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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식물 대담

식물 성분은 순하다?


피부가 예민해지면 자연스레 식물 성분을 함유한 제품에 손이 간다. 합성 성분에 비해 피부 자극이 적고 순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민감성 피부가 화두로 떠오른 지난 4~5년간 화장품업계에서는 합성 성분을 마치 유해 성분으로 취급하기 시작해 3-free, 혹은 7-free와 같은 문구를 내세우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유기농 화장품 혹은 천연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의 브랜드가 론칭하기도 여러 번. 뷰티업계를 이토록 뜨겁게 달군 식물 성분이 피부에 자극이 덜하고 예민한 피부에 효과적이라는 생각,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질문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부 진정에 탁월한 녹차, 캐머마일 등 식물 성분 자체의 효능은 물론 우수하다. 하지만 페퍼민트, 멘톨, 유칼립투스 등의 성분은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 성분이 무조건 자극이 없으며 순하다고 생각하기는 이르다. 또 성분 하나하나의 효능도 중요하지만 그 성분이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적정 농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식물 성분이 화장품 뒷면에 적힌 성분표 중간 이후에 자리 잡고 있다면 대부분 함량이 0.1%조차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식사 도중 샐러드를 조금 먹은 후 채식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결국 식물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고를 때는 내 피부에 적합한 성분인지, 그리고 함량이 얼마인지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꼼꼼하게 읽고 따져보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식물 줄기세포 추출물의 진실은?


세포는 분화된 세포와 줄기세포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분화된 세포는 더 이상 다른 세포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세포를 의미하며,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세포를 의미한다. 식물 가지를 꺾어서 물에 담가두면 꺾은 부분에서 뿌리가 나기 시작하는 현상이 바로 줄기세포의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생명력에 집중한 뷰티업계에서는 쌀부터 녹차, 토마토를 비롯해 각종 꽃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식물성 원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담은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순수한 식물 성분이 아닌 식물 줄기세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줄기세포 화장품의 기능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의 기능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화장품 원료로 사용 가능 기준에 적합하다면 사용해도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대단하고 귀한 성분인 양 광고하는 제품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진짜인가


식물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지칭하는 용어는 친환경, 자연주의, 천연, 유기농 화장품 등 굉장히 다양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명칭이 같은 의미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주의 혹은 내추럴 화장품이란 식물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가벼운 의미로 화학 성분 허용 범위나 정확한 인증 기준이 없는 제품을 의미한다. 자연에서 얻은, 식물에서 채취한 성분이 0.0001%만 들어 있어도 이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는 것.


친환경 화장품은 말 그대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없앤 환경 친화적인 화장품을 의미한다. 비단 식물 성분을 사용한 제품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소재가 아닌 종이, 혹은 흙에 분해되는 소재를 사용한 패키지로 만든 제품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이에 비해 유기농 화장품은 그 기준이 명확하다. 유기농 인증 기관의 인증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이 유기농 화장품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인증 기관에 따라 기준의 차이는 있지만 대표적인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와 미국 농림부 유기농 마크인 USDA의 경우 식물 원료의 재배 과정부터 살충제, 제초제, 화학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전체 식물 성분 중 유기농 성분이 95% 이상이어야 하는 기준을 지켜야 한다. 국내의 기준은 조금 더 가볍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유기농 화장품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유기농 화장품은 전체 구성 원료 중 유기농 원료가 10% 이상이어야 하며 인체에 해가 없음이 판명된 비자연 성분의 배합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식물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혹은 제품 카테고리별로 그 기준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피부 타입이나 원하는 효과에 따라 구분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식물 성분에 화학 성분이?


식물 성분만 사용한 화장품이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전 성분표에 화학 성분이나 합성 원료 같은 정체 모를 성분이 표기되어 있어 헷갈린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는 전 성분 표기법에 의해 생긴 오해다. 자연에서 얻은 식물 추출물이라 할지라도 전 성분 표기법상 식물 내부에 들어 있는 성분도 전부 표기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식물명이 아닌 화학명으로 바꾸어 표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같은 성분이 그것이다. 카테킨은 녹차 자체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따로 첨가된 별도의 화합 물질이 아님에도 그 이름이 화합 물질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드는 것. 또 다른 경우, 식물성 화장품을 사용한 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간지럽거나 따끔거리는 반응이 생기면 화학 물질을 함유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쉽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피부 타입이나 환경, 체질에 따라 피부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순하다고 알려진 성분이라도 사용했을 때 피부에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을 피부 속 독소가 빠지는 과정, 즉 명현 현상으로 취급하기도 쉬운데 증상이 나타난 지 2~3일 후에도 피부가 진정되지 않으면 화장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피부과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 화장품이라고 무조건 안심하기보다는 사용하기 전 팔 안쪽이나 손등에 먼저 테스트를 거치고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출처 : Imagazine Korea/2018년 5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