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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I/Thinking

인간 통일성의 일곱 단계- 1. 개인

영어로 개인을 뜻하는 individual은 "나눌 수 없다."라는 뜻의 라틴어(in + dividere)에서 온 말입니다. 


이는 개인은 나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명의 사람을 칼로 두 쪽 낸다면, 이는 두 명의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체가 되겠죠. 따라서 개인은 인간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고유의 통일성을 지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더 나눌 수 없는 개인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복잡한 구조가 드러납니다. 


우선, 개인의 몸은 하나지만, 이 하나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 세포는 나름대로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백혈구를 보면 마치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는 독립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백혈구의 독립성은 인간의 몸 전체의 안녕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만 존재합니다. 이는 다른 세포도 마찬가지죠. 즉, 개인의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는 개인이라는 유기체의 안녕과 자손의 증식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서 움직입니다. 


뇌세포든 피부세포든 각 세포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존재할 뿐, 다른 목표를 지니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가 수정란 속에 든 한 쌍의 유전자에서 나왔고, 결국 이 유전자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수정란은 분화를 거듭하며 결국 거대한 인간의 몸이 형성되지만, 이러한 인간의 몸은 자신의 DNA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 원하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계획에 따라서 만들어진 도구이기 때문에 독립된 인격이 아니라 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작은 부분일 뿐이죠.

물론 이는 인간의 몸이 이상적인 상태를 묘사한 것이고, 실제로는 하나의 몸속에 다른 목표를 지닌 세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죠. 암세포는 다른 세포와 다르게 유기체의 건강 유지를 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암이 발생하면 인간의 몸은 통일성을 잃고 정상세포와 암세포 사이에 싸움이 진행되게 됩니다. 


만약 정상세포가 이긴다면 몸은 통일성을 되찾아 건강하여지고, 암세포가 이긴다면 몸은 죽게 됩니다(암세포는 주변의 세포를 암세포 화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목표가 없으므로 암세포가 이긴다고 새로운 건강한 생명체가 탄생하지는 않습니다. 즉, 암은 주체를 파괴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몸이 암세포의 등장으로 통일성을 잃을 수 있듯, 영혼도 경쟁자의 등장으로 통일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융 심리학은 인간의 영혼의 핵심을 자아(ego)라고 봅니다. 자아가 영혼의 핵심인 것은 자아에 엄청난 심리적 에너지(libido)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영혼에 자아가 아닌 다른 실체가 등장해 심리적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은 그 경험을 중심으로 살 수가 있습니다. 즉, 정상적인 사람(자아가 중심인 사람)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충격적인 경험의 기억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이러한 경험을 기초로 세상을 보는 것이죠. 


이처럼 자아와 경쟁하는 심리적 실체를 융은 콤플렉스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콤플렉스는 잠복해 있다가 특별한 계기를 만나면 겉으로 표현됩니다(예를 들어, 열등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평소엔 정상적으로 행동하지만, 남이 자신에게 던지는 농담을 듣게 된다면 열등감의 시각에서 이 농담을 해석하고 화를 내게 됩니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심해진다면 자아가 통제력을 상실하고 콤플렉스가 영혼을 지배하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경이 된다면 영혼이 통일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한 영혼에 여러 중심이 존재하는 정신분열이나 다중인격도 영혼이 통일성을 상실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에서 영혼과 육체 간의 통일성이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영혼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고 한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영혼이 원하는 바와 육체가 원하는 바가 다를 수가 있고, 이는 영혼과 육체 사이의 통일성을 깨트립니다. 일반적으로 육체는 적절한 영양공급, 수면, 휴식 등을 원합니다. 


하지만, 영혼은 이러한 육체의 욕구를 무시한 채 사람들의 존경, 성취감, 금전적 보상 등을 얻고자 육체를 혹사할 수 있습니다. 잠을 안 자고, 식사도 거르면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일 중독자들이 그러한 예죠. 이는 육체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 영혼과 육체 모두 병들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육체가 쾌락에 탐닉하기 위해 영혼을 괴롭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비도덕적인 행위로 큰돈을 벌어 이를 방탕하게 사는 데 쓴다면 그의 영혼은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영혼은 그가 정직하게 살기 원하지만, 그의 육체는 쾌락에 길들어져 있기에 부정직하게 버는 돈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육체와 영혼의 부조화를 일으키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죠.

이렇게 본다면 개인의 통일성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를 잘 돌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사실이 분명해 보입니다. 영혼과 육체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다 인생을 허비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 http://cimio.net/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