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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 II/TOC

셀 생산 방식을 통한 데드타임 최소화와 생산 공정 최적화

데드타임은 본질적으로 분업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만약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일을 하게 되면 공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드타임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하나의 작업에서 다음의 작업으로하나의 공정에서 다음의 공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트러블이 발생하여 데드타임이 생겨나게 된다.

 

데드타임은 그 원인과 유형이 어떤 것이든 문제가 되지만 그 중에서도 병목에서 발생하는 데드타임은 전체 프로세스의 속도와 성과를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전 글에서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수 많은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병목의 데드타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여 실전에 적용해 왔다설비를 항상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고 자동화 비율을 높이며 병목을 보완하기 위해 유휴설비들을 사용하고 버퍼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등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방법들은 흔히 사용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장치산업처럼 설비의 비중이 높아 작업의 상당부분이 설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러한 방법만으로도 병목 데드타임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지만 사람의 손에 의해 많은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전혀 다른 측면이 몇 가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고 성장과 성취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예를 들어 대부분의 공정이 분업화된 수작업에 의존하는 조립공정이 있다고 하자이 경우 여러 개로 분업화된 작업 하나 하나는 정말로 단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한 작업을 하루 종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그 일이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성취욕구를 느끼기도 어렵고 자신이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을 것이다회사는 나를 단지 소모품처럼 간주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회사에 맞서 나 자신을 지켜야 하며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른 하나의 측면은 사람은 자신의 임의대로 자신의 생산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것도 관리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말이다앞서 설명한 바 있는 중국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그 공장은 5개의 부품을 자동화 조립 라인과 수작업 조립 라인 양쪽에서 조립하여 최종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중 문제가 되었던 것은 수작업 조립 라인이었다수작업 조립 라인은 5명이 1개 조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사람은 순차적으로 부품을 조립하여 제품을 완성하고 맨 마지막 사람은 육안 검사를 하여 불량품을 선별하는 것이다.


모든 작업자들은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여 조립 작업에 임하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작업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립 작업 중 어떤 작업은 다른 작업에 비해 작업하기에 쉽고 작업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반면 또 다른 작업은 난이도가 조금 높고 작업 시간도 조금 더 걸렸다한 명의 작업자가 수행하는 작업은 1-2초 만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업 간의 시간 편차는 매우 미세하여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작업자들은 그 작은 차이를 알고 있었다수없이 작업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미세한 작업 시간의 편차가 계속 누적되면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중 마지막 조립 작업이 작업 난이도가 높고 작업 시간도 좀 더 걸리는 병목 작업이었는데 그 작업을 하는 사람 바로 앞에는 당연히 앞에서 넘어온 작업 물량이 많이 쌓이게 된다작업자들은 나중 언제라도 그 병목 작업이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작업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어 병목 작업 앞에 쌓이는 물량을 줄여 병목 작업자를 도와주고 있었다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도 각자의 경험에 의해 스스로 병목의 속도에 자신들의 작업 속도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관리자는 5 1조를 계속 고수하면서 생산을 하고 있었고 어떤 작업이 병목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여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분석한 결과 공장의 혁신을 위해 컨설턴트들이 제시한 것은 셀 생산 방식(Cell Manufacturing System)의 도입이었다.


셀 생산 방식은 공정의 모든 작업을 세분화하여 분업을 통해 처리하던 것에서 탈피하여 작업자 한 사람이 작업 전체 혹은 복수의 작업을 처리하도록 개선한 생산 방식이다셀 생산 방식으로 일하는 작업자가 담당하는 복수의 작업이 전체 공정의 흐름 상에서 마치 하나의 영역이나 방(Cell)과 같이 인식된다고 해서 생겨난 용어가 아닌가 싶다.

 

이 생산 방식을 처음 고안하여 도입한 회사는 몇 년 전 HP로 합병되었지만 한 때는 세계 최고의 PC 제조회사였던 컴팩 컴퓨터(Compaq Computer)이다.


이 방식을 도입하기 전 컴팩의 PC 조립라인은 작업자 한 사람이 분업화된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는 흐름 생산 방식이었다고 한다그런데 각각의 작업은 너무나 단순 반복적이어서 작업자들의 직무 만족도가 너무 낮았고 생산성과 불량률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았다.

 

컴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사람의 작업자가 PC 한 대의 조립 작업과 품질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었다물론 작업자의 전문성이 단순조립을 하던 때보다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한 결과 분업 때문에 발생하는 작업 간 데드타임이 없어져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작업자의 만족도와 성취 욕구도 크게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이러한 컴팩의 생산 방식의 혁신이 알려지면서 셀 생산 방식이라는 베스트 프랙티스가 생겨나게 되었다.


컴팩의 셀 생산 방식은 한 사람의 작업자가 모든 작업을 통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방식이 다른 회사에 도입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면서 한 사람의 작업자가 수행하는 작업 영역이 2~3개 작업을 셀 방식으로 통합하는 경우부터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

 

앞서 예를 든 중국 전자부품 공장의 경우 셀 생산 방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적용되었다.

분석 결과 병목 작업 하나를 처리하는 것과 그 앞의 조립 작업 세 개를 한 사람이 처리하는 것은 속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병목 작업 앞에서 하나의 작업만 하던 작업자들에게 셀 생산 방식을 적용하여 한 사람이 세 개의 작업을 모두 수행하도록 한다.


병목 작업 바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검사 작업은 한 사람이 작업 속도가 두 개의 병목 작업의 작업 속도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되었다이에 따라 한 사람의 검사 요원이 두 개의 조립 라인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셀 생산 방식으로 세 개의 조립 작업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작업자 2병목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 2검사를 수행하는 작업자 1명을 포함하여 5 1조가 하나의 팀이 되는 2개의 조립 라인이 만들어지게 된다이렇게 되면 기존의 방식을 셀 생산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단순 조립 인력 4검사 인력 1명 등 총 5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하게 된다 5명으로 새로운 작업 팀 하나를 추가로 만들 수 있으므로 인력 효율과 생산CAPA 150%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들의 속도를 병목 작업 속도와 일치시킬 수 있어 데드타임이 거의 없어지며 숙련된 작업자를 병목 공정에 투입할 경우 병목의 속도가 더 빨라져 생산성을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다또한 작업자들은 단순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좀 더 난이도 있는 일을 수행하게 되어 일의 재미가 늘고 성취와 보람도 증가한다.

 

작업 중에 발생하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도 보다 개선된다검사 작업을 하는 사람은 어느 조립 라인에서 온 제품인지를 쉽게 알 수 있고 조립 작업은 셀 생산 작업자와 병목 작업자 단지 두 사람에 의해서 수행된 것이므로 문제가 발생한 곳과 담당 작업자를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자들은 자신이 발생시킨 문제가 쉽게 드러나게 되므로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하여 신중하게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프로세스 내 공정 간의 작업 난이도와 속도의 격차가 현저할 경우에는 몇 개의 공정이나 작업을 하나로 묶어 한 사람이 처리하게 하는 셀 생산 방식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분업론과 헨리 포드(Henry Ford)의 흐름 생산 방식에 근거하여 오랫동안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분업은 생산 효율을 증가시킨다는 논리는 이제는 하나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오히려 작업간 난이도와 속도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데드타임을 감소시키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작업을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프로세스의 전체 최적화를 달성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며 작업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출처 : 착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