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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fo/Restaurant

[정동현·한끼서울]광화문 ‘소고산제일루’

산뜻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소고산제일루’ 훠궈 요리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35) 광화문 ‘소고산제일루’



뜨는 해처럼 붉은 국물이 끓어올랐다. 익숙지 않은 매운 기운도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쌓아 놓은 고기로 젓가락을 옮겼다. 국물 속에 고기를 넣고 잠시 기다렸다. 얼려서 얇게 저민 고기는 금세 익어 떠올랐다. 고기는 입 안에서 쉽게 풀어졌지만 매운 기운은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산뜻한 매운맛이었다. 완만한 커브로 나뉜 훠궈(火鍋) 냄비 끝에는 용머리 장식이 달려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 신축 건물에 자리 잡은 ‘소고산제일루’에는 용머리를 단 냄비를 앞에 둔 10여 명의 사람들이 빨간 기운을 몸으로 받아냈다.


온화한 날씨와 잦은 비 덕에 옛 피맛골 자리 가로수들은 입이 무성했고 그 이파리 사이를 상쾌한 바람이 지나 다녔다. 앞 테라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소고산제일루에 들어가자 널찍한 테이블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동네에서 식사를 하자면 좁은 테이블에 옆 사람과 엉덩이를 부딪치며 앉아 바쁘게 숟가락질을 해야 했는데, 옛 왕족이라도 된 양 넉넉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메뉴판을 둘러봤다.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부추지짐이



근래 중국집에서 만두 먹기가 쉽지 않다. 만두는 국과 찌개처럼 많은 양을 만든다고 해서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김밥을 싸듯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는 만두이고 그래서 손 많이 가고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얼려놓아도 품질 저하가 적다는 이유와 함께 공장제 만두가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부추지짐이, 즉 천진포자는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만두 위에 있었다.


도톰한 피는 숙성이 되어 향긋한 발효내음이 났고,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쫀득한 식감이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따뜻한 육즙이 입 속으로 스며들었다. 부추만 넣고 지져냈을 뿐인데 복합적인 맛이 났다.



대표메뉴 훠궈



또 다른 대표메뉴 훠궈는 일단 그 크기에서 좌중을 압도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냄비, 넓은 테이블을 가득 메우는 소고기와 양고기, 각종 채소를 보면 향신료를 잘 먹지 못한다는 한국 사람이 훠궈를 광화문 한복판에 앉아 먹는 까닭을 알 것만 같았다. ‘즈마장’이라고 부르는 땅콩소스에 마늘과 파, 땅콩, 고추기름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침을 쏘듯 날카롭게 매운 마라 육수에 데친 고기를 찍어 먹었다.


달고 고소하며 맵고 짠 화려한 맛이 혀에 올라탔다. 담백한 백탕에 데친 청경채와 배추 등은 느긋한 단맛이 나서 혀에 여유를 줬다. 이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은 이외에도 다양했다.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오이무침인 ‘페이향과’는 훠궈와 잘 어울리는 요리였다. 상큼한 신맛이 훠궈의 강한 맛에 균형을 잡아주는 완벽한 조연이었다.


때로 한국에 들어온 외지 음식들, 특히 우리가 낮게 보는 동포의 식당 음식들은 그 시선을 이겨내려 오히려 더 값지게 변신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맛과 기호는 무엇이 좋은지 쉽게 알아차린다. 그날 광화문의 소고산제일루에는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앉아 훠궈 냄비를 끓였다. 공휴일이었던 그날, 주변 다른 집들은 일찍 문을 닫고 불이 꺼져 있었다.




[출처 :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156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