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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도시재생정책과 도시재생기구(URA)의 역할

1. 홍콩 도시재생정책의 배경

 

홍콩은 1842년 난징조약에 따라 홍콩섬이 영국에 할양된 후, 서방의 아시아교역 거점으로 발전하였다. 1997년 중국반환 당시, 홍콩 내외부의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발돋움하였으며, 현재 ‘아시아의 세계도시(Asia’s world city)’를 모토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의 도시개발은 이러한 금융도시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가진다. 구룡반도에서 바라보는 높이 솟은 마천루, 극적인 경관을 제공하는 침사추이(夵沙呾) 워터프론트는 홍콩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홍콩은 심각한 도시쇠퇴의 문제를 안고 있다. 1970년대 도시확장기를 거치면서 공급된 건축물과 기반시설이 급격히 노후화되면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소위 ‘연필개발(pencil development)’이라고 불리울 만큼 세분화된 필지에 고밀로 개발하는 관행으로 체계적인 도시재생의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3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이 1만 3천여 동에 이르며, 10년 내 그 수가 2만 2천 동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 도시재생기구(URA)의 설립과 새로운 도시재생정책의 전개

 

1) URA의 설립배경

 

(그림 1) 노후된 홍콩의 시가지 전경

 

홍콩의 URA(Urban Renewal Authority: URA)는 기존의 도시개발공사(Land Development Corporation: LDC)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도시재생전담기관으로 설립되었다. 1988년 홍콩정부(당시 영국정부)는 효율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LDC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LDC는 토지수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등 법적인 권한이 한정되어 있었고 민간개발업자와 파트너십을 통하여 주로 많은 이윤이 발생하는 사업만을 추진하였다. 특히 공원·커뮤니티 시설 등,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공공성이 높은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LDC 활동은 기존 민간개발업자와 차별화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았다(Adams & Hastings, 2001).

 

(그림 2) URA의 주요 사업지역 (자료: Urban Renewal Authority 내부자료)

 

이에 2001년 홍콩정부(홍콩특별자치구)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URA를 설립하였다. URA는 정부조직이나 민간조직이 아니며 도시재생을 위해 정부출자로 설립된 준정부기관(quasi-government body)이라 할 수 있다. 현재 URA는 이전의 도시개발공사가 담당하던 사업지역 25개를 포함하여 총 225개의 지구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총 67ha의 면적에 3만 2천 동의 건물, 12만 6천 명의 주민을 포괄한다.

 

2) 새로운 도시재생정책의 전략

 

URA에 의한 새로운 도시재생정책은 무엇보다 주민친화적 도시재생(people-oriented approach)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포괄적이고 통합적 접근(comprehensive and holistic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사업성 위주의 필지단위로 접근했던 이전의 정책과 차별화된다. 이는 재개발(redevelopment), 재활성화(revitalization), 재건(rehabilitation), 보전(preservation)을 뜻하는 URA의 목표인 ‘4R’에서 잘 나타난다. 기존의 LDC와 민간 디벨로퍼가 추진하던 단순한 물리적 재개발 사업과 달리 재생지역의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 그리고 인근지역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접근방식을 취한다.

(그림 3) 도시재생기구의 도시재생사업 목표, 4R's

 

새로운 도시재생정책은 또한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한 도시기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기존의 재개발이 필지별 철거재개발을 중심으로 하였다면 새로운 정책은 보다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재개발이 필요한 부분과 보전이 필요한 부분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재활성화를 도모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은 커뮤니티의 의견 수렴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으로, 정부는 재생추진에 있어서 다양한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토지주택소유자에게는 합리적인 보상을 실시하며, 세입자는 적절한 대체주거수단을 제공한다. 주민 전체가 재생사업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 새로운 정책의 핵심 가치다.

 

3) URA의 조직과 운영

URA는 URA위원회(URA Board), 운영이사(Managing Director)가 운영진이며, 실무를 담당하는 10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10개의 부서는 재무회계, 계획 및 개발, 인사 행정 부서 등이 있으며, 특히 쿤통지역의 경우 사업의 규모와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지역을 담당하는 조직이 개별적으로 하나의 부서를 이루고 있다.

URA는 해당 재생지구 내에서 계획안의 작성, 지역조사, 계획안 승인, 토지매수 등 도시재생 일련의 과정을 주관한다. 주민 및 전문가와 협의하여 지역에 적합한 계획안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 도시계획위원회(Town Planning Board)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는다. 계획안이 결정되면 지역조사 및 주민들에 대한 사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기초로 토지매수, 철거를 진행한다. 그리고 민간건설업자와의 계약을 통하여 시설물을 건설하게 된다. 즉 URA는 정부, 주민, 민간건설업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도시재생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행·재정적인 지원을 받지만 수익을 내는 영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업지구 간의 이익과 손실이 균형을 이루도록 사업을 끌어 나가고 있다.

 

재생사업과정에서 URA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특히 지역주민들, 전문가, 학자, NGO, 지역의회, 기업가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폭넓게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 URA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는 지구자문위원회의(District Advisory Committee) 운영, 사회영향조사(Social Impact Analysis) 실시, 사회서비스팀(Urban Renewal Social Service Team)의 운영, 합리적인 보상시스템 구축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구자문위원회의 운영

 

URA가 관할하는 재생사업지구에는 주민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구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지구자문위원회는 주로 URA위원회에서 위원을 선정하며 지역공동체를 대표할 수 있는 토지소유자, 세입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다. 지구자문위원회는 ① 해당 지구의 도시재생과 관련된 자문 및 의견제시, ② URA의 활동에 대한 이해증진, ③ URA 공동체 담당 사무국에 보고서 제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4) URA의 조직

 

사회영향조사의 실시

 

URA는 사회사업가들과 함께 재생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회영향조사를 실시한다. 사회영향조사는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는 정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조사다. 지역의 산업활동, 어메니티와 복지시설, 역사와 전통을 조사하여 잠재적인 사회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사회영향조사의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조사를 바탕으로 한 거주민 개개인에 대한 조사다. 특히 노인, 장애인, 편부모 가정 등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재개발이 이들에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를 조사한다. 이 사회영향조사는 URA가 추구하는 ‘주민친화적 도시재생’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사회서비스팀의 운영

 

도시재생사업으로 영향받는 모든 주민들은 적절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 URA는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재생지역별로 별도의 사회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서비스팀은 전문적 사회사업가로 구성되며 지역주민들에 대한 상담서비스 및 기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보상정책 시행

 

URA는 재생지구에 있는 모든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정책을 통해 사업의 효율적인 진행을 도모하고 있다. 토지소유자들에게는 시장가치에 준하는 수준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세입자에게도 주변지역의 공공주택을 알선해 주거나 재정착을 위한 소정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단지 법적으로 세입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효과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아울러 주변지역의 지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 URA의 주민보상 원칙

 

 

구분 보상내역
토지/주택 소유자 주거용 동일규모 7년된 주택의 시장가치로 보상(이는 40년된 주택의 약 3배에 해당)
상업용 자가소유의 경우 100%+35%의 시장가치로 보상
세입자 (선택1) 공공주택 제공
(선택2)36+6개월 임대료의 현금보상 등

 

3. 쿤통(Kwun Tong)지역 도시재생사업 사례

 

1) 쿤통지역 개요

 

쿤통지역은 URA의 사업지역 중 가장 크고 복잡한 지역으로 대표성을 갖는다. 도시철도역이 인접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하층노동자가 밀집해 있고 지역 내 인프라가 매우 노후화되어 있다. 특히 주변의 고밀임대주택 주민들을 위한 공공공간, 녹지, 상업공간의 공급이 시급한 지역이다. 5.4ha, 24동의 빌딩, 1,640명의 토지소유자, 4,500명의 거주민 그리고 300개의 상점이 이 지구 내에 있다.

쿤통지역 재생사업은 2005년 여론조사로부터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년간의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2007년 3월 사업이 시작되었다. URA는 그동안 공동체 희망조사, 핵심그룹토의, 공동체 디자인 워크숍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왔다. 2008년 4월 현재 소유자 및 임차인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URA 본부는 2007년 쿤통지역에 지역사무소(쿤통 URA)를 개설하여 지역주민들과 상시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로 삼고 있다.

 

2) 계획안 작성과정

 

쿤통지역 재생계획을 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쿤통지구자문위원회가 2005년 구성되어 총 9차례의 모임을 가졌다. 커뮤니티디자인 워크숍이 2006년 시작되어 100여 명의 참여자들이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쿤통 뉴스레터’의 발간을 통하여 지역주민에게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지하였다. 이렇게 하여 작성된 계획안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① 계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 보장, ② 쿤통 인근지역에 양질의 어메니티와 상업, 교통활동의 거점을 제공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 디자인, ③ 지역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계적 개발, ④ URA 지침을 수용한 주민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재정착 지원, ⑤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보장하는 재정계획 등이다.

(그림 5) 쿤통 사업대상지 전경

(그림 6) 쿤통지구자문위원회 회의 전경

(그림 7) 주민협의 전경
 

 

3) 사회영향평가 및 주민지원 대책

 

(그림 8)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을 위한 6개 개념안

(그림 9) City of Tomorrow의 최종 계획안

(그림 10) 사회영향평가 모습

(그림 11) 사회서비스팀의 상담
 

 

쿤통지역에서는 사업진행의 초기단계에서 대상지역 내 전 주민을 상대로 사회영향평가(Social Impact Assessment)를 실시하여 인구와 가구특성, 소득과 거주기간, 거주상태를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2007년 3월에서 9월까지 실시되었으며, 총 1,400가구에 대한 면접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재생사업이 각 가구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이를 입주·이주계획 및 보상, 커뮤니티 공간계획 등에 반영하였다.

 

쿤통지역은 전형적인 저소득층 거주지역으로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남아시아 이주민들, 노점상들이 밀집되어 있다. 쿤통 URA는 사회복지팀·서비스팀을 구성하여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 및 효과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였다. 한편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하자에 대해서는 철거 때까지 보수비용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4. 결론 및 시사점

 

이상에서 홍콩 URA가 중심이 된 홍콩의 도시재생정책을 살펴보았다. 홍콩 도시재생정책은 분명히 이전에 비해서 진일보한 성격을 가진다. URA를 통하여 재생사업에서의 공공성을 강화하였으며 동시에 사업추진의 효율성도 보장하였다. 그러나 홍콩 내부에서는 URA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없지 않다. URA가 사업의 효율화를 내걸면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완차이(Wan Chai)지구 사업 당시 주민들의 저항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드러내 주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홍콩의 도시재생정책은 몇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우선 개발사업이 소규모로 추진되면서도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도시재생사업은 뉴타운사업에서와 같이 지나치게 광역적으로 추진되면서 지가상승, 사업기간 연장, 주민참여 부족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한편 소규모의 재건축사업은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공공의 시각에서 사업추진이 시급한 지역을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주민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사회영향평가와 사회서비스팀의 운영은 우리의 재생사업에 있어서도 참고할 만하다.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일대일 상담은 비록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주민을 위한 도시재생’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URA’와 같은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URA는 정부와 민간이 운영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조정과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경우 일부 자치단체에서 도시공사를 운영하는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지역상황에 정통하면서 주민과 정부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재생사업의 절차를 운영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주
  1. (1) 본 연구는 2008년 3월 31일~4월 3일 수행된 홍콩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본문에 사용된 사진과 자료들은 당시 연구진이 직접 촬영한 것들과 도시재생기구 본사를 방문하여 입수한 것들이다. 현지 조사를 주선하고 정보를 제공해 준 홍콩침례대학의 Wing Shing Tang 교수님과 도시재생기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참고문헌
  1. URA. 2008. Project K7 Community Engagement Experience
  2. URA. 2007. Annual Report 2006-2007.
  3. URA(Kwun Tong Town Centre). 2007. Detail Social Impact Assessment(stage 2).
  4. Hong Kong Planning and Lands Bureau. 2001. Urban Renewal Strategy.
  5. Wing Shing Tang. 2008. “Returning Urban Redevelopment to the People in Hong Kong: Spatial Approach to Build a Collective Machanism”. International Workshop on Building Participatory Governance for Urban Regeneration: East Asia Experiences. KRIHS.
  6. Adams, E.M. Hastings. 2001. “Urban renewal in Hong Kong: transition from development corporation to renewal authority”. Land Use Policy vol.18, pp245-58.
  7. www.ura.org.hk

저자  박세훈, 전성제 |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국토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