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상의 모든 기능과 공정들은 대부분 데드타임(Dead Time)을 가지게 된다. 데드타임은 성과 창출 활동을 중단한 상태가 계속되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우리말로는 부동(不動)시간, 휴동시간 등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는 데 한계가 있어 그냥 데드타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데드타임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제조 설비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고객으로부터의 주문이 적어 생산을 할 것이 없을 경우 설비는 가동을 중단하게 된다. 설비에 고장이 생긴 경우에도 당연히 가동이 중단된다. 정기 정비를 위한 사전 계획에 의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비의 가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데드타임은 명백히 측정이 되고 눈에 금방 띄기 때문에 많은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신경 써서 관리하는 부분이며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데드타임은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한 그것이 발생했는지 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데드타임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규격 교체 시간이다. 바로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던 프레스 공정의 금형 교체 시간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 공장들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하게 되며 이 때마다 원자재나 금형 등을 해당 모델 생산에 맞도록 바꾸는 규격 교체 작업을 하게 된다. 이 때마다 설비는 가동을 중단해야만 한다. 규격 교체가 금방 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규격 교체 시간을 작업자가 일을 하는 시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데드타임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혁신 방법을 통해 상당 폭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설사 규격을 교체하지 않고 같은 규격으로 생산하더라도 투입되는 원자재 한 단위가 모두 소진되면 다음 단위를 투입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규격 교체와 거의 맞먹는 교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는 생산 중 불량이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데드타임 발생뿐만 아니라 불량의 증가 및 수율의 감소까지 수반하므로 빈번히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데드타임이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프로세스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병목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앞서 쓴 글의 예에서 산행을 하는 일행 중 가장 느린 사람이 쉬게 되면 팀 전체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병목의 데드타임은 프로세스 전체의 데드타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앞서 여러 차례 설명한 바와 같이 병목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병목에 투자를 하여 병목을 넓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길이 갑자기 좁아져 막히는 경우 돈을 들여 길을 넓히는 것과 같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돈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는 유휴 자원을 활용하여 병목의 과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추가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산행에서 가장 속도가 느린 사람을 가장 빠른 사람들이 돕는 것, 혹은 고속도로로 몰리는 차량을 국도로 분산시키는 것 등과 같다.
성능이 떨어지는 병목 설비를 보완하기 위해 유휴 설비를 개조하여 사용한다든지 수작업을 병행하여 조금이라도 병목의 생산성을 높인다든지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수작업은 일반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병목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는 경우라면 프로세스 상의 다른 기능들의 설비 효율을 모두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있어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병목의 데드타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조 공장은 설비를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여 가동 중 트러블을 최소화하고 작업 방법의 개선을 통해 교체 시간을 단축하며 불량을 최소화하는 것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목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사유 때문에 병목에서 데드타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병목의 앞 공정에서의 작업 흐름이 끊겨 병목이 더 이상 작업할 것이 없게 되는 경우이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전자부품 공장의 예를 다시 들어 설명하면 병목공정인 인서트 사출 공정이 앞 공정으로부터 원활하게 작업물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작업 대기 상태가 되고 데드타임이 발생하게 된다. Job Shop 생산 방식에서는 이런 일들이 흔히 일어나며 흐름 생산 방식을 원활하게 작동시킴으로써 이러한 현상들을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꼭 제조 공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관리 부서가 현업으로부터의 자료가 취합이 안되어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한다든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때 사다리차가 늦게 와서 작업이 중단된다든지 하는 것이다.
문제는 흐름 방식으로 프로세스가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흐름 방식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 극히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병목공정의 데드타임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병목공정의 앞 공정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흐름이 끊기게 되고 병목공정의 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
병목의 전 공정들은 병목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동이 일시 중단되어도 문제 해결 후 다시 가동하여 병목의 속도를 따라 잡고 흐름을 연결시킬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병목의 작업이 중단된다면 병목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전체의 데드타임이 생기게 되므로 곤란하다.
산행에서 빨리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잠시 다른 짓을 하다가도 계속 걸어가고 있는 가장 느리게 걷는 사람, 즉 병목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지만 병목이 쉬게 되면 팀 내의 모든 사람들의 속도를 동시에 늦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병목의 작업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목 바로 앞에 작업 물량의 여유분을 충분히 확보하여 쌓아 놓아 병목공정의 앞 공정 중 어느 하나가 중단되더라도 병목의 작업은 이어질 수 있도록 완충지대를 형성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작업 각각에 서로 다르게 발생하는 변동성을 완화시켜 전체 작업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프로세스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여 데드타임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계획된 여유분 내지 완충지대에 해당하는 개념을 버퍼(Buffer)라고 한다.
버퍼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프로세스 전체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버퍼는 일종의 잉여 자산이므로 비효율과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프로세스 중단 위험과 그에 따른 손실에 대한 보험료 같은 것이다.
버퍼를 어느 정도 크기로 할 것인가는 프로세스 중단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그에 따른 손실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병목 공정의 앞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출처 : 착한훈장]
'Academy II > T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DBR(Drum-Buffer-Rope) :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한 TOC의 핵심 개념 (0) | 2013.05.20 |
---|---|
Throughput을 높이고 묶인 자산 규모와 운영비용 낭비를 최소화하라 (0) | 2013.05.20 |
데드타임과 재공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치(Batch)를 활용하라 (0) | 2013.05.20 |
셀 생산 방식을 통한 데드타임 최소화와 생산 공정 최적화 (0) | 2013.05.20 |
병목의 데드타임(Dead Time)을 최소화하여 프로세스의 효율을 극대화하라 (0) | 2013.05.20 |
프로세스의 병목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원리 (0) | 2013.05.20 |
한정된 고객 수요를 프로세스의 속도를 결정하는 최우선의 제약으로 간주하라 (0) | 2013.05.20 |
물러서거나 타협할 수 없도록 스스로에게 제약을 부여하라 (0) | 2013.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