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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동료와의 지나친 우정, 조직 전체 성과 갉아먹는다

기업은 직원들이 돈독한 관계를 맺길 바라며, 이를 위해 워크숍·체육대회·회식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기업의 이 같은 행동은 철저히 연구 결과에 의한 것이다. ‘공간의 재발견(원제:The Best Place To Work)’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고립되거나 배제됐다고 느낄 때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이 경우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힘들다”며 “직원들은 동료들과 유대감을 가질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더 똑똑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직장 내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직원의 경우 업무 만족도가 50%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에 특히 친한 친구가 있는 직원이 현재 맡은 업무에 전적으로 종사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7배 높았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이직률이 7.5%포인트 낮다는 연구 결과(한국노동연구원)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직장 내 친구를 사귀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일자리에 적응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졸 신입사원 1만8000명 중 23.3%가 ‘상사·동료와의 관계 적응’을 꼽았다. 대학 때 배웠으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 능력으로는 ‘의사 소통 능력’이 19.1%로 1위를 차지했다. ‘직장 동료를 사로잡아 나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책이 서점에 넘쳐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직장에서 친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 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 역시 주목하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낸시 로스바드(Nancy Rothbard) 교수는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의 줄리아나 필레머(Julianna Pillemer)와 함께 작성한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직장 내 우정의 어두운 면 이해하기(Friends Without Benefits:Understanding the Dark Sides of Workplace Friendship)’라는 논문을 통해 “직장 내 우정이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 결정 방해하는 직장 내 우정


로스바드 교수팀은 직장 내 우정이 직원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감정적 ‘부담’을 키운다고 본다. 즉 자신과 친한 직원이 결정해야 할 문제와 관련이 있거나 직접적인 협상 대상자라면 날카롭게 질문하거나 좀 더 심사숙고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바드 교수는 “예를 들어 예산 중 일부를 어디에 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정보와 시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만약 당신과 친한 직원이 특정 의견을 굉장히 강력하게 주장할 경우, 당신은 그를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그의 의견에 반대한다면 그가 당신에게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우정은 여기서부터 조직적 성과를 저해하기 시작한다. 기업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동료를 화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을 주저하고, 결국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예 자기 검열을 해 의견을 입 밖에조차 내지 않는 이들도 있다.

로스바드 교수는 “직장 동료의 감정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욕망은 때때로 나 자신을 그 상황에서 물러서게 만들고, 결론을 내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 더 나은 옵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직장 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꽤나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로스바드 교수팀에 따르면, 직장 내 우정이 의사 결정에서 이 같은 역효과를 내는 것은 가족 또는 학창 시절 친구와의 관계에 비해 다소 덜 견고하기 때문이다. 로스바드 교수는 “만약 직장 동료와의 우정이 최고 단계라고 생각될 만큼 굉장히 친밀하다면 (이 같은 역효과는 우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는 싸워도 금방 화해할 수 있는 만큼, 정말 친한 직장 동료와도 의견 불일치로 인해 싸워도 쉽게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당신은 직장 내 우정이 완전히 공고한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장 내 우정은 위화감도 조성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그 친밀함이 밖으로 새어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그 모임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소외감을 준다. 로스바드 교수는 미국 고등학교 내 카페테리아, 즉 교내 식당을 예로 들었다.

테이블이 일렬로 쫙 늘어서 있어 수십 명씩 같이 앉아 밥을 먹는 한국 고등학교 교내 식당과 달리, 미국 고등학교는 작은 테이블이 여러 개 배치돼 있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먹어야 한다. 이미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는 테이블에 ‘전학생’이 끼어 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 소외감을 겪은 이들이 상당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에서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48%)보다는 여성(52%)이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조금 더 많았다.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중요한 소식 및 회의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을 때(16%)’ ‘무시 혹은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을 때(15%)’ ‘사적인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을 때(14%)’ 등을 꼽았다.

직원 모두가 소속되지 않고 일부에게만 국한되는 우정은 결국 조직 전체의 성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 소외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공감·소통 등 감정적 장애를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국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를 방해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로스바드 교수는 “만약 당신이 모임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직원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마음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며 “조직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모임 밖 다른 직원들을 의도적으로라도 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로스바드 교수팀은 최근 들어 직장 내 우정의 어두운 면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소셜미디어’에서 기인한다. 필레머는 “소셜미디어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그 경계를 투명하게 만들어준다”며 “소셜미디어는 당신의 개인적인 삶에 (직장 동료가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준다. 이는 5년, 10년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公私 경계 무너뜨리는 SNS


직장 동료들과 소셜미디어로 연결돼 있을 경우, 사생활 공개의 범위와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즉 얘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바드 교수는 “예를 들어 내가 휴가 동안 소셜미디어에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직장 동료들 모두 내가 프랑스로 휴가를 갔고, 자녀들도 데리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그들은 내가 지난주 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그 기간에 나를 필요로 했던 누군가는 굉장히 짜증이 났을 것이다. 자신이 곤경에 처해 있는 사이 나는 프랑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소셜미디어는 모임에서 소외된 이들의 상태를 확인시켜주는 잔인한 도구이기도 하다. 필레머는 “자신이 들어가지 못한 모임의 존재를 사무실에서 직접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을지라도, 동료들이 자신을 빼놓고 찍어 올린 소셜미디어 사진을 통해 ‘이들이 나를 버리고 모두 함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직장 내 우정의 어두운 측면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셜미디어가 직장 생활에 가져다주는 순기능도 있다. 동료의 개인적 삶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들이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이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바드 교수는 “당신은 당신의 동료가 메일 답장을 늦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그가 방금 아픈 가족이 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팀 벗어나 다른 분야 직원들과 교류해야

그렇다면 직장 내 우정의 어두운 면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직원들이 자신의 팀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로스바드 교수팀은 세계적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IDEO)’의 예를 들었다. 아이데오는 매주 한 번씩 업무 영역이 각기 다른 직원들이 뒤섞여 점심식사를 한다.

로스바드 교수는 “여기서 이들은 보통의 경우라면 비슷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다른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다”며 “이는 파벌 형성에 따른 ‘사일로 효과(Silo effect)’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일로 효과란 조직 내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고 내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서 간 소통 부족은 시너지 효과를 제한해 조직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직원 개인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굉장히 친한 직장 동료일 수 있지만 회의에 참석할 때만큼은 ‘서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열띤 토론에 감정이 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합의된 기대치가 있어야 한다. 즉 같이 점심을 먹을 땐 미리 회사로 복귀하는 시간을 정해 너무 늦게 회사로 돌아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업무 시간 도중 언제 커피를 함께 마실지도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로스바드 교수는 “이것은 우정을 관리하기 위해 정해야 하는 중요한 규칙”이라며 “이 정도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신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4/2018050403001.html?Dep0=f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