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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브라우저도 클라우드…아마존 ‘실크’

클라우드 열풍이 웹브라우저까지 번졌다. 9월28일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새로운 웹브라우저 ‘실크’를 소개했다.


아마존의 새로운 웹브라우저 출시는 의외였다. 시장에 이미 인터넷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크롬, 오페라, 사파리 등 다양한 웹브라우저가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돼 있는 시장에 아마존이 새롭게 뛰어들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마존은 기존 생각들을 뒤엎고 자사 EC2(Elastic Computing Cloud)를 활용한 웹브라우저를 선보였다. EC2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중 하나로, 하드웨어 서버를 가상화해 그 자원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실크는 이 EC2를 기반으로 한 웹브라우저다. 존 젠킨스 아마존 실크 소프트웨어 개발팀 감독은 “오늘날 12개가 넘는 웹브라우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클라우드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브라우저는 등장하지 않았다”며 “실크를 통해 사용자들은 클라우드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브라우저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페이지 정보를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호출


실크는 웹 페이지 정보를 사용자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지 않는다. 단지 EC2로부터 웹페이지 정보를 불러들일 뿐이다. EC2는 사용자가 불러들인 웹페이지 정보를 모바일에 맞게 가공해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실크를 이용해 사용자가 웹페이지 화면을 볼 경우 관련 정보는 사용자의 기기가 아닌, EC2에 먼저 도착한다. 도착한 웹페이지 정보는 EC2에서 실크를 통해 웹페이지를 보려고 한 사용자의 기기로 전달된다. 모바일 CPU와 메모리를 이용해 처리해야 했던 작업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모바일 기기들간 있었던 기능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브렛 태일러 아마존 실크 제품 관리 수석은 “68GB 램, 8코어,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아마존의 EC2를 뛰어넘는 기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기기들은 없다”라며 “사용자가 어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든, 처리는 EC2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기기에서든 원활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크에서 웹페이지가 호출되는 속도는 기존 웹브라우저에서 걸리는 시간보다 빠르다. 기존 모바일 브라우저가 호출에 약 1030ms(밀리세컨드)가 걸렸다면, 실크에서는 10ms가 채 걸리지 않는다. EC2가 웹페이지 캐시 정보 저장하기, 이미지 파일 압축해서 불러들이기 등의 작업을 대신해서 처리한 뒤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로 전달하는 덕분이다.


실크는 왜 이런 작업들을 클라우드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PC와 비교하면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화면 크기, CPU, 램 등 무엇하나 모바일 기기가 PC보다 나은 사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보통 웹브라우저는 PC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뒤 모바일에서 구현된다. 아마존은 이 점에 주목했다. 기존 웹브라우저들이 PC환경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들이 PC기반의 웹브라우저를 구현하기에는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PC와 달리 모바일에서 3MB로 압축된 이미지나, 50KB로 압축된 이미지를 단순하게 볼 때는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웹브라우저들은 3MB로 압축된 웹페이지 이미지를 호출해서 보여준다. 당연히 웹페이지 로딩 시간도 더 걸린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에서 답을 찾았다. 예컨대 3MB에 달하는 웹 페이지 이미지를 사용자가 호출한다면, EC2에서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 돼 구현할 수 있게 크기를 50KB로 압축시킨 뒤 재전송하는 방법을 통해 웹사이트 호출 속도를 높였다.


실크의 장점은 더 있다. 캐시 정보 등이 모바일 기기가 아닌 EC2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거의 무제한으로 저장되는 캐시로 사용자는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에 한해서는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웹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 여전히 남아


이렇게 저장된 캐싱 정보는 실크가 사용자의 브라우징 습관을 예측할 때도 사용된다. 사용자가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빨리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페이지를 방문할 지 사전에 추측하고 미리 해당 페이지를 호출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블로터닷넷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해 모바일 관련 기사에 관심을 자주 보인다면, 이 정보를 기억한 뒤 사용자가 다시 블로터닷넷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모바일 관련 기사’에 대한 페이지 로딩을 미리 끝내놓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실크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성향을 다 저장한 뒤 분석해서 활용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컴퓨터월드는 “캐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실크의 방문 웹사이트 예측은 어떻게 보면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클라우드가 가지는 문제점을 클라우드 기반의 브라우저인 ‘실크’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항상 보안 관련 이슈가 따라다닌다. 사용자들은 클라우드를 활용하면서 얼마나 정보가 안전하게 저장되는지, 서비스 제공자가 함부로 정보를 볼 수 없는지, 클라우드가 악성코드 같은 외부 공격에 취약하지 않은지 등을 걱정한다. 서비스 제공업체를 믿고 사용하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계속 존재한다.


아마존이 자신있게 설명한 실크의 장점이 사용자들에게는 “당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서 예측하고 분석하겠소”로 충분히 들릴 수 있다.


테크더트 등 다른 외신들도 실크 웹브라우저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개인정보를 너무 손쉽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성토하고 있다. 사용자 성향을 분석해서 예측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사용자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자기 정보가 분석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차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웹브라우저의 문제는 또 있다. ‘안전성’이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 데이터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해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징가, 포스퀘어, 쿼라 등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존의 데이터센터에서 또 다시 장애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이럴 경우 실크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C2에 문제가 발생해 모바일 기기를 대신해서 데이터를 처리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테일러 수석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되지만, 만약 EC2에서 장애가 생긴다면, 실크는 해당 모바일 기기의 능력을 활용해 서비스를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실크가 탑제된 킨들 파이어의 경우 백업 모드로 전환해 페이지 호출 속도는 느려질지 몰라도 사용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실크’가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의 새로운 웹브라우저라는 측면에서 가능성도 분명히 안고 있다. 실크는 현재 킨들에만 내장돼 있다. 향후 모바일 기기에서는 어떻게 서비스될 지 기대된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77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