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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Tech Journalism

[Organic media]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I

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I (Organic media as new language II)

<이전 포스트: 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



이전 포스트에서 인터넷 서비스의 구조와 규칙, 사용자 문화 측면에서 오가닉 미디어의 ‘컨테이너’ 관점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하나의 결론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미디어를 물리적 컨테이너가 아닌 구조적 컨테이너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흥미로운 사실.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찾기 어려웠던 중요한 사실을 결론으로 공유하면서 컨테이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중요: 이 포스트는 이전 포스트에서 이어지는 결론입니다. 혹시 이전 포스트를 아직 못보신 분은 먼저 읽으시기를 권유드립니다 ^^)



사용자의 삶이 된 오가닉 미디어


사람들은 이제 수많은 서비스들 앞에 놓여있다. 수십개, 수백개의 서비스에 직관적으로, 때로는 학습을 통해 익숙해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매니징(managing)하는 방법도 터득해 간다. 언제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언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지 망설이지 않는다. 이메일, 미니홈피, 동영상, 지역기반 소셜 서비스, 일정관리 등 수많은 서비스들을 습관적으로, 하지만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사용한다. 사용자들은 본능적으로 모든 서비스들을 조율하여 최대한의 효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한다. 멀티태스킹이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모든 오가닉 미디어가 ‘일상’이 되었다는 것은 삶 자체가 되었음을 뜻한다. 우리가 언어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듯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안에 각자를 존재하도록 만드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그리고 미디어의 컨테이너 구조가 해체된 대신 수많은 규칙이 앞에 있다. 우리는 이 규칙들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의 모든 관계망을 관리하고 문화를 만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컨테이너의 구조란 결국 ‘가건물’ 같은 것이어서 언제든지 수정되고 변형되고 없어질 수 있다. 남는 것은 규칙과 습관, 관계망의 구조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너무 익숙해서 그 존재 자체를 잊고 있는 어떤 미디어와 매우 닮아 있다. 컨테이너의 구조적 관점을 통해 오가닉 미디어가 전하는 스토리의 클라이막스는 여기에 숨겨져 있다.



언어, 첫번째 오가닉 미디어


그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일상의 미디어, ‘언어(language)’이다. 언어가 커뮤니케이션 수단 즉 미디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컨테이너는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가? 말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을 건네주듯, 소금을 건네주듯, 말을 건네려면 어떻게 하는가? 그대로 ‘말하면’ 된다. 트윗을 리트윗하여 그대로 전달하듯이 같은 방식으로 말을 전달한다. 


똑같은 말을 전할 때는 그 말을 되풀이(리트윗)하면 되고, 말을 걸거나(포스트) 답을 할 때도(코멘트) 당연히 말로 한다. 물론 확대하자면 언어는 구어일 수도 있고 텍스트일 수도 기호일 수도, 몸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한가지가 있다. 모두 물리적으로 손에 잡히는 용기 대신 ‘구조’가 있으며 여기에는 일련의 ‘규칙’이 있고, 규칙을 반복하고 응용하면서 인류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님의 ‘꽃’ 중에서)

(한국문예학술 저작권협회에서 김춘수의 꽃 외 총 10편의 시를 블로그 등에 게재하는 것을 불법으로 정했다니(!) 여기서는 시 전문 대신 해당 신문기사를 링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김춘수님의 ‘꽃’에서 문장들이 나열된 구조는 문법이다. 이 문법에는 규칙이 있어서 이 규칙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말을 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소설을 쓰고 역사를 만든다. 언어는 우리의 삶과 하나이며 그 자체가 문화이다. 언어는 형체가 없지만 사람들에 의해 어디든지 흘러 다니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언어에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그 규칙은 사람을 통해서만 사용되고 진화하며, 그 규칙의 사용을 통해 사람들간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언어가 최초의 유기적이고 사용자 참여를 통해 스스로 진화해온 미디어, 즉 최초의 오가닉 미디어인 이유이다. 그리고 구조적 컨테이너의 속성을 대변하는 가장 익숙하고도 놀라운 사례이다.



언어, 첫번째 참여 미디어


구조와 규칙, 문화를 이루며 사용자의 일상의 삶 자체라는 측면에서 인류 최초의 오가닉 미디어와 지금의 오가닉 미디어는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신문도 영화도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아니고 인터넷 서비스가 ‘언어’같은 것이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실인가!  지금의 오가닉 미디어 현상은 가히 인류가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만큼이나 혁신적(radical)이고 근본적인(fundamental)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언어’가 인류를 형성해왔듯이 지금 새로운 미디어 컨테이너들이, 그 해체된 단위들이 그리고 원자들이 새로운 질서를, 세계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언어가 그러했듯이) 주어진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통합적이며 지속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언어도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참여에 기반한 미디어(participatory media)다. 언어에도 문법이나 규칙들이 존재하지만 그 형태는 사람들의 사용에 따라 유기적이며 흘러다닌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의 사용자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언어의 구조를 내재화시킨 컨테이너 자체이기도 하다. 


문법을 구사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유기적인 네트워크와 진화를 만들어내는 지금의 현상도 이와 같은 언어의 사용 행태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용자의 활동이 없는 컨테이너는 아무 의미도 지니도 못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다만 언어와 오가닉 미디어(컨테이너)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용의 다중성일 것이다. 언어에 비유하자면 한 사회는 통상 하나의 언어를 구사하고 그 언어를 중심으로 각각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구조적 컨테이너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에서는 메신저나 네이버 밴드 등의 매우 작은 단위의 그룹들과 트위터아마존 등과 같이 보다 크고 느슨한 네트워크의 단위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다중의 언어(컨테이너의 구조와 규칙들)를 동시에 운용하고 조율한다는 것이 다른 점일 것이다. 


오늘의 오가닉 미디어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처럼 조각으로 흩어져 있기도 하고 동시에 거대 플랫폼들처럼 유니버설하게 통용되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새로운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오가닉 미디어에서 새로운 언어가 시작된다


우리의 일상을 뒤덮고 있는, 심지어 우리의 삶 자체가 되어버린 오가닉 미디어들이 언어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것은 새로운 ‘미디어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미디어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보면 더욱 더 그렇다. 


지금까지의 미디어는 도구이고 대상이었으며 사용자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언어라는 컨테이너를 대입하여 관찰 대상을 들여다 보면 어떠한가? 사용자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 소셜 네트워크 없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업로드한 사진이 없이 플리커나 인스타그램은 존재할 수 없다. 사용자의 대화없이 메신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일상과 하나가 된 오가닉 미디어는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미디어가 대상일 때에는 불가능했던,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유기적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언어’의 시작인 것이다. 유기적이며 구조적이고 동시에 참여적이며 관계적인 미디어의 성격을 통칭하는 의미에서의 ‘언어’.


이것은 컨테이너의 물리적 형태를 벗어버리고 그 구조와 진화 과정에 집중할 경우에만 발견할 수 있는 깨어남이었다. 나아가 오가닉 미디어가 왜 근본적으로 기존의 미디어와 구분될 수밖에 없는지, 그 독특한(unique)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입증해주었다.


지금까지 총 3개의 포스트를 통해 미디어 컨테이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진화해온 인류의 역사는 미디어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회는 미디어를 만들고 미디어는 사회를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가닉 미디어에서 관찰되는 현상들은 이 시대의 모든 질서가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들이다.


미디어를 구성하는 3개 요소 중 첫번째로 다룬 컨테이너는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현상을 들여다 보고 분석하면 되는 수순이 아니라, 오히려 들여다 보고 있는 ‘나’의 시각부터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면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미디어의 형체가 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컨테이너의 숨겨진 쟁점의 이해에서 다루었다). 


그리고 3개의 포스트를 걸쳐 오가닉 미디어가 내포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것임을 단계적으로 풀어서 전달하고자 했다. 연구 과정 중에 만나게 된 ‘언어’라는 미디어는 등잔 밑에서 발견한 나침반이 되었다. 덕분에 미디어의 형태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앞으로 우리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여러분들의 많은 피드백을 부탁드린다.



April 24, 2013
Dr. Agnès Jiyoung YUN
Organic Media Lab Founder & CEO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
Twitter: @agnes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