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 (Organic media as new language I)
<이전 포스트: 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
이전 포스트에서 미디어 컨테이너의 쟁점을 살펴봤다. 특히 미디어의 형태가 콘텐츠 전달에 국한되지 않고 가변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과, 우리의 사고의 틀을 ‘물리적 형태’에 가두고 고정관념을 만드는 역할도 해왔음을 환기하였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오가닉 미디어 컨테이너의 ‘구조적 특성’을 인터넷 서비스의 ‘규칙’과 사용자 ‘문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오가닉 미디어로서 ‘언어(language)’를 언급하고 구조적 컨테이너(structural container) 관점이 미디어 개념에 던지는 새로운 시사점과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거기, 트위터 좀 주실래요?
말이 안되는 요청이다. 책은 빌려줄 수 있지만 트위터는 건네 주거나 하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책이나 신문에서 찾을 것을 구글이나 트위터에서도 찾는다. 언제 어떤 책을 봐야하는지 아는 것처럼, 언제 구글링하고 언제 트위터 검색을 할지도 안다. 필자라면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연예 사건이나 맛집은 네이버에서 검색할 것이다. 그 밖의 왠만한 주제는 구글링에서 시작하고, 싸이 신곡에 대한 글로벌 실시간 반응이 궁금하다면 트위터 검색을 한다. 이렇게 같은 검색이지만 사용자가 언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1. 구조적 컨테이너는 ‘서비스 구조(Service Structure)’로 나타난다
그동안 미디어 연구의 대상이 되어 온 사례들은 수십년, 수백년에 하나씩 태어난 것들이다. 인쇄 매체, 사진,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으로 미디어를 구분하고 서로의 역할과 차이점을 비교해왔다. 여기서 기준점은 물리적 컨테이너의 종류와 콘텐츠의 종류이다. 예를 들어 뉴스가 들어 있으면 신문이고 지식이 들어 있으면 책이다. 동영상 프로그램이 있으면 방송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 컨테이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되고 그 구조는 낱낱이 해체되었다.
인터넷 서비스들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다양하고 노드의 종류는 혼합적(hybrid)이다. 그리고 이러한 컨테이너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연결된다. 이 유기적 환경속에서 메시지들은 여러 서비스 사이를 흘러다닌다. 뉴스는 신문에 담기지 않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한조각씩 흘러다닌다(컨테이너의 해체 현상에 대한 포스트 참고). 하루에도 수많은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진화하고 소멸하는 환경에서 물리적인 컨테이너 단위는 더이상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전송방식도, 어느 단말에 담겨있는가도, 어떤 종류의 콘텐츠인가도 온전한 구분점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미디어를 구분하는가?
구조적 컨테이너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를 구분하는 것은 각 ‘서비스의 구조’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용자가 언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도 서비스의 구조이다.
서비스 구조에는 세 가지가 포함된다. 첫째, 콘텐츠가 연결되는 구조(콘텐츠간 네트워크); 둘째, 정보를 매개로 사용자가 연결되는 구조(사용자간 네트워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구조(하이브리드 네트워크)이다. 이러한 콘텐츠, 사용자 관계로 이뤄진 관계도가 궁극의 컨테이너의 구조이다.
이 3가지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다소 장황한 설명과 그림이 필요하므로 별도의 연결된 포스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 구조 읽고 쓰기’ 참조). 이들 3개 네트워크는 컨테이너의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나타내는 구분자이며, 어떤 유형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활발하게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미디어의 파워가 결정된다.
사용자의 서비스 선택은 직관적이고 순간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콘텐츠간, 사용자간, 컨테이너와 사용자간의 복합적인 구조이며 이렇게 구성된 컨테이너의 구조는 일정한 규칙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2. 서비스 구조에는 ‘규칙(Service Rules)’이 존재한다
컨테이너 구조는 ‘규칙’을 통해 구체화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는 이 규칙을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컨테이너 규칙만을 고려한다면 컨테이너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한 두개의 기능, 요소만으로도 컨테이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은 점대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도식화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면대면 대화, 전화, 문자 및 멀티미디어 전송 서비스 (SMS, MMS), 카카오톡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그렇게 보면 SMS가 동작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보내는 주소와 메시지 입력 및 출력 인터페이스만 있으면 된다. 구조적으로 여기서 출발해서 진화한 것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된다. 최소한의 규칙을 놓고 보면 위의 열거한 서비스들이 결국 같은 범주에서 경쟁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인터넷 시장 초창기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떠올려 보자. 지금은 개인이 직접 코딩해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예전에는 html로 직접 만든 페이지들이 섬처럼 존재했다. 대부분 글목록과 방명록으로 구성된 홈페이지에는 규칙이 많지 않았다. 규칙이 많지 않다 보니 홈페이지를 꾸미는 자유도는 높지만 많은 노동이 필요했다. 방문자 또한 할 수 있는 일이 방명록을 남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블로그의 출현과 함께 이런 홈페이지들은 섬이 아닌 ‘연결된 공간’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수많은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긴 글이나 정돈된 이미지 등 웹에서 정성을 들여 사용하는 블로그는 어떤 규칙을 갖고 있는가? 블로그는 쏟아내고 정리할 것이 많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이다. 기록, 전달, 공유, 연결과 관련된 블로그 컨테이너의 규칙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랙백이나 핑백 등은 ‘연결(link)’이라는 사용자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이다. 이를 활용하여 블로그는 여러 공간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들을 링크로 묶고 연결하여 읽을 수 있게 한다.
트위터는 140자라는 규칙을 우선시했다. 쓸 수 있는 글의 양은 극히 작지만, 그 대신 많은 규칙으로 이를 보완했다. ‘@’ 뒤에는 사용자 ID를 표시하고 ‘#’ 뒤에는 일종의 주제가 태그처럼 표시된다. 글이 누구에게 가고 누구와 연결되며 어떻게 모아서 볼지 규칙을 미리 정리해서 데이터를 쌓고 연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팔로잉(following)’이라는 규칙을 더하면 이 미디어의 사용 패턴은 더욱 명확해진다. 바로 트위터의 사용이 한줄로 ‘심심하다, 무엇을 먹고 있다’ 등으로 그치지 않고 정보 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된 중요한 규칙들이다.
3. 규칙은 ‘사용자 문화(User Culture)’를 만든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의 역할은 규칙을 따르는 데에 국한되는가? 아니다. 규칙이 사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일정 기간이 지나 사용자들이 ‘문화’를 만든다. 서비스의 진화는 여기서부터다. 이 문화가 다시 규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 스스로 만든 문화는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비스 문화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간의 암묵적인 약속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습관이며 사용자 커뮤니티가 만드는 공동의 산물이다. 서비스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모든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꿈이기도 하다.
트위터의 ‘RT(리트윗)’는 사용자 문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RT는 주어진 범위 내에서 사용자들이 서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약속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전파할 경우 원래 누구의 메시지이며, 복사된 메시지라는 것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일명 ‘RT’ 문화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RT가 트위터에 의해 공식적인 기능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것은 RT문화가 생겨나고도 3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다 (RT vs. Retweet function).
그 밖에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좋아요’ 숫자 자체가 목표가 되도록 서로 참여하고 움직이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지금 페이스북에는 ‘좋아요 백만개 달성하면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포스트가 사실이든 거짓이든에 관계없이 수없이 돌아다닌다. 싸이월드도 식당에서 밥먹기전에 사진찍고 공유하는 습관을 만들었고 독특한 서비스 구조를 기반으로 ‘파도타기’ 등과 같은 문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가 생기고 습관이 되면 당분간 그 서비스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필자가 창업을 했던 미디어레에서 만든 서비스 중 잇글링이라는 SNS에서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서로 인사하고 커피도 배달하고 오프라인 번개도 잦았다. 잇글링에는 크게 두 가지 규칙이 중심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글에 이어서 쓰는 규칙(일명 잇글)과 댓글 배달 규칙이었다.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아이디로 친구를 댓글에 소환하는 행위가 흔해졌지만 2009년만해도 신선한 기능이었다. 이렇게 댓글을 쓰고 배달을 하면 실시간 알림을 통해 곧바로 그 댓글란으로 소환이 된다. 실시간 그룹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구조가 되었다. 이런 규칙이 사용자들 사이의 엄청난 친밀도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주제별로 글을 이어서 쓰는 규칙으로 소통을 하다보니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감성을 짧은 시간 내에 그대로 알게 되고 신뢰 문화로 이어졌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을테니까. 직관적이지 못하거나 어렵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또한 ‘실명’ 사용을 권유하지 않는 규칙들은 오히려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확산시키는 데에 실패한 요인이 되었고,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아이디를 바꾸고 새로운 정체성을 시도하는 문화를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벤처를 했던 기억이니 어디 할 말이 이것 뿐이겠는가. 앞으로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여기서는 말을 줄인다.
구조적 컨테이너에 대한 내용이 길어져 결론을 다음 포스트로 넘겨야 할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구조와 규칙, 문화, 이 3가지의 관계만을 기억하도록 하자. 첫째, 컨테이너의 구조는 3가지 종류의 네트워크로 구성되며 이것이 서비스를 구분하는 척도가 된다. 둘째, 서비스 구조는 규칙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되며, 규칙은 서비스의 작동원리를 구체화한다. 세째, 규칙을 기반으로 사용자 문화가 생성되며 사용자 문화는 서비스의 진화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다음 포스트: 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II)>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을 지었습니다.
April 22, 2013
Dr. Agnès Jiyoung YUN
Organic
Media Lab Founder & CEO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
Twitter: @agnesyun
'Academy I > Tech Jour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Organic media]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소셜게임’ (0) | 2013.06.20 |
---|---|
[Organic media]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나’의 정체성 (0) | 2013.06.20 |
[Organic media]소셜 미디어 서비스 구조 읽고 쓰기 (0) | 2013.06.20 |
[Organic media]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I (0) | 2013.06.20 |
[Organic media]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 (0) | 2013.06.20 |
[Organic media]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 (0) | 2013.06.20 |
[Organic media]오가닉 미디어에는 안과 밖이 없다 (0) | 2013.06.20 |
[Organic media]공간은 컨텍스트다 (0) | 201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