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 Info/Restaurant

[정동현·한끼서울]이촌동 ‘한강초밥’

한강초밥 ‘우동’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39) 이촌동 ‘한강초밥’


배는 고프지만 아무 것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밤, 허기진 배를 붙잡고 길을 걸을 때, 일에 시달리다 퇴근을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사무실에 있을 때, 혹은 너무 바쁜 하루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조차 힘들 때, 그럴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김밥이다.


그래서 찾아간 이촌동 김밥집. 높은 빌딩도 없고, 인적도 한산하며, 평균 주거 연령도 높은 이촌동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변화를 기꺼워하지 않는 성향 탓인지 가게들은 잘 바뀌지 않고 사람도 이곳을 잘 떠나지 않는다. 아파트 상가 지하 ‘한강초밥’도 바뀌지 않고 여전한 곳이다.


한강초밥을 찾아 아파트 지하로 내려갔다. 눈으로 가게를 찾기도 전에 코가 먼저 반응했다. 고소한 김내음, 시큼한 초의 향기. 굳이 눈으로 길을 찾지 않고 코로 그 냄새의 향방을 찾으면 어느새 한강초밥 앞이었다. 한강초밥은 아주 작은 가게였다. 일하는 사람들은 아낙 몇과 중년 남자 한명이 전부.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는 오래 전 시골집 대청마루처럼 반질반질 윤이 났다. 저녁 7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이 집은 한산했다. 사람들은 이따금 찾아와 포장을 맡겨 놓은 김밥과 유부초밥을 가지고 갔다. 나는 맨 구석 자리에 앉았다.



더운 날 더 땡기는 메밀소바



한강초밥의 메뉴는 간단했다. 우동과 차갑고 뜨거운 메밀소바, 그리고 김밥과 유부초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간단한 메뉴로도 사람들 배를 채우기는 충분했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은지 세트 메뉴도 여럿이었다. 면요리와 김밥 유부초밥을 모두 세트로 엮었고, 유뷰초밥과 김밥도 반반 씩 시킬 수 있었다.


우동 면발은 옛날 휴게소에서 먹던 것처럼 툭툭 끊겼다. 면 한 젓가락에 육수를 한 모금 마셨다. 옅은 듯 했지만 달큰한 일식 해물 육수 맛이 이내 입 안을 만족스럽게 채웠다. 더운 날씨 탓인지 메밀소바에 더 쉽게 손이 갔다. 차갑게 서린 육수는 우동 육수보다 더 밀도가 깊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파와 고소하게 혀에 붙는 김가루를 해치고 거뭇한 면발을 씹었다.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김밥과 유부초밥



이 집의 명물 김밥과 유부초밥은 메밀소바를 반쯤 비웠을 때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김밥 하나를 들어 입어 넣었다. 옛날식으로 초와 소금으로 간을 한 밥 맛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요즘식으로 참기름을 듬뿍 치지도 혹은 김이 터질 정도로 속을 욱여넣지도 않았다.


김밥 속은 우엉과 달걀말이, 절인 오이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뭔가가 더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김밥 하나를 먹을 때마다 다음 하나가 기다려졌고 한 줄을 다 먹을 즈음에는 다른 한 줄을 포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엉을 다져 넣어 김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지만 유부의 달달한 맛이 포근하게 감싸 앉아 김밥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특별하지 않았지만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이었다.


그리고 늦은 밤, 이 글자를 쓰고 있는 이 밤에도 다시 생각난다. 김밥, 유부초밥, 따끈한 우동, 시원한 메밀국수….아, 한강초밥.



[출처 :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167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