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곧 시작이다 (The End is the Beginning)
<이전 포스트: 퍼블리케이션이 매개이다>
검색, 댓글, 로그인, 구매, 읽기… 이 낱낱의 행적들은 모두 매개(mediation) 행위들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결과에 주목하려고 한다. 링크를 만들고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메시지 송신자와 수신자가 따로 없다. 마케터와 고객의 구별도 없다. 모든 관계가 양방향이기 때문이다. 가치사슬은 단계적이지 않고 동시다발적이다. 여기서는 사용자의 매개행위가 만드는 결과만이 기업과 서비스의 영향력을 결정한다.
매개 행위는 관계 네트워크를 진화시킨다.
이런 현상들이 가져오는 영향 범위는 개인의 습관이나 친구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퍼블리케이션 행위는 사람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콘텐츠와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변모하게 되고 다양한 노드들이 생성, 진화, 소멸한다. 그 과정 중에 인터넷 서비스는 진화하기도 하고, 특정 이슈 (콘텐츠)가 확장되어 완전히 다른 현상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트위터의 RT는 트워터가 여론 확산과 정치 참여의 도구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각각의 현상들은 독자적인 네트워크안에 폐쇄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계되어 확장되고 또 확산된다. 미디어가 사람들의 존재방식을 바꾸고, 또 이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들이 미디어를 다시 바꾸는 선순환의 결과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이전 포스트 (퍼블리케이션과 매개)에서 설명한 ‘퍼블리케이션을 통한 매개 과정‘의 결과를 다른 각도에서 표현한 것이다. 최초로 생성된 콘텐츠(메시지 C1)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 등으로 C1과 연관된 새로운 콘텐츠들이 생겨나게 된다(C2, C3, …, Cn). C2, C3 등의 콘텐츠 생성자들은 단순히 자신의 지인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글도 올리고 링크도 내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행위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와 소셜 그룹들을 간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곧 콘텐츠 (노드)에 매개된 소셜 네트워크의 확장이며 궁극에 콘텐츠와 사람의 연결이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새로운 미디어 현상이며,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오가닉 미디어’ 현상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이 새로운 현상은 기술적 송수신 방법이나 발행 방식 등 물리적 개념에 기반한 전통적 미디어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듯하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네트워크의 속성은 종이에 담겼는지 시청각 수신 단말기에 실렸는지에 따라 미디어를 구분하고 연구하던 틀걸이에는 담기지 않는다.
오가닉 미디어는 특히 소셜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잠재적으로 콘텐츠가 성장, 변이,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 직간접적 소셜네트워크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유기적]인 미디어이다.
중요한 점은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하였기 때문에 콘텐츠의 생산자도, 서비스 제공자도 그 누구도 독립적으로 콘텐츠의 성장 과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개가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끝이 곧 시작이다.
위와 같은 개념 정의에서 출발한다면 매개 과정을 통해 패러디, 좋아요, 링크, 댓글 등을 통해 멀리 퍼지고 생명력이 있어서 오랫동안 살아있는 컨텐츠가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적절한 콘텐츠가 된다 (사람들의 ‘공유’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욕구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출산 전까지의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혹은 콘텐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콘텐츠가 출산됨과 동시에, 생명력이 시작되며 그 콘텐츠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해야지만 유지되게 된다. 즉 오가닉한 콘텐츠인 것이다.
예전의 미디어 잣대로 보면 책은 세상에 발표되는 순간, 끝(ending)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오가닉미디어에서는 책을 발표하는 순간, 기사를 보도하는 순간, 콘텐츠의 라이프 사이클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원본 콘텐츠의 생산자만이 아니라 제3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즉 그들의 매개 활동을 통해 성장한다.
Readership 중심의 사고는 전통 미디어의 발상이 되어 버렸으며 그 기준점은 ‘mediat-able’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끝이 곧 시작이다. 세상에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부터, 퍼블리케이션이 이뤄진 시점부터 비로소 콘텐츠의 생명은 시작된다. 그래서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성장하지 않는 모든 것은 도태된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인터넷 서비스들이 한 때 돌풍을 일으켰다가 소멸되는 것을 보았고 수많은 이슈들이 쉽게 일어났다가 쉽게 부서지는 것을 목격해왔다. 오가닉 미디어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진화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미디어의 가치 또한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서 측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오가닉 미디어 그리고 콘텐츠는, 공유된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가치를 생성하는가에 따라,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매개역할을 하면서 그 콘텐츠를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그 ‘과정’을 통해 가치와 영향력을 판단받게 될 것이다.
(퍼블리케이션과 매개는 책의 미래, 콘텐츠의 해체 등의 포스트에서 다시 상세히 다뤄질 예정이며 먼저 2개의 포스트를 통해 정의와 문제제기, 쟁점 중심으로 주제를 요약하였습니다.)
<다음 포스트: 공간도 네트워크이다 (Space IS Network)>
January 28th, 2013
Dr. Agnès Jiyoung
YUN
Organic Media Lab Founder & CEO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
Twitter: @agnesyun
'Academy I > Tech Jour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Organic media]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 (0) | 2013.06.20 |
---|---|
[Organic media]오가닉 미디어에는 안과 밖이 없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공간은 컨텍스트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공간도 네트워크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퍼블리케이션이 매개이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왜 오가닉 미디어인가? (0) | 2013.06.20 |
[Organic media]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0) | 201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