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고도로 훈련된 전문 마라토너라고 하더라도 장거리를 오랜 시간 뛰어야 하는 마라톤 경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최적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록에 욕심을 내어 초반에 너무 무리를 하게 되면 완주를 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힘을 너무 비축하면 완주에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좋은 기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선두 그룹 전체의 페이스가 느리게 되면 그 대회의 우승자조차도 좋은 기록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식 마라톤 경기에서는 여러 명의 전문 페이스 메이커가 고용되어 활동하게 된다. 해당 마라톤 대회의 우승자에게 기대되는 기록을 기준으로 하여 출발부터 결승점까지를 구간별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 목표 기록을 정하고 선두 그룹이 그 기록으로 각 구간을 통과하도록 돕기 위해 여러 명의 페이스 메이커들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모든 페이스 메이커들은 경기에 실제로 참가한 선수이기도 하다. 단지 주최측으로부터 고용되어 임무를 부여 받았으므로 완주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가 책임진 구간에 도달할 때까지는 목표 기록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완주를 해야 한다. 완주가 목적이 아니므로 약간 무리가 가더라도 구간별 기록 달성이 더 중요하다.
경기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은 페이스 메이커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그 선수가 뛰는 페이스를 보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한다. 능력이 출중한 페이스 메이커일수록 더 많은 거리를 뛰어 후반 구간을 책임지게 되며 간혹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고도 힘이 남아 끝까지 완주하는 경우는 흔하고 심지어는 우승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결국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 경기에서 좋은 기록 달성을 위한 속도 조절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직의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페이스 메이커가 존재한다. 그런데 조직 프로세스의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와 속도 조절 기능을 하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좋은 기록 달성을 위해 속도 조절을 하는 마라톤의 경우와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1) 프로세스에서는 속도가 가장 느린 것이 페이스 메이커가 된다.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는 우승자의 좋은 기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에서는 가장 속도가 느리고 역량이 부족한 기능이 페이스 메이커가 되고 프로세스의 속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페이스 메이커를 병목(Bottle Neck)이라고도 부른다. 병목은 차선이 갑자기 줄어들면 그 지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속도가 크게 느려지듯이 처리할 수 있는 양보더 훨씬 더 많은 양이 몰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2) 프로세스의 페이스 메이커의 임무는 최대한 빨리 달리는 것이다.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는 자신의 역량이 부여된 속도의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최대 속도를 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에서의 페이스 메이커는 가장 느린 병목이기 때문에 자신이 역량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3) 페이스 메이커보다 속도가 느린 기능이 생기면 페이스 메이커가 변경된다.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는 특정 선수에게 임무가 부여되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역할이 변경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에서는 가장 느린 병목이 페이스 메이커이며 특정 기능에게 페이스 메이커의 임무를 고정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다.
4) 프로세스 상의 다른 기능의 속도가 페이스 메이커의 속도를 초과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마라톤에서 훌륭한 선수라면 페이스 메이커보다 더 빨리 뛰어 우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잘한 것으로 칭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보다 더 속도를 내는 행위는 불필요한 자산의 과잉 잉여를 발생시키며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페이스 메이커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가진 기능의 역량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잠재 역량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5) 페이스 메이커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프로세스 상의 다른 기능의 성과가 함께 향상된다.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의 임무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가 속도를 높이더라도 선두 그룹의 속도는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라톤에 참가한 전체 선수의 속도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의 페이스 메이커는 속도를 높이고 병목을 해결할수록 다른 기능의 잠재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프로세스 상에 있는 모든 기능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성과를 개선시키게 된다.
6) 이 때문에 페이스 메이커는 경기의 조력자가 아니라 성과 창출의 제약(Constraint)으로 작용한다.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는 완주를 하여 우승까지 넘보는 경쟁자가 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경기에 참가한 선수의 기록을 돕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선수들은 페이스 메이커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그로부터 페이스 메이커의 임무를 빼앗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프로세스 상의 페이스 메이커는 다른 기능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제약(Constraint)가 된다. 때문에 다른 기능이 페이스 메이커가 될 때까지 제약을 끊임없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프로세스 혁신의 핵심이 된다.
위에서 설명한 프로세스 상에서의 페이스 메이커의 특징들은 지난 글에서 설명한 저수지의 수위가 댐의 가장 낮은 곳에 의해 결정되는 원리와 거의 동일하다. 저수지에서는 가장 낮은 부위가 페이스 메이커이자 제약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세스의 성능을 높이고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개별 프로세스의 성능을 각개격파식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프로세스 전체 성과 창출의 제약으로 작용하는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내어 개선해야 한다. 원래의 페이스 메이커가 충분히 개선되어 다른 기능의 속도를 초과하게 되면 페이스 메이커가 변경되어 다시 개선을 해 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 제약의 개선이 이루어져 더 이상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새로 나타난 제약을 다시 개선하는 방식으로 끊임 없이 프로세스의 성능을 높이고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프로세스 상에 존재하는 최대 속도를 가진 기능의 속도에 도달할 때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페이스 메이커의 속도와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자원의 사용과 자산의 과잉 잉여를 낭비 요소라고 규정하고 이를 끊임 없이 줄여가는 노력을 병행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적용하여 정립된 경영혁신에 이론이 제약 이론(TOC : Theory of Constraint)이다.
TOC 이론에는 많은 내용이 포함되지만 사실 그 골자는 다음의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전체 프로세스의 성과 창출을 제한하는 병목인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라
둘째, 조직 내 부분최적화 관점의 불필요한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낭비를 끊임없이 제거하라.
TOC 이론은 왜 부분최적화가 전체 성과를 개선하지 못하며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여 준다. 마라톤에서는 능력만 허락한다면 페이스 메이커보다 더 빨리 뛰어 훌륭한 기록을 달성하고 상을 받을 수 있지만 조직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보다 더 빨리 뛰고 더 많이 일하는 것은 소중한 경영 자원을 불필요하게 사용하고 낭비를 발생시킨다.
각자 열심히 뛰는 것보다 모든 기능들이 리듬과 박자를 맞추어 전체 성과 창출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착한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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