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이전 포스트: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포스트에서는 정보가 왜 공짜일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어떻게 공짜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왜 공짜 스마트폰이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공짜 스마트폰이 가능한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통신사가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통신사가 여러분들 대신에 스마트폰 가격을 지불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대신해서 내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우리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지금 당장은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은 알게 모르게 그 댓가를 지불하는 상황을 ‘공짜점심이 없다’라고 표현한다. 스마트 경제에서는 진정한 공짜 점심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인가?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들어오는 돈(매출)이 나가는 돈(비용)보다 같거나 많아야 한다. 이는 불변의 진리이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공짜로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쓸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 대신 돈을 내주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에는 광고주들이, 카카오톡은 게이머들이, 에버노트(http://evernote.com)나 스카이프(http://skype.com)는 유료서비스 이용자들이 대신 돈을 내주고 있기때문에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적으로는 교차보조(cross subsidization)라고 부른다. 이 포스트에서는 스마트 경제에서 나타나는 교차보조의 개념과 유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진정한 공짜 점심이 있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교차보조는 단순하게는 내가 내야할 돈을 누군가 대신 내 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물론 불행히도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 경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대신 내 주는 주체도 매우 다양하다고 하겠다.
스마트 경제에서 대신 돈을 내 주는 주체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1)자기 자신, (2)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유저, (3)제3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그룹, (4)서비스를 생산/제공하는 시장이다. (1)에서 (4)번으로 갈수록 자기 자신과 관계가 없어지고 더 근본적인 차원의 교차보조라 할 수 있다.
이 4가지 유형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내가 나에게 (From Me to Me)
지금 당장은 공짜로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이 돈을 내게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은 기존에도 마케팅의 영역에서 많이 다룬 공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짜제품을 미끼상품(loss leader)으로 이용하여 고객을 모으고 이들이 다른 유료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한 공짜 스마트폰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내가 내 대신 돈을 내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제품/서비스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 차원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두 차원이 동시에 적용된다.
우선 제품/서비스 차원의 교차보조는 공짜를 미끼로 유료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대부분 할인의 다른 형태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같은 월정액 게임에서 월이용권(월23,000원)을 구매하면 공짜 게임아이템(예를 들어 의상)을 제공하는 경우라든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같이 무제한 무료배송 서비스(연간 79불)에 무료 영화 스트리밍(Prime Instant Videos) 및 무료 전자책 대여 서비스(Kindle Owners’ Lending Library)를 포함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초기의 아마존 프라임은 같은 가격에 무제한 무료배송만 제공하다가 2011년부터 무료 컨텐츠를 추가하였다).
시간 차원의 교차보조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보조하는 경우이다. 넷플릭스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7.99/월),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유료서비스를 최초 1개월간 공짜(free trial)로 제공하는 경우나 유료 소프트웨어를 한시적으로 공짜로 제공하고 추후 유료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두 가지 차원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로는 공짜 스마트폰이나 원가에 판매되는 아마존 킨들을 들 수 있다. 공짜 스마트 폰의 경우 유료 음성/데이터 서비스를 2년간 가입함으로써, 아마존 킨들은 나중에 유료 전자책을 구매함으로써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보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공짜인 제품과 유료 제품이 보완재(complementary goods)이다. 또 다른 예로는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와 같이 부분 유료화(micro-transaction model) 게임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의 경우 공짜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으나 시간을 절약하려거나, 더욱 강해지려거나, 잘 꾸미기 위해서는 유료 게임아이템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유료사용자가 나에게 (From Person to Person)
유료사용자가 지속적으로 공짜사용자를 보조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Freemium을 들 수 있다.
Freemium은 Free와 Premium의 합성어로 기본적인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하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최근에 애용하는 전천후 노트 서비스인 에버노트, 클라우드 문서 서비스인 구글 드라이브의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는 공짜로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들과 협업이 필요하거나 사용량이 많은 헤비유저의 경우 유료버전을 사용한다.
Freemium 모델이 앞에서 설명한 내가 나를 보조하는 경우와 다른 점은 대부분의 공짜사용자는 공짜사용자로 머문다는 것이다. 공짜가 미끼가 아니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기본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에 만족하여 돈 한푼 내지 않고 서비스를 사용하며, 약 5% 정도의 일부 사용자들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게 되는 것이다[Chris Anderson, Free, Hyperion, 2010].
또 다른 사례로는 group pricing이 있다[Shapiro and Varian, Information Rule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9]. 고객의 유형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일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서는 여자는 공짜이고 남자는 유료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앱스(Google Apps)의 경우 학교의 경우 공짜이고 일반 기업의 경우에는 유료이다. 이처럼 일부 단체(대부분의 경우 돈이 없는)는 공짜인 경우도 유료사용자가 지속적으로 공짜사용자를 보조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제3자(3rd Party)가 나에게 (From Party to Party)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3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공짜)사용자를 대신하여 돈을 내는 경우이다. 라디오나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광고모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3자 시장(three-party market)이라고도 하는데 서비스 제공자(TV 방송국)와 서비스 사용자(시청자)의 양자간의 거래에 제3자(광고주)가 서비스 사용자를 대신하여 돈을 내는 시장이다[Chris Anderson, Free, Hyperion, 2010]. 대부분의 경우 제3자는 서비스 사용자가 (잠재)고객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서비스 사용자가 돈을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스마트 경제에서 3자 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Google의 광고 플랫폼인 Adwords를 들 수 있다. 광고주는 AdWords를 이용하여 구글에 검색 광고 또는 컨텍스트 광고를 내고 이 광고가 클릭될 때에 광고비를 지불한다. 덕분에 구글 사용자는 공짜로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AdSense라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자신의 광고플랫폼을 구글밖의 서비스(예를 들어 뉴스 사이트, 개인 블로그 등)로도 확장함으로써 3자 시장이 아니라 4자 시장을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http://hulu.com) 등 인터넷 상의 많은 서비스들이 제3자의 보조에 기반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미디어의 광고모델과는 달리 매우 다양하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으며, 확장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이후 포스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시장이 나에게 (From Monetary Market to Non Monetary Market)
서비스 제공자가 모든 (공짜) 사용자를 보조하는 경우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돈이 아닌 것을 댓가로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이 가진 정보/지식 등을 공짜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나누고 만족감을 얻거나 장기적으로는 명성(reputation)을 얻기도 한다. 이전 포스트에서 여러번 언급하였던 위키피디아나 리눅스와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시장을 선물 경제(gift economy) 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는 사용자로부터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사용자의 노동력, 시간, 개인정보, 영향력 등을 요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이다. 이를 물물교환 경제(barter economy)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전화번호 안내서비스(GOOG-411)를 무료로 제공한 것은 사용자로부터 음성인식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예로는 앱이나 리포트를 트위터의 리트윗이나 페이스북의 ‘좋아요’로 사는 것이다.
필자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이 블로그를 통해서 공짜로 나누는 것은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끝고 궁극적으로는 저쪽 세상에서의 명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수많은 공짜서비스를 쓸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 비용을 대신 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스마트 경제에서도 진정한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인가? 경제학적(이론적)으로 따지자면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대신 내주기는 하지만 결국 내가 그 누군가에게 직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광고주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짜 점심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사용하거나 에버노트를 이용하여 노트하거나 구글에서 검색을 할 때 실질적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내가 얻는 가치에 비해 정말 무시할 정도로 적은 금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교차보조의 범위가 확대되고 복잡해짐으로써 보조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다. 따라서 스마트 경제에는 실질적인 ‘공짜’ 점심이 존재한다. 스마트 경제의 공짜는 미끼로서의 공짜가 아니고 실질적인 공짜인 것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스마트 경제에서 가격 차별화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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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less 세상을 즐기고 싶다면 Wireless세상을 즐기는 법으로…“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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