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역할수행 게임)가 가장 인기 많은 장르라는 점을 직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시장에서 차지한 영토가 가장 넓은 장르가 RPG다. 주요 순위 지표만 봐도 RPG 일색이다.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10위권에는 ‘세븐나이츠’, ‘뮤오리진’, ‘별이되어라’, ‘몬스터슈퍼리그’ 등 모바일 RPG가 포진된 모습이다. PC 게임 시장도 다르지 않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PC방 인기 게임 순위를 보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이 상위권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RPG는 엄연한 주류 장르다. PC에 이어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게임사들은 ‘RPG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신작 RPG를 양산해내고 있다. 흥행 RPG의 존재를 통해 RPG 유저층이 탄탄하다는 점을 가늠해본 결과다. 특히 RPG는 오랜 시간 애착을 지니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지갑을 여는 코어(Core) 유저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신작이 RPG가 아니면 대형 게임사가 퍼블리싱을 해주길 꺼려한다고 개발사 관계자는 하소연한다. 퍼블리셔는 비(非)RPG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품는다. 장르 편중 현상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거기서 거기인’ RPG만 쏟아져 우리 게임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게임빌과 조이시티, 엇갈린 비전
게임빌은 RPG에 미래를 걸었다. 지난 8월 30일 ‘RPG the Next’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었다. 2005년 11월 ‘2006프로야구’ 출시 기념 간담회 이후 11년 만이다. 게임빌은 이 자리에서 신작 라인업 6종을 공개했다. 행사 제목처럼 신작 6종은 모두 RPG 장르 모바일 게임이다. ‘나인하츠’, ‘데빌리언’, ‘워오브크라운’, ‘A.C.E’, ‘아키에이지 비긴즈’, ‘로열블러드’ 등을 준비했다.
조이시티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9월 20일 조이시티도 신작 4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라인업에 RPG는 없었다. 대세를 거스르는 행보다.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오션 앤 엠파이어’, 플레이스테이션4 전용 길거리 농구게임 ‘3on3 프리스타일’, 앵그리버드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 보드게임 ‘앵그리버드 다이스’, 모바일 가상현실(VR) 게임 ‘건쉽배틀2VR’을 선보였다. 이유 있는 선택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RPG 일변도인데, 유저들의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션 앤 엠파이어’ 개발을 지휘한 김태곤 엔드림 본부장의 지적이다.
내수용인가, 숨은 블루오션인가
게임빌과 조이시티 중에 어느 쪽 선택이 시장에서 더 먹힐까?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점은 조이시티와 같은 생각인 업계 관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시장에 RPG가 너무 많아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국내에서만 유독 인기 있는 ‘내수용 장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탈(脫)RPG에 게임 한류의 미래가 달렸다고까지 여기기도 한다. 게임빌이 간담회를 열었을 때 우려의 시선이 따랐던 배경이기도 하다.
게임빌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RPG가 해외는 포화 시장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북미나 유럽 앱마켓 톱 10에 RPG는 ‘서너머즈 워’가 유일한 정도죠. 한국의 앞선 RPG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면 뚫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송재준 게임빌 부사장의 생각이다. 컴투스 모바일 RPG ‘서머너즈 워’는 무려 96개국에서 앱마켓 RPG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6000만 다운로드는 물론 누적 매출 6000억원을 달성했다. RPG도 글로벌에서 잘만 하면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에는 ‘몬스터슈퍼리그’가 글로벌 흥행을 이룰 조짐이다. 스마트스터디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포획 RPG다. 지난 9월 7일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2주 만에 국내 매출 순위 10위권에 입성했다. 가뿐히 200만 다운로드를 찍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 일본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대만·싱가포르·태국 등지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에서도 테스트 당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만큼 제2의 ‘서머너즈 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 같은 RPG가 아니다
‘내수용’이라는 오명과 시장 포화에 대한 반작용일까. 국내 RPG는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그 하나는 장르 세분화다. RPG도 다 같은 RPG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최근 유독 RPG 세분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신작 라인업을 살피면 그냥 RPG보다는 액션 RPG·SRPG·포획 RPG·태그 전투 RPG·카드 RPG 등 장르 구분이 세밀해진 양상을 확인 가능하다. 경쟁작과 차별화를 모색하는 한편 유저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대형 게임사의 IP 기반 RPG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 경쟁에서 IP 파워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활용해 개발 중인 모바일 RPG ‘리니지2 레볼루션’ 사례가 돋보인다. 넥슨이 NSC와 공동 개발 중인 ‘메이플스토리M’ 역시 유사 사례다. 게임사가 기존 인기 IP를 활용해 신작을 개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마케팅 없이도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까닭이다.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도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다.
정면 승부를 택한 게임사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다. 지난 지스타 2014에서 첫 공개한 ‘로스트아크’를 통해서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거스르는 PC 온라인 블록버스터다. 차세대 MMORPG를 표방해 RPG 끝판왕 자리를 노린다는 생각이다. 최근 CBT(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며 정식 출시를 위한 담글질에 돌입했다. “MMORPG 유저층은 늘 존재했습니다. 시장은 충분히 존재하니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원길 스마일게이트알피지 대표의 말이다.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8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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