특성을 갖고 있다.이 때문에 늘 나오는 주장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량이 많을수록 그 가치는 하락해 상대적으로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하지만 비트코인은 통화량을 무한대로 증식할 수 없어 실물자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비트코인의 화폐 창출 체계가 금본위제(Gold Standard)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금 역시 채굴의 한계성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화폐용 금 공급량이 조절되는 형태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 야기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본위제에서 화폐 창출 권력은 현 신용본위제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P2P 네트워크를 이용, 화폐 발권력이 각각의 발행 주체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비트코인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 시선으로 보안상의 문제, 가격변동성 등이 지적된다. 여기서 가격변동성의 경우 경제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채굴총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투기 수단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금과는 달리 내재적 가치가 없고 참여자의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화폐 발권 주체의 제한성이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 자체가 실패를 해도 또 다른 형태의 가상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 이는 P2P 네트워크형 화폐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즉, 비트코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가상화폐 전체의 문제가 없다면 이러한 가상화폐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가상화폐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아닌 화폐 발권을 독점해온 국가의 권력이 미세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발권력 변화, 판단하기엔 이른 시기

비트코인의 가장 큰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발권 주체의 분산, 즉 정부라는 강력한 통제기관이 발권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즉, P2P 네트워크형 화폐는 정부 당국의 제재로 얼마든지 위기를 맞이할 수 있고 반대로 급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시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지만 각국 정부 규제나 제도화 움직임에 따라 큰 폭으로 가격이 변동된다는 점은 비트코인 역시 현 화폐 시스템을 180도 뒤바꿀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따라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당분간 실물화폐와 공존하는 형태를 유지할 확률이 높고 그 존재를 지속·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물지폐와의 교환이 자유로워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하면 늘 비교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과거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있다. 하지만 도토리는 실물지폐 지불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지만 역으로 도토리를 실물지폐로 교환할 수 없다는 점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트코인과의 결정적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무제한 양적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대안화폐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키프로스 사태와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발언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과 가치저장을 위한 투자자산으로 주목받았다. 이후에는 지급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장점이 부각돼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로 입지를 조금씩 다져왔다.비트코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비트코인이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시기에 따라 화폐로서의 기능이 변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사이버 금본위제에 불과하다”,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 “가치 저장이 불가한 투기 대상일 뿐이다” 등의 편협적인 생각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명확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금본위제를 떠나 신용본위제도 넘어가던 시대에 많은 혼란이 있었던 것처럼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현 신용본위제에서 다른 화폐 시스템 체제로 변화하는 국면의 혼란일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이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를 추정하고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결제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암시하는 단어가 될 수 있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15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