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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Organic media]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Information Wants To Be Free)


<이전 포스트: 스마트 경제에서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Information wants (should) to be free.’는 해커들의 윤리중 하나이다[Steven Levy, Hackers, O'Reilly, 1984]. 거의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문장이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지만 크게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하나는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는 공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공짜의 관점에서 이 문장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가 얻게된 좋은 점은 많은 컨텐츠/서비스를 공짜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검색, 이메일, 클라우드, 동영상, 음악, 게임 등 수 많은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옥과 같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 진정으로 정보는 공짜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가격은 한계비용에 수렴한다(P = MC)


경제학에서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모형 중 하나인 베르트랑 경쟁 모형에 의하면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이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공급과 한정된 수요를 가진 인터넷 시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시장 중에 가장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깝다고 할수 있고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즉 한계비용)이 0이라 할 수 있으므로 정보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중력에 의해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물이 아래로 흐르지 못하게 하려면 무엇인가로 막아야 하듯이 정보의 가격도 무엇인가가(예를 들어 편리함, 차별화된 가치) 막지 않으면 0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공유는 가격을 낮춘다.


스마트 기술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규모의 정보/지식의 공유를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대규모의 정보/지식의 공유는 공짜 대안을 만들어 낸다.   공짜 대안은 크게 두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불법적인 공유이고 다른 하나는 합법적인 공유이다.


불법적인 공유의 대표적인 예는 불법복제(piracy)라 할 수 있다. 초기의 냅스터나 소리바다와 같은 P2P(Peer-to-Peer) 서비스는 음악파일 불법 공유의 온상이었고 최근에는 웹하드나 토렌트 서비스를 이용하여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불법 공유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근절하기 어렵다. 


첫째는 많은 네티즌들이 불법 복제를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적발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불법이기는 하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지 않기때문에 합법적인 유료정보(컨텐츠)에 비해 매우 저렴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 공유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존재한다 하여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겠다.


합법적인 공유의 대표적인 예로는 위키피디아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와 같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들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수 많은 저자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브리태니커와 같은 백과사전의 대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리눅스(Linux)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커다란 골치거리를 제공하였다. 물론 유료로 제공되는 정보와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공짜이기에 충분히 유료 컨텐츠의 대안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법이든 합법이든 스마트 기술은 대규모의 공유/협업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유료’가 ‘공짜’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공짜가 기준가(Anchor Price)이다.


인터넷과 함께 태어난 세대들은 인터넷 상의 정보는 공짜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공짜가 인터넷 세대의 심리적 기준가(anchor price)가 된 것이다. 심리적 기준가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 가격을 일컬으며 이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Dan Ariely, Predictably Irrational, Harper Collins, 2009]. 


예를 들어, 커피 한잔의 심리적 기준가는 3,500원(아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 수준)정도 일 것이다. 만약 비슷한 커피가 7,000원이라 한다면 아무리 좋은 커피라 할지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가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세대는 인터넷 상의 모든 정보가 공짜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과 바로 아래에서 설명하는 심리적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을 고려하면 유료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공짜는 가장 좋은 무기이다.


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세상에는 공짜와 공짜가 아닌 두 가지 가격이 있으며 이 두 가격이 만들어 내는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짜는 새로운 시장을 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잠재적인)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을 수 있는 무기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예를 들어 100원)이라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고자 하는 제품/서비스가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심리적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이라 일컫고 이러한 심리적 비용때문에 0원과 100원의 차이가 100원과 10,000원의 차이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돈을 한푼이라도 받는 것이 가격을 올려받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의 경우에도 스마트폰 앱을 구매할때 유료 앱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가 훨씬 큰 고민이지 사기로 결정하면 가격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참고로 저자의 경우 1불짜리 앱은 거의 구매한 적이 없고 5불내지 10불 정도의 앱을 주로 구매하였다.) .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짜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조장한다고 한다[Dan Ariely, Predictably Irrational, Harper Collins, 2009].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 속담에도 있듯이 소비자들은 공짜에 비합리적일 정도록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25불이상 구매고객에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책을 추가로 구매하는 고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실수로 배송비를 무료가 아니라 1프랑(200원 정도)으로 표시함으로써 추가구매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마존이 이를 수정한 후에는 프랑스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Chris Anderson, Free, Hyperion, 2010]. 공짜와 200원사이에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장벽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0일때의 수요는 가격이 아주 저렴할때의 수요의 몇 배, 몇 십배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공짜는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셈이다. 특히 한계비용이 0인 정보의 경우에는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더욱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보가 공짜일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정보가 공짜이거나 공짜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쯤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그럼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라는 말인가? ‘ 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일이네’이다.


첫번째 반응에 대한 답은 이전 포스트에서 간단히 언급하였고 앞으로의 포스트들의 주제이기도 하다. 두번째 반응에 대한 답은 어떤 산업에 있든 잠재적인 경쟁자가 공짜를 무기로 진입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정보경제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손도 한번 못 써보고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신문,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는 네이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의 희생양이 되었고, 반즈앤노블, 베스트바이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아마존과 이베이와 같은 기업의 제물이 되고 있다. 스마트 기술이 닿는 곳에는 가격 혁명(즉 공짜화)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Information wants to be free.”



다음 포스트에서는 지속적으로 공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와 이들 서비스가 진짜 공짜인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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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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