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의 결재 과정 중에 “합의” 또는 “협의”만큼 잘못 사용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며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의사결정의 내용이 중대할수록 품의서에는 많은 도장과 사인이 찍히게 된다. 하나의 문서가 의사결정을 받을 때까지 도장 또는 사인의 개수가 10개를 넘어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이것은 조직의 계층구조가 복잡하고 다단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큰 원인이지만 합의와 협의를 남발하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이다.
이렇게 합의와 협의를 남용하면서도 그 두 가지를 구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합의와 협의를 혼동해서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로 통일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조직 내에서 합의와 협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사결정의 스피드는 현저하게 감소하며 무책임하고 안일한 조직 문화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므로 합의와 협의에 관해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분명히 이해하고 그 의미와 용도를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1) 합의자(혹은 부서)와 협의자(혹은 부서)는 품의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조직 내에서 합의/협의와 관련하여 가장 흔히 벌어지는 잘못된 현상이 합의/협의자가 결재 과정에서 품의서를 기각(Reject)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품의서의 내용에 대해 반대의사를 가지고 문서 작성자에게 반려함으로써 상위 의사결정자의 판단을 받지도 않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는 품의서가 최종 결재를 받을 때까지 의사결정 라인, 즉 결재라인과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라인의 두 가지가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품의서를 기각하고 반려할 수 있는 권한은 의사결정 라인에게만 있다.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라인은 찬성이든 반대이든 자신의 소견과 그 근거를 기록하고 다음 의사결정자에게 넘기면 되는 것이다. 의사결정자는 하위 의사결정 라인의 의견과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라인의 소견 양쪽을 모두 참조하여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
2) 합의와 협의는 필수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다.
품의서를 작성하여 결재를 올리는 사람은 합의 또는 협의를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수 사항이 아니고 선택사항이다. 결재를 올리는 사람이 합의자(부서) 또는 협의자(부서) 없이 의사결정이 진행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해도 된다.
단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과 조언도 얻지 않았으므로 그 결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의사결정 라인에서 지게 된다.
그런데 많은 회사에서 몇 가지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서 합의와 협의를 필수 사항으로 규정화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그러한 의사결정 항목에 대해서는 하부로 권한위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관리부서, 스탭부서의 권한이 라인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비대하여 관리와 통제 위주의 업무 수행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3) 합의와 협의는 분명히 다르다.
품의서의 결재가 완료되면 집행 과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의사결정 사항이 집행될 때는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올라타서 흘러가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 상에는 여러 사람과 부서가 존재하게 되며 의사결정 사항의 진행과정에서 그러한 사람(부서)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합의를 하게 된다.
다시 말해 품의서에 합의를 지정한다는 것은 “이 품의서가 결재가 완료되면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당신에게 흘러가게 되니 그것에 대해 준비하기 바라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합의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라”는 의미가 바로 합의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세스 상의 모든 부서가 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사항이 일상적이고 평소에 하던 대로 진행되는 업무 프로세스에 포함되어 흘러가게 되는 경우는 합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의사결정 사항의 수행 과정에서 일상적 업무 프로세스 외에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여 사전에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에만 합의를 받으면 된다.
다시 말해 의사결정 사항이 프로세스 상에 존재하는 사람(부서)에게 예외적이고 비경상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경우에만 합의를 하면 되는 것이다.
협의는 그야말로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서를 검토할 때 법무팀의 협의를 거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특정 사람이나 부서가 의사결정 사항과 관련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의사결정 라인이 자칫 놓치는 것이 있거나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조언을 하는 것이 협의이다.
품의서 결재가 완료되어 집행하는 과정이 되더라도 협의 부서는 프로세스의 흐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사결정 라인이 굳이 전문가의 도움을 얻지 않더라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협의를 지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이미 규정화해 놓은 정형계약서를 사용한다면 법무팀의 협의는 필요 없다.
의사결정 과정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주범 중 하나가 합의와 협의이다.
이는 합의와 협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임 분산을 위해 합의 또는 협의를 지정하거나 합의자 또는 협의자가 자신에게 주어져 있지도 않은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거나 의사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는 합의자 또는 협의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하는 등의 남용과 오용에서 비롯된다.
합의와 협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오류를 감소시키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용과 남용이 이루어진다면 조직의 경영스피드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출처 : 착한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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