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는 흐름이다. 흐르는 물이 속도가 있듯이 프로세스의 흐름도 속도가 있으며 그 속도가 프로세스의 성과 창출 능력을 결정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프로세스에는 병목이 존재하며 프로세스 상에서 다른 기능들이 일하는 속도를 제약하는 페이스 메이커로 작용하게 된다.
보통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가장 흐름이 느려지는 곳, 즉 병목은 톨 게이트(Toll Gate)이다. 톨 게이트 부근에서는 진입하는 차량의 증가 속도보다 요금 징수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기열이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의 차선의 수보다 몇 배 많은 톨 게이트를 설치하여 차량의 흐름이 많지 않을 때는 몇 개만 운영하고 차량이 증가하면 전체 톨 게이트를 열어 운영하기도 한다. 만약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데 톨 게이트를 너무 많이 열어 대기열이 전혀 생기지 않게 되면 톨 게이트는 더 이상 고속도로 흐름에 있어 병목이 아니게 되어 오히려 톨 게이트와 요금 징수원이 유휴 자원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실제 기업 활동의 프로세스에서는 고속도로의 경우와는 달리 여러 가지 기능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연관되어 있어 어떤 것이 병목이고 제약인지 파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병목은 프로세스의 페이스 메이커이고 병목을 개선하면 전체의 성과는 향상된다. 그런데 만약 병목을 잘못 판단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자원의 낭비가 발생하고 불필요한 잉여 자산을 만들어 내어 활동성이 저하되고 부실이 양산될 것이다. 때문에 어떤 것이 병목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프로세스 상의 병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제약이론(TOC : Theory of Constraint)의 핵심이다.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이자 제약이론의 창시자인 엘리 골드렛(Eliyahu Goldratt)은 프로세스에서 병목을 파악하는 방법을 등산을 하는 팀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나도 첫 직장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 팀을 이루어 5~6시간이 넘는 산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팀원 전원이 가장 빨리 결승점에 도달하는 팀이 승리하는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해 본 적이 있다.
이 기억을 되살려 엘리 골드렛가 제시한 예를 설명해 보겠다. 다음에 설명하는 것 중 몇 가지는 당시 산행에 실제로 적용하였던 것이며 내가 속했던 팀은 그 회사 신입사원 오리엔티어링 역사상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었다.
함께 산행을 하는 팀원의 수가 10명이라고 가정하자. 팀원 중 한 두 사람이 산행을 아주 잘 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에서 이길 수는 없다. 모든 팀원들이 함께 결승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문제는 팀원들의 산행 능력이 편차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팀원들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군대를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어 산행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그 2명 때문에 더 빨리 가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산속에서는 한 줄로 갈 수밖에 없는데 산행 능력이 떨어지는 두 사람을 중간에 위치시키고 걸어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두 사람은 앞사람과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실제로 당시 그 2명 중 1명은 몸이 뚱뚱했고 산행을 매우 힘들어하여 가장 문제가 되었다.
이 사람이 우리 팀에서 가장 속도가 느리므로 제약이자 병목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이 사람 앞은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뒤는 더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 사람의 이름을 A라고 부르기로 하자
팀의 리더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게 되면 행렬이 너무 길어져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고 길을 잃거나 낙오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 대부분이 문제 없이 결승점에 도달하더라도 몇 사람으로 인해 팀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게임에서 지게 된다.
팀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은 A가 맨 앞에서 걸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A의 속도로 걷게 된다. 프로세스 상에서 제약이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그 속도에 모든 다른 기능의 속도가 맞추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당연히 팀원들간의 간격은 최소로 유지되고 거의 한 몸처럼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팀 전체를 일체감 있게 움직이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훌륭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맨 앞에 서게 된 A는 좀처럼 더 빨리 가려 하지 않는다.
A가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마냥 느긋하게 가서도 안 된다. A는 자신의 속도가 팀의 속도와 같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의 속도를 내야만 하고 그래야만 팀 전체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이다.
그래서 팀장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팀원들 중 평균적이고 적당한 속도를 내는 사람을 맨 앞에 세운다. 이 사람을 B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리고 A를 행렬의 중간에 세운다. B와 A는 로프를 이용하여 서로를 연결한다. 그 중간에는 몇 사람이 있어도 상관 없다.
B는 자신의 속도를 내어 걷는다. 그러면 로프에 의해 연결된 A까지 구간에 포함된 사람들이 그 속도에 맞추어 걷게 된다. 만일 A의 체력이 떨어지게 되면 B에게 무게가 걸리게 되고 B는 이것을 신호로 받아들여 속도를 조금 낮춘다. 로프가 느슨해지면 A의 체력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여 조금 속도를 높인다. 물론 A의 뒤쪽에는 모두가 A보다 빨리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로프가 없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산행이 지속되는 동안 팀장은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
산행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체력이 가장 좋은 사람을 A의 바로 뒤에 세운다. 그 사람이A의 배낭을 대신 들어 주기도 하고 등을 밀어 주기도 하며 때로는 업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역량이 처지는 페이스 메이커의 활동을 역량이 나은 사람이 도와주고 역할 분담을 하면서 병목의 속도가 개선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팀장은 병목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능력이 가장 좋은 2사람을 A와 한 팀으로 구성하여 다른 팀원들과 별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3명을 절대로 추월할 수 없게 원칙을 정한다. 물론 나머지 팀원들은 그들 중 가장 느린 사람을 맨 앞에 세우거나 로프를 사용하는 방법을 적용하여 일체감 있게 이동한다.
따로 구성된 3명은 계속 움직인다. 능력 좋은 두 사람이 병목인 A를 계속 도우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A 혼자서 움직일 때보다는 속도가 빠르게 된다. 물론 지치면 쉴 수도 있다.이들이 쉬는 동안 뒷 팀들이 그 자리에 도착하면 이들을 추월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함께 쉰다. 그러면 이 팀은 바로 일어나 다시 앞서 간다.
역량이 우수한 사람들은 답답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고 A를 돕느라 힘이 들기도 하지만 병목의 속도가 현저히 높아져 팀 전체의 성과는 몰라보게 향상되게 된다.
여기까지 설명한 산행의 예에서 배운 내용을 기업의 프로세스에 적용하여 보기로 하자.
먼저 프로세스 흐름과 산행은 몇 가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산행은 내가 따라가는 사람이 앞 사람이지만 프로세스는 먼저 거치는 공정이 앞 공정이 된다. 또한 산행에서는 사람의 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프로세스 상의 공정은 순서를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병목 공정을 맨 앞에 세우거나 별도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1) 전체 프로세스에서 가장 속도가 느린 공정이 병목이며 페이스 메이커가 된다.
2) 병목 공정 바로 앞에는 작업이 밀리고 병목 공정 바로 뒤는 작업이 한가하게 진행된다.
3) 병목 공정은 프로세스의 속도를 결정하며 병목 뒤 공정은 병목과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4) 병목 앞 공정은 병목 공정이 최대의 속도를 내는 것을 도와야 한다.
5) 프로세스 내 다른 공정의 도움으로 병목 공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6) 병목 공정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프로세스 전체의 속도가 높아지고 성과가 향상된다.
[출처 : 착한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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