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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T

LTE-A, 그게 뭐냐고 물으시길래

통신 속도 경쟁이 또 다시 불붙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26일 LTE-A 서비스를 시작하고 기존 75Mbps의 LTE 속도를 2배인 150Mbps로 끌어올렸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7월중으로 LTE-A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LTE-A는 정말 2배 빠를까요? 그리고 이렇게 빨라진 속도는 어디에 쓸까요? 어떻게 해야 이 속도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일단 LTE-A가 2배 빠르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LTE-A의 핵심 기술인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는 2개 주파수로 각각 데이터를 내려받아 속도를 합치기 때문에 다운로드 속도가 2배로 빨라지는 효과를 냅니다. 현재 국내 LTE는 각 채널마다 최대 75Mbps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75×2=150Mbps로 받을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영화를 내려받는다는 말도 과장은 아닙니다. 최적의 상황에서 150Mbps면 1초당 이론적으로 18.75MB를 내려받는 엄청난 속도입니다. 1GB를 내려받는데 53초면 됩니다. 현재 우리가 PC에 물려서 쓰는 광랜보다 더 빠릅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전파 손실이나 트래픽, 망 QoS에 따라 절반 정도의 성능을 냅니다. 못해도 50Mbps에서 70Mbps까지도 나온다고 합니다. 현재 이론상 75Mbps 속도를 내는 LTE의 실제 속도가 20~30Mbps인 걸 감안하면, 2배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럼 LTE-A를 쓰면 웹페이지나 페이스북이 더 빨리 뜰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LTE와 LTE-A의 망 인터넷 응답 속도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 구조를 살펴볼까요.

LTE-A는 LTE의 차세대 서비스가 아닙니다. 원래는 현재 나온 LTE-A가 4세대 통신망으로 꼽히는 LTE의 본래 규격입니다. 그런데 CA나, 안테나 기술인 CoMP 등을 기지국, 단말기, 칩셋 기술이 단숨에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1개 채널로 WCDMA보다 빠른 속도와 더 많은 대역폭을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가 먼저 LTE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겁니다. 그래서 LTE를 3.9G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LTE-A는 각 단말기가 여러 개의 기지국과 교신할 수 있는 기술들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CA의 원리는 P2P의 대표 주자인 ‘토렌트’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100이라는 덩어리의 파일을 내려받을 때 이를 조각으로 쪼개 A주파수와 B주파수에서 각 조각을 내려받아 한 덩어리로 합쳐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똑같은 벽을 세우는데 1명이 쌓던 벽돌을 2명이 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인터넷이 빠르다고 느끼는 데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응답 속도입니다. PC에서 ‘ping’ 명령어를 쳐본 적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응답 속도는 단말기에서 목적지 서버까지 신호가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는지에 대한 척도입니다. 이게 빨라져야 주소를 입력하자마자 인터넷이 ‘팍팍’ 뜬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LTE-A는 응답 속도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지금 LTE만 해도 반응은 충분히 빠릅니다. 다만 더 빨라지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다시 되돌아가 봅시다. 이 속도를 어디에 쓸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통신사들도 “네트워크는 토양이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말합니다. “필요해서 빨라진 게 아니라 빨라지면 목적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네트워크 사업자 입장에서는 맞습니다. 그리고 옳은 방향이기도 합니다.

에릭슨은 모바일 트래픽 리포트를 통해 ‘앱 커버리지’라는 개념을 언급했습니다. 앱 커버리지는 기지국에서 멀어질수록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을 원활하게 보려면 10Mbps 이상, 음악 스트리밍은 1Mbps, 메시징은 0.1Mbps 정도의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됩니다. 이 영역을 늘리는 것으로 모바일 영상 생태계가 확장되겠지요. 아마 속도가 더 빨라지면 HD 동영상을 보는 게 가장 직접적인 서비스 정도로 예상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이 빠른 속도를 어디에 쓰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할 게 또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빨라져서 나쁠 것은 없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한 달에 2~5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에 가입돼 있는데, 1GB씩 되는 고화질 영상을 재생한다면 순식간에 데이터를 다 쓰고 말 겁니다. LTE로도 유튜브를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LTE-A 가입자들은 속도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갤럭시S4 LTE-A 버전의 프로세서가 빨라져 인터넷이 빨라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군요. LTE-A가 안 되는 갤럭시S4를 서둘러 샀다고 후회할 것도, 새로 스마트폰을 살 때 LTE-A가 첫 번째 선택 기준일 필요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빠른 건 좋은 일이지만 3G에서 LTE로 넘어오던 시기처럼 지금 소비자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

KT가 원하는 광대역 서비스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뒤에서 벌어지는 기술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용자들이 느끼기에는 LTE나, 광대역LTE나, LTE-A나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용도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겁니다. 오히려 서비스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만 더 조바심을 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방향이 좀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 3G 시절에야 인터넷이 되냐 안되냐가 제일 중요한 문제였지만 LTE로 넘어오면서는 숨통이 좀 트였습니다. LTE로 넘어가면서 이제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망 속도보다도 요금제 때문에 데이터를 마음 졸이며 쓰는 쪽입니다. 지금 이용자가 원하는 2배는 과연 뭘까요?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58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